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석] “유통업 쉽게 보면 안 돼… 다양한 경험 쌓은 인재 환영한다”

유통HR & 대학생 좌담회

지난 7월 13일 오후 3시, 한국경제신문 본사 3층에 긴 줄이 늘어섰다. 대학생들이 어림잡아 50명이 넘었다. ‘한경 유통HR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한경 유통HR 좌담회는 한국경제신문 잡코칭 사무국에서 마련한 자리다. 유통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과 유통HR 담당자, 그리고 대학 취업경력센터 팀장들이 만나 의미 있는 취업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평소 유통업계 취업을 꿈꾸던 이들이 모인 만큼 좌담회 시작 전부터 상기된 표정의 학생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자리를 빼곡히 채운 학생들은 7월호 캠퍼스 잡앤조이를 살펴보며 순서를 기다렸다.

장윤영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일 년에 두 번의 그룹 공채와 두 번의 인턴사원 채용을 합니다. 소문에는 고스펙 소유자를 많이 뽑는다고 하는데 스펙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을 뽑고자 합니다. 면접은 학력, 학점, 외국어 점수 등을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송대호 신세계백화점 인사팀 과장은 “연간 100여 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 전역장교 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턴십으로 뽑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제까지는 4학년 1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다음부터는 4학년 2학기에도 인턴십을 운영하자는 내부 논의가 있었습니다. 또 올해 처음으로 해외 유학생 대상 글로벌 인턴십을 마련해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임태윤 현대홈쇼핑 인사팀 책임은 채용 특징과 더불어 취업 시 마음가짐에 대해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원자들에게 ‘왜 유통업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전하기 쉬운 업종일 거라는 느낌 또는 전공 불문하고 뽑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면 곤란합니다. 유통 전문가가 되려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입사 이후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도 전문가를 키우려는 생각으로 채용과 인적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날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유통 전문가’였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하나같이 ‘유통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좌담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열띤 분위기로 달아올랐다.대학생들이 진지하게 질문하면 인사담당자들은 성실하게 답변했다. 순서 중간 중간엔 경희대, 전북대, 한양대, 홍익대 등 각 학교 취업경력센터 팀장들의 ‘한마디’가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애정 어린 조언을 했고, 기업에겐 긴밀한 협조를 요청했다. 기업, 대학, 학생이 ‘취업’이라는 주제 아래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한경 잡코칭 사무국은 앞으로 업종을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좌담회를 열 예정이다.

좌담회 이모저모

“3시간 차 타고 왔어요.”

전북대 학생 30여 명이 단체로 차를 빌려 참가했다. 유통 관련 취업동아리 회장을 비롯 유통업종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학생들을 이끈 이윤선 전북대 종합인력개발원 팀장은 “지방대 인문사회 계열의 95%는 대기업 입사의 꿈을 접은 지 오래다”는 다소 강한 말로 포문을 열어 좌중을 긴장케(?) 했다.

그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그룹 차원에서 지방의 거점 대학들에 지역 마케팅 조사 등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대호 신세계백화점 인사팀 과장은 “지방에 점포가 많이 생기고 있고, 내부에서도 지방대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장윤영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다양한 학교와 전공의 학생을 뽑으려고 한다. 지방대에도 리크루팅을 나가고, 전국 단위로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통업계 인재상은 무엇? 기업 인사담당자와 대학생의 Q&A

Q 유통 물류업 관련 해외인턴십을 일 년 정도 계획하고 있는데, 다녀오면 나이가 많아져 고민이다. 해외인턴십이 중요한 ‘경험’이 될까?

장윤영 매니저 예년에 비해 해외인턴십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단순히 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으며, 그 경험이 롯데가 찾는 인재상과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채용 시 특별한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해외인턴십에서 좋은 경험을 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홈페이지에 있는 모호한 인재상이 아닌 진짜 인재상이 궁금하다.

장윤영 매니저 인재상이 가치적인 개념이다 보니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 같은데 잘 분석해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아무래도 백화점이니까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웃는 얼굴, 친절한 말투,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야 한다. 리더로서 또 팀원으로서 팀이 잘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송대호 과장 요즘 신세계에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채용 시에도 ‘감도’가 있는 직원을 뽑고 싶어한다. 그 감도는 결국 경험에서 쌓인다고 생각한다.

방학 때 아르바이트라도 해보고, 유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도움되지 않을까. 유통업은 고객과 소비자 한 명 한 명을 상대하는 업종이다. 채용된 사람 중 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드물다. 밝은 표정을 짓는 게 좋다. 또한 근성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소위 ‘공주과’는 지양한다.

임태윤 책임 첫째, ‘공유’를 잘해야 한다. 같은 업종 사람들끼리 정보를 잘 주고 받을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한다. 둘째, 경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평가나 경쟁에 부담을 가지면 안 된다. 셋째, 욕심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해도 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Q 백화점 영업 지망생이다. 업무에서 협력업체와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임태윤 책임 신입사원이 협력업체 사원과 일할 때 어려워하는 점은 나이 차이다.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은 경험이다. 협력업체 사원들이 현장에서 키워온 경험을 배우고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디테일해야 한다.

협력업체 사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까이서 접촉하며 다 알아야 한다. 또한 시스템을 다 알아야 한다. 만약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답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Q 공대생인데 유통업종에 취업하고 싶다. 이공계 출신 유통업 종사자가 많은가?

장윤영 매니저 이공계 출신은 전체의 5~10% 정도일 것 같다. 중요한 건 백화점 같은 경우 전공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경제를 전공했다고 해서 우대하지 않는다. 이공계 전공자가 지원을 많이 하지 않아서 비중이 낮은 것이지 이공계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은 없다.

Q 주변 면접 경험담에 따르면 ‘면접관 취향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더라.

임태윤 책임 리크루팅을 진행할 때 눈에 띄게 예쁜 지원자들이 있었다. 결론은 면접에서 다 떨어졌다. 한번은 면접을 진행하는 임원에게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그는 ‘2년 단위로 잘라서, 이 사람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를 본다고 하더라. 그리고 ‘단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꼭 한다고 했다.

면접관 손에는 지원자의 인턴생활 평가를 담은 리포트가 들려 있다. 이미 알고 질문하는 거다. 이때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나 정확한 답변을 들으면 통과시키고, ‘단점은 단점이다’라고 느낄 경우 불합격시킨다고 했다.

Q 여성이기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송대호 과장 여성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신세계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신세계 인턴사원 74명 중 39명이 여성이다. 근성과 열정을 가진 여성이 많다. 채용에 남녀 차별은 전혀 없다.

임태윤 책임 현대도 여성 사원 비율이 높다. 또 성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 중 여성이 많다. 내가 있는 인사팀에서도 여성이 더 당당하게 일을 잘하더라.

장윤영 매니저 오히려 여성의 감성이 백화점에 잘 맞다고 판단한다. 여성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유통 쪽은 여성 비율이 50% 정도 될 것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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