더 세고 독한 면접이 당신을 기다린다

[도전! 면접의 지존] 2011 하반기 면접 트렌드

하반기 채용 시장은 상반기보다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다.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기업 338곳(매출 상위 500대 기업 기준)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1만7361명으로 상반기 1만998명보다 57.9%나 많다. (2011년 7월 대한상의 조사)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면접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2011년 하반기 채용에서 “면접 평가 비중을 서류보다 2배가량 높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예전에야 면접이 단순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허위 기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였지만 지금은 채용의 핵심 과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그런 만큼 회사와 구직자가 대면하는 면접은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으로 인재를 걸러낸다. 면접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정한 ‘면접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그 시기의 경제 상황에 따르기도 한다. 최근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가 주목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새로 개발된 면접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전에 없던 트렌드가 생기기도 한다. 2007년 현대증권이 업계 최초로 실시한 ‘합숙 면접’이 금융권을 대표하는 면접 방식으로 자리 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이 채 안 된다.

상대방 전략을 알아야 승리하는 법. 면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기업에서는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 최신 면접 트렌드를 알아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올 하반기 명심해야 할 면접 트렌드는 압박 면접 강화, 실무 능력 철저 검증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들, ‘직무 적합성’ 검증에 집중

2011년 상반기 면접에서 기업이 집중한 것은 ‘직무 적합성’이었다. 이것은 채용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우리 회사의 직원을 뽑는다’에서 ‘우리 회사에서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상반기 면접에서 구직자가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에 대해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해왔는지 철저하고 세밀하게 검증하는 과정을 강화했다. 김치성 제닉스 취업솔루션 대표 컨설턴트는 “전공(세부 이수 과목) 및 대외활동 경험과 직무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것이 2011년 상반기 면접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면접에서 전문 지식을 묻는 질문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상반기 면접이 대표적인 예다. DISE(Doosan Integrated Simulation Exercise)라 불리는 PT 면접과 유사한 면접에서 전공 관련 주제가 나온 것은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인성 면접으로 알려진 SI(Structured Interview)에서도 전문 지식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 회사에 지원한 어느 지원자는 전공 관련 질문을 4개나 받았다고 전했다. 취업 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상반기 면접 경험자 301명을 대상으로 ‘면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설문한 결과 ‘지원 분야 경력 및 전문적 지식(55.8%)’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창의적·논리적 답변을 요하는 질문도 많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전국에서 팔릴 소주의 양은?(효성그룹)’ ‘서울역 앞 커피 자판기 한 달 수입은?(SK C&C)’과 같은 페르미 추정 질문이 올해 상반기 각 기업의 면접장에서 쏟아졌다.


‘압박 면접’ 세진다

면접 방식에서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비롯 2011년 상반기 채용을 실시한 기업 21곳의 면접 전형을 조사한 결과 2010년 하반기와 큰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원자별로 순서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PT 면접, 토론 면접, 인성 면접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런 경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은 “기업이 하반기 면접 유형의 변화를 시도할 때는 상반기에 사전 검증을 한다”며 “하반기에는 새로운 면접 유형을 도입하기보다는 기본 면접 유형을 유지하면서 좀 더 세밀한 평가기준을 갖추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접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 5월 취업 포털 사람인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전형 강화 여부’ 설문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총 317명의 인사담당자는 심층 면접 실시(34.6%, 복수 응답)를 통해 채용 전형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SW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면접 시간을 늘려 구직자 면면을 살피는 방안이 논의 중에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대기업 면접 1회에서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32분이다(사람인 조사).

압박 면접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지원자들의 인위적인 연출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압박 면접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김치성 컨설턴트는 “최근 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 지원 프로그램·면접 스터디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며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면 면접에 대한 변별성을 위협하고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모두 비슷한 매뉴얼에 따라 준비하다 보니 ‘이 사람이 정말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마치 토익 열풍이 불어닥친 후 토익을 통한 변별력이 크게 줄어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들고 나올 수 있는 카드가 ‘압박 면접의 강화’다.

또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창의성과 실무 능력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확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호상 소장은 “인성 면접으로 실시되던 임원 면접에서도 과거와 달리 지원 직무에 대한 전문성,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 해결 능력, 기업 및 산업 전반에 대한 대안 등의 질문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대우증권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실무팀 소속 면접관을 투입시키고 있다. 지원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다양한 현안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 높은 질문 역시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LG화학’ 면접 후기

LG화학 면접은 약 80분의 인적성 검사를 마친 후에 시작됐다. 점심식사 후 31층 소강당에서 면접 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12시 25분부터 내가 속한 첫 팀이 면접을 시작했다.

우선 PT·토론 면접을 준비할 시간이 30분가량 제공됐다. 검정·빨강·파랑의 네임펜과 지우개, 볼펜 한 개, 신문 내용이 요약된 종이 한 장, 자유롭게 연습장처럼 쓸 수 있는 A4용지 한 장, OHP 한 장씩 주어졌다.

우리 조의 주제는 ‘전·월세 상한가 정책’이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임의로 나눠준 상태에서 자신의 발표 내용을 OHP 필름에 써서 발표하는 식이었다. 발표 시에는 OHP 필름밖에 가져갈 수 없었다. “단순히 글씨만 쓰면 면접관들이 재미없어 한다”고 면접 안내자가 강조했다. 역시나 PT 면접 때 그림 그렸던 지원자들은 면접관에게 굉장히 호평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직무역량 면접이 이어졌다. 자기소개 시간이 30초 주어졌다. 까다로운 질문도 몇 개 있었다. 대답이 허술하다 싶으면 바로 “그건 좀 추상적일 수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뒤이었다.

“삼성과 LG의 3D TV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최근 LG화학이 중국에 많이 진출했는데, 중국에서 시장 활로를 넓히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면 좋겠느냐” “옵티머스가 어떻게 하면 갤럭시S를 이길 수 있겠느냐” 등 현실적인 질문도 많았다. 가볍게는 “중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 “배낭여행 가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도 있었다.

마지막은 영어 면접이었다. 영어 면접은 15분가량이 토론이었고 나머지는 개별 질문 시간이었다. 내가 속했던 조는 질문이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해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개별 질문 때는 “가장 창피했던 기억은?”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가?” 등이었고, 지원자들의 신상 정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그리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
출처 : 닥치고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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