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탐방]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달라진 금융업, 새로운 생각이 필요해”

만나고 싶었습니다

7월 15일 오후, 40여 명의 대학생이 우리투자증권 본사 12층 임원실에 모였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황 사장과의 만남은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가 주관하는 국가공인경제 이해력 시험인 TESAT(Test of Economic Sense and Thinking)의 고득점자를 위해 마련된 ‘직무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대담 시작 전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금융·증권업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주는 황 사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내 밝은 표정이 됐다. 대학생들이 가장 진출하고 싶은 분야 중 하나인 금융업과 증권업에 대해 한국 최고의 증권사 CEO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생한 멘토링 그 자체였다. 1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을 관통한 단어는 ‘꿈’이었다.


우리투자증권 본사 1층 로비의 양쪽 벽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적힌 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꿈을 이루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황 사장의 작품이다.

“사장으로 취임한 후 3가지 경영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 우리투자증권이 자본시장 선도 회사로 성장하는 것, 둘째 많은 인재가 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는 것, 마지막은 그렇게 모인 인재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투자증권에는 매년 40명가량의 인재가 입사한다고 한다. 금융의 꽃이라고 불리는 증권업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황 사장은 “지금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평했다. 금융업이 활발해지고 앞서나가는 시기는 산업이 호황기를 겪은 다음 단계이기 때문이다.

“요즘 ‘산업에는 삼성전자가 있는데, 왜 금융에는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없느냐’라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금융이 산업을 앞서나갈 수는 없어요. 금융이 꽃을 피우는 것은 산업이 열매를 맺고 난 다음입니다. 산업이 크게 발전한 지금, 금융의 장래는 밝습니다.”


증권은 금융의 꽃

한국 자본시장의 상황이 금융업에 긍정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과거 고도 성장기를 겪으며 이룩한 발전 수준만큼 축적한 자본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삶의 질을 중요시 여기는 베이비 부머(1955~63년 생)가 은퇴하는 시점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시대가 다가오고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부동산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에 축적된 자산이 현금화돼 금융 자산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크기가 커지는 만큼 금융업의 미래는 밝아지는 것이죠.”

예전에는 금융 산업이 산업의 보조 역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황 사장은 글로벌 시대에 맞게 금융업의 역할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사들의 자산은 1000조 원이 넘죠. 그것의 1%만 수익을 낼 수 있다면 1년에 2조 원의 영업 이익을 내는 모 자동차 기업의 5배가 넘는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금융 산업을 훌륭히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입니다.

금융 산업이 훌륭히 크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산업으로 축적한 부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금융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융 산업에는 은행과 증권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이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 부문에 많이 집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증권 부문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적금을 통해 자산을 축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적금보다 적립식 펀드에 많이 가입하죠. 이제 저축 시대가 아니라 투자 시대가 온 것입니다.”

개인이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이 달라진 것처럼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여태까지는 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사용했지만 지금 대기업들은 대출보다는 유상증자(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황 사장의 말처럼 간접 금융 시대가 아닌 ‘직접 금융’ 시대가 온 것이다.

“직접 금융 시대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내로라하는 대형 은행 몇 군데가 버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향후 금융 시장의 향방은 증권에 달려 있습니다.”

황 사장은 금융업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창조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돈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금융은 창조적인 생각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생각을 갖는다면 아마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입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1953년 경북 경주 출생
1980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
1985년 미국 코넬대 최고경영자 과정
1993년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
1996년 한화 헝가리은행 행장
1997년 씨티은행 북미담당 영업이사, 서울지점 이사
19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2000년 PCA투자신탁운용 사장
2009년 우리투자증권 사장
2011년 제3회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대상 수상 (혁신경영 부문)

TESAT 고득점이면 증권사 취업도 어렵지 않아

경제 이해력 시험 국가공인 1호인 TESAT은 많은 대학생이 선망하는 증권사 취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효자 스펙’이다. 많은 증권사가 TESAT 고득점자를 선발하기 위해 증권 직무 설명회를 갖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

모 증권사의 경우 TESAT 고득점자를 인턴으로 채용하기 위해 TESAT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경제신문과 협의 중에 있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TESAT 고득점자를 추천받아 사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증권회사들이 TESAT 성적 우수자를 선호하는 것은 TESAT이 검증하는 경제 이해력이 증권회사 업무 수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CEO와의 만남 후기

박민희(충북대 경영 3)

지난 학기 ‘증권 시장’이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실제로 증권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었다. 우리나라 증권사 중 IB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을 탐방하며 실질적인 업무 내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꿈의 직종으로 여겨지는 ‘애널리스트’의 업무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에 현혹돼 직업을 삼을 것이 아니라, 연애하듯이 자신의 직업을 신중히 찾아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또한 증권사 하면 흔히 떠올리는 높은 연봉, 화려한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무조건 스펙을 이것저것 쌓을 것이 아니라 증권사 중에서도 어떤 직무를 할지 파악해서 차근차근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감 있는 태도, 최고를 지향하는 열정, 예의와 팀워크, 조직의 규칙 준수 등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미향(국민대 국제통상 4)

“처음 내딛는 발걸음이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한다. 두려워 말고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라.”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많은 대학생이 바라는 직종이지만 너무나 높아 보이는 벽 때문에 증권맨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접 증권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도전의 중요성’이었다.

또한 ‘설득력 있는 영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느꼈다. 근래 여러 증권사의 광고를 통해 알 수 있듯 자산관리영업이 점차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마인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업무 강도가 높음에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건 그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가지지 않은 자는 땀을 흘릴 수 없다”는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의 말처럼 앞으로 내 꿈을 위해 땀을 흘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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