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장기 투자, 정말 최선입니까?

‘장기계획 투자’가 정답입니다

20대 후배 여러분, 여름방학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강력 추천합니다. 친한 친구와 함께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 들로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인생은 결국 이야기들의 조합인데요, 여행은 여러분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제공하는 좋은 소스가 될 것입니다.

비단 여행뿐이 아닙니다. 땀 흘리는 아르바이트도 좋고 ‘전쟁 같은 사랑’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재테크 관련 공부도 살짝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국내뿐 아니라 전 지구상의 재테크 서적을 모아놓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꼽으라면 아마도 ‘장기 투자’라는 말이 상위 3위 안에는 들 것입니다. 특히 펀드 투자에선 “장기 투자해야 성공한다”는 말이 공식처럼 사용되고 있죠. 그런데요, 정말 장기로 투자하면 성공합니까? 확실해요? 장기 투자가 최선입니까?

오늘 편지에선 왜 펀드 투자에서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장기 투자라는 용어의 숨은 뜻도 점검해보겠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아무리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받았어도 최대 5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원금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령 코스피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 펀드에 가입한 후 바로 대폭락을 경험했던 사람들도 최대 5년간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버텼다면 원금은 찾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1989년 3월 국내 증시는 정말 거품의 정점에 있었는데요(여러분에겐 조금 낯선 시기일 수 있겠네요) 이후 바로 고꾸라졌죠. 하지만 당시 최고점에 가입했던 투자자도 5년 6개월 후인 1994년 9월엔 원금을 찾았습니다.

또한 1999년 12월 ‘바이 코리아’ 열풍의 꼭지에 가입했던 사람도 4년 2개월 후인 2005년 2월 투자 원금을 회복할 수 있었고요.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때도 3년 4개월 이후부터는 원금 회복은 물론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펀드 전문가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펀드를 하려면 무조건 3년 정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간 경험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이런 장기 투자의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그 핵심은 바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승과 하락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상승하는 증시의 기본적인 속성 때문인 것이죠.

어떤 주식시장이 1000일 동안 1000% 상승을 했다고 해볼게요. 이때에 증시는 매일 1%씩 올라 1000일째 1000%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은 처음 50일간은 -20% 급락하고, 또 어떤 1개월엔 40% 급등하는 모습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식형 펀드 투자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전 구간 동안 짧게 나타나는 급등기에 반드시 펀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반드시 펀드를 보유하고 있어야 급등하는 수익률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이 시기를 맞힐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3~5년 정도 넓게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려야 하고 이것이 바로 펀드 장기 투자로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여러분, 혹시 월가의 살아 있는 전설 ‘피터 린치’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피델리티 운용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누적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는데요, 당시 미국 100가구 중 1가구는 ‘마젤란 펀드’에 가입했는데 피터 린치는 은퇴식 날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마젤란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 중 절반이 원금 손실을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아니, 누적수익률 2700%의 펀드인데 투자자 절반이 마이너스 수익이라니요? 이유는 바로 1~2년 만에 가입과 환매를 반복했던 단기적인 투자 행태에 있었습니다. 이들 중 다수는 시장 급등기를 피해 갔었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을 누리지 못했던 것이죠.

Time is money BE 1
그러나 장기 투자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생각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장기 투자는 ‘장기계획 투자’의 준말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지금 적립식 펀드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시작부터 최소한 3년, 길게는 5년을 유지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먼저 세워야 하고 거기에 맞는 금액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짜고짜 “매달 50만 원씩 투자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로 시작해버리면 안 됩니다. 겨우 6개월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20대에게는 정말 힘든 금액이죠. 어쩌면 딱 투자를 포기하고 난 다음 달부터 주가는 폭등할 수도 있고요.

장기 투자라는 말은 장기로 버틸 수 있는 자금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유동성 부족 때문에 원치 않는 포기를 하지 않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급등기를 놓칠 확률도 줄어들죠.

여러분, 3~5년 펀드를 투자하는 동안 폭락기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두려움만으로 투자를 포기하는 건 괜찮은 대응이 아닙니다. 경험적으로도 그랬고요, 확률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계획 투자는 이런 공포의 시기에도 여러분에게 큰 힘을 줄 것입니다.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