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발견의 과정’이란다

예비 창업자에게 주는 편지_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는 2500만 회원 수를 자랑하는 ‘국민 홈피’ 싸이월드의 창업자다. 현재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런파이프’로 다시 한 번 신화 만들기에 도전 중이다. ‘성공 벤처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형 대표가 들려주는 금과옥조에 귀를 기울여보자.


기업을 시작한다는 것

손에 크레용을 든 다섯 살짜리 꼬마가 벽에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사업이란 것은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 창업자의 마음은 하얀 벽에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꼬마의 마음과 비슷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행운이다.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사업을 하게 된다면 우선 자신이 그러한 행운을 가졌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사업은 기회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과 사업 모델 그리고 인력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원이자 기회다. 그런 기회와 자원에 대하여 소중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좋은 세상이란 이러한 기회가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는 곳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

기업 활동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발견의 과정’이다. 소속된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 그것을 해결할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기업을 하는 이유다. 창조는 타고난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발견은 꾸준함과 성실함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

우리는 아이폰을 보고 혁신과 창조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편리한 소통 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찾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공동체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찾아내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첫 번째는 거절이다. 나는 직장 생활을 8년 가까이 한 후 창업을 했다. 견디기 힘든 일은 바로 거절 당하기였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고, 우리 회사를 알아주는 회사는 더욱 없었다. 그래서 첫 만남은 늘 거절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고객들에게 싸이월드 서비스를 사용해보라고 권유하면 이미 다른 것을 사용 중이라고 거절했다. 싸이월드 비전을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하면 다음에 보자며 거절했다. 우수한 개발자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청을 하면 이후 연락이 없었다.

거절에 굴복하면 지치고 소심해지고 주눅 들게 된다. 하지만 거절을 극복하면 나의 단점을 찾아내고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드는 힘을 만들 수 있다. 누군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하지만 사업에서 실패라고 할 만큼 큰 사건은 자주 생기지 않는다.

차라리 작은 실패라고 할 수 있는 거절은 무수히 발생한다.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거절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거절 속에서 성공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 거절 때문에 상처받는 소인배는 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확신이다.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자 기자들이 물었다. “언제 싸이월드가 성공한다고 확신했나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나서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기자들이 싸이월드가 성공했구나 라고 알게 된 시점과 우리가 성공했구나 라고 알게 된 시점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곰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날이 동굴에 들어가고 나서 21일 후라고 한다. 20일째 저녁 11시 59분에 곰은 자신이 1분 후에 인간이 될 것이라고 알았을까.

아마 몰랐을 것이다. 호랑이가 성공이 서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걸 알았다면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는 것, 짝사랑하던 여자의 마음을 얻는 것과 같이 세상에서 누구나 원하고 얻고 싶어하는 것 대부분은 한순간에 이루어진다.

우리가 힘든 것은 그 순간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루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확신이 필요하다. 나는 반드시 인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을 공고하게 해줄 노력들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가가 할 수 있는 일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고 한다. 돈을 벌지 못하면 기업이 아니라고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은 영리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기업이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똑같은 자본과 기술력을 가지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가 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었다. 쉽게 말해서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다. 우리는 그 기술을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우리와 같은 기술을 가진 다른 회사들은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벌고 쇼핑몰을 만들어 돈을 벌기도 한다. 어떤 회사는 남녀 만남을 주선해서 돈을 번다. 기업가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가적으로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 그리고 도덕적인 책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회 구성원의 지속적인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방해하는 것인지를 기업 활동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이 뭔지 모르고 막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면 뭐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법이 그 정도로 완벽한 울타리는 아니다.

타인의 행복을 위협하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기업도 공동체의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는 수단이다. 힘들여 만들어낸 상품과 서비스가 공동체의 행복을 위협하는 도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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