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커피 한 잔] 싱어송라이터 뎁(deb) 청춘들이여, 기타를 잡아라!

길고 길었던 장마가 조금씩 꼬리를 내리던 지난 7월의 어느 날,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인디 뮤지션들의 자그마한 공연이 있었다.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두 팀의 연주가 끝나자 이윽고 그녀가 무대에 섰다. 공연에 함께했던 지인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녀의 인상에 대해 말했다. “마치 소녀 같아요.”

한없이 여린 소녀 같기도 하고, 때론 장난꾸러기처럼 보였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그녀는 정말 간단하게 관객을 압도했다. 아니, 관객을 자신의 음악 속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은 노래하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그녀 자신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뎁(deb)’. 인기 듀오 페퍼톤스의 음악에 객원보컬로서 발랄한 목소리를 더하기도 했고, 2008년 발매됐던 1집 ‘Parallel Moons’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신인음반상을 받기도 했던 옹골찬 실력파 뮤지션이다.


사실 뎁과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호 ‘140자 인터뷰-밸런타인데이, 이 사람에게 초콜릿 받고 싶다’에서 트위터를 통해 짧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혹시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물론 기억하죠. 이민호 씨라고 대답했었잖아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인터뷰. 그때와 달라진 것은 여름이 됐다는 것과 그녀가 새로운 음반을 들고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비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덥지도 습하지도 않았던 그날, 홍대의 어느 카페에서 다시 뎁을 만났다.

새 앨범을 기다리는 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조금 늦춰 발매됐는데 혹시 지난 1집 준비 때와 같은 불상사(컴퓨터 고장으로 데이터가 날아갔었다)가 있었던 것은 아니죠?

deb 네. 그때 이후로 이중삼중 백업을 해둬서 그런 일은 없었어요.(웃음) 원래 작년 연말에 발매하기로 계획하고, 편곡 다 끝낸 후 녹음만 남겨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 가을 녹음실이 물에 잠기면서 미뤄졌고, 이사를 해서 또 연기되고, 사장님이 입원하시게 되면서 한 번 더 기다렸죠.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제 색깔을 명확히 할 수 있었어요.

1집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deb 1집 때 펼쳐놓은 것을 가지치기해서 정확히 하는 것에 신경 썼어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고요. 생활의 변화도 많이 녹아든 것 같아요. 1집 때는 방에서 혼자 만들었는데, 이번 앨범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면서 만들었거든요.

1집 활동했을 때 사람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제게는 참 경이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게 됐고, 그 느낌이 앨범에 묻어난 것 같아요.

기타, 건반, 아코디언 등 못하는 악기가 없는 것 같아요. 처음 잡은 악기는 무엇이었나요?

deb 초등학교 때 클래식 피아노를 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기타예요. 고등학교 때 대학생이 된 오빠가 치다 만 기타가 있었거든요. 그 기타를 제가 받았죠. 처음에는 코드만 더듬더듬 잡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였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대학 때 전공(생물학)이 사뭇 달라요.

deb 제가 과학을 굉장히 좋아해요. 어차피 스무 살 넘으면 음악을 할 것이니까 대학에서는 내가 흥미 있는 것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음악은 언젠가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음대 진학 꿈도 있었을 것 같아요.

deb 고1 때 선생님께 “음대를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너 피아노 어디까지 쳤어?”라고 되레 물으시더라고요. “체르니 30번이요”라고 대답하니 “됐어, 넌 끝났어”라고 하셨어요. 선생님이 늦었다고 말씀하시니까 저도 ‘늦었구나’ 생각했어요.

만약 그때 선생님이 “한번 해보겠니?”라고 말하셨다면 음대를 갔을지도 몰라요. 사실 지금 음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진로 고민은 항상 해요. 음악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20대 초반의 뎁에게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deb 밴드를 처음 결성해서 클럽을 하나하나 돌며 공연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스매싱 펌킨스(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노래를 많이 따라했었죠. 물론 자작곡도 했고요.

지금까지 삶의 터닝 포인트를 꼽아본다면?

deb 페퍼톤스를 인터넷에서 만난 거예요. 밀림닷컴(자체 제작한 곡을 올려 홍보하던 사이트로 현재 서비스 중단)에서 저도, 신재평(페퍼톤스 기타) 씨도 음악을 올리는 회원이었어요. 제 목소리를 재평 씨가 듣고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죠.

그렇게 음반 녹음을 하게 됐어요. 그들과 활동했다는 점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음악을 즐기고 또 사람들에게 점점 인정받는 페퍼톤스 모습을 보면서 큰 힘을 얻게 됐어요.

라이벌로 생각하는 뮤지션이 있나요?

deb 음악에서 라이벌은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모두 다르고 개성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아요. 자기 색깔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뮤지션 뎁에게 음악은 어떤 것인가?

deb 예전에는 너무 절실한 나머지 음악에 조금 부담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삶의 동반자로 생각해야지 지나치게 내 모든 것을 걸면 조금만 틀어져도 큰 충격으로 돌아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또 지금 즐기고 있는 것이 음악이에요.

뮤지션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deb 이병우 영화음악 감독 같은 훌륭한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노래를 정말 잘 만드시는 것 같아요. 패티김 선생님처럼 되고 싶기도 해요.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보고 싶기도 하고요. 전 꿈이 아주 많아요.(웃음)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deb 뭔가 직감이 오는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몰라요. 지레 겁먹고 자신을 지키려 하면 불편한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삶의 재미는 놓치게 되죠.

많이 경험하고 느낄수록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생겨요. 이번 타이틀 곡 ‘소녀여 기타를 잡아라’가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잘 쳐라’가 아니라 ‘잡아라’잖아요. ‘잘 칠 것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시작하라’는 뜻이에요.

마지막 질문인데 지금 행복하세요?

deb 네.(웃음) 저는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사실 행복이라는 것이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고 ‘좋은 일이 있으려고 액땜하는 거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선택인 것 같아요. 전 긍정적이랍니다.

본명 : 김민경
1980년 생
단국대 생물학과 졸업
2008년 1집 ‘Parallel Moons’
2010년 싱글 ‘Salt and Pepper’
2011년 2집 ‘백만불짜리 여자’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신인음반상
Homepage : bedeb.com
Twitter : @debindebshow

뎁 2집 ‘백만불짜리 여자’

발매일 : 2011년 7월 7일
타이틀 곡 : 소녀여 기타를 잡아라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장소협찬 Cafe Wonderland(02-3143-2651) 서울 마포구 서교동 347-14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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