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의 법칙

[도전! 면접의 지존]

1 업계 용어를 써라

많은 구직자들이 지원서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예전부터 이 분야(혹은 이 회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전문 인재를 원하는 요즘 채용 트렌드 관점에서 보면 매력적인 인재로 돋보일 수 있는 문장이다.

문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다. 많은 구직자들이 드는 근거는 바로 ‘자격증’이다.
예를 들어 증권업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하며 금융 자격증 3종 세트(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투자자산운용사)를 배경에 두는 것이다.

하지만 홍순만 대우증권 인사부 파트장은 “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책상 위에서의 관심이 아닌 지원자의 삶 속에 해당 업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투영돼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업계 용어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또 적합하게 사용하는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증권업에 관심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주식을 했다”고 말하는 지원자에게 “수익률이 얼마나 되나?”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진 후 정말로 주식을 한 사람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표현을 쓰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주식에 푹 빠졌던 사람은 “2분기 저점 대비 10% 정도 상회하는 수익을 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저 발만 잠깐 담갔던 사람은 “남들보다 좀 벌었습니다”라는 수준의 어휘밖에 구사하지 못한다.


2 ‘웃기는 놈’이 아닌 ‘재치 넘치는 인재’가 돼라

어느 시트콤에서 면접 관련 에피소드가 방영된 적이 있다. 유머러스한 인재로 보이기 위해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모든 질문에 농담 섞어 답하기’였다. “시간 약속은 잘 지키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배꼽시계가 있어 밥때는 잘 지킵니다”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면접관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당연히 주인공은 낙방했다.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어느 지원자에게나 있다. 딱딱한 분위기의 면접에서 유머 한두 가지를 섞어 말하면 면접 분위기 전체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원자 자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재미있게 말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회사 면접은 방송국 개그맨 공채시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면접관의 목표는 ‘우리 회사에서 성실히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다. 지원자는 면접에서 자신이 회사에 적합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하며 여기서 유머는 증명을 돕는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위의 답변은 ‘불가피하게 일을 해야 할 때도 식사 시간이 되면 모두 내팽개칠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될 농담이다.

소위 ‘무리수’를 두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는 한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면접관을 웃기기 위한 답변이 아닌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유머를 보인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그 아닌 재치를 보여줄 것

재치 넘치는 답변을 통해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직무와 크게 연관이 없는 질문에는 이런 류의 끼를 선보이는 것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다음은 일본 어느 기업의 면접에서 재치 있는 답변을 통해 합격을 이끌어낸 경우다.

면접관 : 학생 시절에 후회되는 일이 있었나요?
지원자 : 여성 관계입니다.
면접관 : 좋지 않은 일이 있었나요?
지원자 :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3 지원 회사·업계를 스토킹하라

면접관들은 회사·업계 관련 사건 혹은 뉴스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의 경우 ‘최근 미국 시장에서 성공 요인’을, 금융업에서는 ‘2008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묻는 식이다. 지원자가 얼마나 제대로 준비해왔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쉬운 질문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인사담당자들은 “제대로 답변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긴장된 분위기의 면접장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풀어놓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 일차적인 이유가 있지만 책을 통한 피상적인 공부만 한 탓에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무관심한 지원자도 많다고 한다.

뉴스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자신이 가진 관심도를 피력하려면 그 사건의 원인·결과·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1~2분 안에 핵심만 뽑아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김홍유 경희대 취업담당 교수는 “반드시 지원 회사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라”고 조언했다. 홈페이지에는 지원 회사·업계 관련 정보가 고스란히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만 보고 넘길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 스토킹은 여기서!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정보를 파악했다면 해당 산업의 동향도 알아보자. 전문 지식을 묻는 질문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면접에서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아래 산업군별로 분류된 전문지·연구소 등의 사이트를 방문해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군의 최신 뉴스와 전문가 분석을 읽어보자.

IT : 지디넷코리아(www.zdnet.co.kr), 디지털타임즈(www.dt.co.kr),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blog.hankyung.com/kim215)
금융: 하나금융경영연구소(www.hanaif.re.kr), 산은경제연구소(rd.kdb.co.kr), 한국금융신문 (www.fntimes.com)
자동차 : 오토타임즈(autotimes.hankyung.com), 오토모티브뉴스(www.autonews.com)
조선·해운 : 선박뉴스(www.shipnews.co.kr), 한국해운신문(www.maritimepress.co.kr)
항공 : 항공뉴스 (news.airportal.co.kr), 에어와이즈(news.airwise.com)
에너지·화학 : EBN화학정보(chem.ebn.co.kr)
건설 : 건설경제(www.cnews.co.kr)


4 테스트 받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지원자들에게 가장 곤란한 면접 중 하나가 바로 ‘압박 면접’일 것이다. 압박 면접은 지원자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압박하면서 행하는 방법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자세와 지원자의 실제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계획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주로 압박 면접에서 실패를 맛보는 이유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서다. 지금까지 지원자가 열심히 쌓아온 스펙을 깎아내리거나 발언마다 말꼬리를 잡고 빈정거리면 지원자는 당황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울컥하는 마음에 면접관에게 따지고 드는 경우가 많다.

압박 면접을 받을 때는 압박 면접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상기해보자. 압박 면접의 목적은 지원자의 잘 조절된 감정 상태를 무너뜨려 실제 모습을 보려하는 것이지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에서는 압박 면접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살피기도 하는데 울먹이거나 화를 내면 “저는 이 직장에 맞지 않는 인재입니다”라고 천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면접관이 압박해올 때는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면접관이 이 질문을 통해 얻어내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면접 스터디를 활용해 압박 면접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더 좋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말꼬리를 잡으면 할 말 없게 만드는 게 상책

아르바이트를 통해 홀로 학교생활을 꾸려나갔던 A씨. 모 대기업 최종 면접에서 “학비를 스스로 해결하게 한 부모님이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무리 좋게 설명해도 면접관은 집요하게 말꼬리를 물었고 결국 “당신은 분명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다. 당신의 어머님에 대해 말해봐라”라는 질문에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이우곤 HR연구소 소장은 “집요한 질문은 길게 끌고 가면 결국 자기 손해”라며 “면접관이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게 틀어막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위의 질문에 대해 이 소장이 제시한 해답은 다음과 같다.

“귀사에 면접 보러 간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구두까지 닦아주시고, 어머니는 마사지까지 해주시면서 첫 월급으로 외식하자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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