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섹스 앤 더 시티’ 때문에 엄한 상상을 했다

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Extra!

뉴욕을 represent대변하는 TV 드라마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뉴욕에 대한 드라마가 많지만 ‘섹스 앤 더 시티’만큼 뉴욕의 이미지를 잘 포장한 드라마도 rare(드물다).

드라마 때문에 뉴욕이 더 알려진 것인지, 뉴욕이 유명해서 드라마가 덕을 본 것인지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뉴욕에 간다면 분명히 expectation(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성인이 돼서 다시 뉴욕에 돌아갔을 때 그 드라마의 influence(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고 그 드라마에 비친 삶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욕에 도착한 지 한 달 후, TV에서 ‘섹스 앤 더 시티’가 나오면 투덜거리며 다른 채널로 돌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공부할 게 너무 많았다. (음…) 아니, 보기보다 내가 눈이 높다. (오잉?) 아, 기회는 많았으나 선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하!)

실은 나의 status(신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중 대학생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거의 없다. 대부분 Midwest(미국 중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은 뭐니 뭐니 해도 직장인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다. 그래서 학생 신분으로 그런 드라마를 보다가 막상 뉴욕에 가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허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꽤 있다.

그렇다고 뉴욕의 대학생들이 reality(현실)에서 드라마틱한 일들을 겪으며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찌질이 같은 에피소드가 많을 뿐이다(적어도 나로서는). 한 예를 들어보겠다. 어느 날 학교 컴퓨터실에서 printout(인쇄물)을 뽑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톡톡 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뒤돌아봤더니 생전 처음 보는 건장한 덩치의 백인 여자가 껌을 하나 달라고 했다. Straightforward(단도직입적)으로 물어서 움찔했지만 호주머니에 껌이 없어서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back pocket(뒷주머니)가 열린 채 놓여 있는 내 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껌이 네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껌을 안 줬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가방에서 조용히 껌을 꺼내어 주고 내 볼일을 봤다.

After a while(한참 후에)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녀가 나를 마음에 들어해서 뉴욕 스타일로 추파를 던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자연스레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contact information(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데이트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본 것이다.

그래서 찌질이처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뉴욕 도착한 지 2주 만에 백인 여자에게 유혹을 받았다고 자랑했고, 내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들은 사람들은 황당해했다.

아울러 뉴욕은 참으로 lonely neighborhood(외로운 동네)라면서 내 정신적인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도 생겼다. 뉴욕은 솔로에게 비참한 동네라는 것에 이제는 agree(동의)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나를 seduce(유혹)하려 했다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 일이 기폭제가 되어 대단한 confidence(자신감)을 얻은 나는 다양한 nationality(국적)의 여자들과 로맨스를 즐겼지만 아직까지 금발 머리의 늘씬한 여자, 남자들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흔히 환상을 갖는 그런 여인과는 로맨스를 즐기지 못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너무 잘나가는 뉴요커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라서 계속 보고 있으면 배가 아프다. 그래서 나는 미국 TV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시트콤인 ‘사인필드(Seinfeld)’의 재방송을 즐겨 본다.

뉴욕, 그것도 내가 사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Upper West Side)를 배경으로 하는 ‘사인필드’는 4명의 중심 캐릭터 모두 loser(찌질이) 같은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평범한 뉴요커들의 애환을 담은 뉴욕 라이프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러분도 한번 보길 바란다.

represent 대변하다, 대표하다
단체나 모임을 대표하는 사람을 representative라고 부른다. present가 ‘현재’라는 뜻을 지닌 것이 흥미롭다. 여기서 사용되는 ‘re-’는 ‘다시’라는 뜻이 아니다.

rare 드문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어는 few, occasional, scarce, seldom, sparse, uncommon 등이다.

agree 동의하다
‘반대하다’는 영어로 뭘까? 정답은 disagree다.

influence 영향
‘영향력, 세력’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동사로 사용될 때는 ‘영향을 미치다’라는 뜻이 된다. The influence of my father와 My father influenced me를 보면 앞 문장의 influence는 명사로 사용된 것이고 뒤 문장에서는 동사로 사용된 것이다.

status 신분
‘위신, 신분’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status quo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는 ‘현 상태, 현 상황’을 의미한다.

Midwest 미국 중서부
‘서쪽으로 가다가 중간쯤’이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이 단어는 방향이 아닌 지역을 의미할 때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사용해야 한다.

reality 현실
real은 ‘진짜의, 진정한’이라는 의미가 된다. surreal은 ‘초현실적인, 환각적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reality는 ‘현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surreality라는 단어는 없다.

printout 인쇄물
학교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다. 프린터에서 뽑은 인쇄물을 통틀어 printout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after a while 한참 후에
시간이라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after a while도 ‘한참 후에’가 아닌 ‘잠깐 후에’로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잠깐 후에’는 after a moment라고 해야 의미가 확실히 전달된다.

straightforward 단도직입적
주로 말을 할 때 straightforward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한국어로도 마찬가지다.

back pocket 뒷주머니
앞주머니는 뭐라고 해야 할까? 정답은 front pocket이다.

contact information 연락처
contact는 ‘연락하다’라는 의미이고 information은 ‘정보’다. 따라서 ‘연락할 수 있는 정보’, 즉 ‘연락처’가 되는 것이다.

lonely neighborhood 외로운 동네
이 영어 표현의 한 철자만 바꾸면 ‘외로운 동네’에서 ‘사랑스러운 동네’로 의미가 바뀐다. 어떤 철자인지 맞혀보자.

expectation 기대감
expect는 ‘기대하다’라는 뜻이 있다. I expect you to be there는 ‘나는 네가 그곳에 있기를 기대한다’가 된다.

seduce 유혹하다
seduce라는 단어를 입으로 계속 종알거려보자. 계속. 계속. 정말 유혹하는 느낌이 나는 단어가 아닌가? ‘유혹’은 seduction이라고 한다.

confidence 자신감
confident는 ‘확신하고 있는, 자신감이 있는’을 뜻한다. confidence가 넘쳐흐르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confident person이 되면 이미지가 좋아진다.

nationality 국적
nation은 ‘국가’를 의미하고 national은 ‘국가의, 전국적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다시피 nationality는 ‘국적’을 의미한다.

loser 찌질이
lose는 ‘잃다, 지다’를 의미한다. 그래서 loser는 ‘잃은 사람, 진 사람’을 의미하며 winner의 반대말이 된다. 하지만 게임이나 시합에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 loser라고 부르면 ‘찌질이’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He is a loser와 같이 사용된다.

OLYMPUS DIGITAL CAMERA

이유진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뉴욕에서 태어나 콜롬비아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언어학을 부전공. 20대 초반 공대를 거쳐 의대로 진학했다가 결국 인문학을 택하는 여정을 겪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