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꽤 괜찮은 당신이 연애를 못한다면…혹시 철벽남, 철벽녀?

“너같이 멀쩡한 애가 어째서 연애를 못하고 있는 거니?” 이런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있다면 당신은 철벽남 혹은 철벽녀일 가능성이 높다. 액면가 그대로는 분명히 이성에게 매력적인데 정작 연애로 연결되지 않는 건 당신이 그만큼 까칠하고 보이지 않는 벽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말랑말랑 달콤한 연애 라이프를 당신의 삶 안으로 들이고 싶다면 당장 그 벽을 낮고 말랑하게 만드는 게 급선무란 얘기.


사실 철벽 남녀란 단어를 들었을 때 뜨끔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철벽남, 철벽녀가 돼버렸지만 그 사실을 대놓고 알려줄 인연의 끈조차 만들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자꾸만 엇나가는 인연 속에서 ‘대체 왜 나는?’이란 의문만 커진 채 애꿎게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보채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당신이 철벽 남녀인지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철벽 남녀 테스트를 살짝 해보시길. 워낙 찾기 쉬우므로 굳이 여기서 더 언급하진 않겠다.)

철벽 남녀란 사실 매우 단순하다.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어서 이성에게 어필하기에 딱히 치명적인 무언가가 없는 상황임에도 너무 차갑거나 이성이 도저히 다가가기 힘들게 하는 몇몇 잘못된 리액션이나 애티튜드를 갖고 있는 사람을 철벽 남녀라 부른다.

“몇 주 전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는 전형적인 철벽녀였어요. 처음엔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았죠. 서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고요. 하지만 취향이나 요즘 생각하는 것과 같은 좀 더 깊이 있는 주제로 이야기가 진전되자 그녀의 성향이 드러나는 거예요. 이런저런 질문을 하자 점점 ‘아닌데요’ ‘그건 저도 모르죠’ ‘그거 꼭 얘기해야 해요?’라는 식으로 대꾸하기 시작하더군요.

솔직히 소개팅 자리에 나왔다는 건 그녀도 남자를 만날 의지가 있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딱 벽을 쌓고 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야기하기 싫은데 억지로 대꾸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분명 매력적인 여자였지만 그런 태도를 참을 수 없었고 그날의 만남은 흐지부지돼 버렸어요. 나중에 주선자에게 들으니 놀랍게도 그녀는 저를 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그렇게 행동하다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를 열어 보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면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공개하는 것도 상대방에게 꽤나 부담스러운 액션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단단한 철옹성을 세워 그 뒤에 숨는 것은 부담을 넘어 당황스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현실에서 철벽남보다는 철벽녀가 더 많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는 모름지기 신비로운 면을 남겨둬야 한다’는 흔하디 흔한 연애 조언을 오해한 것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을까?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리거나 상대에 대한 호감을 액면 그대로 드러내는 건 자신의 가치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니 자제하라는 뭇 연애전문가의 조언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적절한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건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은 둘 사이에 일말의 케미스트리가 존재할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신비주의 전에, 그의 마음속에 ‘잘하면 그녀와 잘될 수도 있겠는걸’이라는 푸른 신호등이 켜지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그 푸른 신호등이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약간이라도 철벽을 느낀 남자라면 신비주의고 뭐고 느낄 새도 없이 포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철벽 남녀로 등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좀 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짜봤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죄다 연인이 있는데 왜 나만 솔로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당장 이 리스트대로 행동을 바꿔보라. 당신이 먼저 그 철벽을 깨지 않는 이상, 그 철벽에 힘겹게 기어올라 당신에게 말 걸어줄 사람을 찾기는 정말 힘든 세상이니까.


기억해!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야

철벽 남녀의 가장 큰 특징은 함께 있는 사람이 ‘이 사람이 나에 대해 정말 관심이 없나보다’라고 느끼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철옹성같이 높은 벽 안에 숨어서 자신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미안하지만 아주 인내심이 많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런 당신을 의욕적으로 개과천선시켜 주려는 사람은 없다.

너도나도 외로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연애를 하고 싶은 것 아닌가. 한 번 더 웃어주고, 은근히 관심을 흘리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법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란 속담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됐다는 거!


눈을 낮출 수 없다면 넓혀라

차갑고 경직된 태도에 덧붙여 이상형이 과하게 높다는 것도 철벽 남녀의 특징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은 높아서 나쁠 것이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남녀를 막론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고, 어지간한 남자는 발밑의 때처럼 여기는 여자에게 자신감 있게 다가올 남자는 흔치 않다. ‘이러이러한 면을 다 갖춘 남자가 아니면 절대 안 돼’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이상형을 구체화해두고 그 기준에 하나라도 안 맞으면 아웃시켜버리는 태도가 당신을 점점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도저히 자존심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여러 가지여서 눈을 낮추는 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눈을 넓히는 연습부터 하자.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아 이런 성격은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든가 ‘이런 직업의 소유자는 이런 장점이 있네’라는 식으로 눈이 넓어질 것이다.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이성의 조건이 많아질수록 당신의 연애 라이프는 유리해진다.


네 연애가 특별할 거란 환상에서 깨어나라

어찌어찌해 커플이 될 것 같은 모드까지는 진전이 되는데 한두 달 정도 지나면 어느새 ‘이 사람은 아닌 것 같아’라고 되뇌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나?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도 유독 철벽 남녀들이 연애를 본격적으로 진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왜일까?

그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연애는 특별할 거야’라는 환상 때문이 아닐까? 이런 연애도 있고 저런 연애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람, 연애를 시작하면 바보짓도 하게 된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사람, 연애를 하다 보면 내 것을 필요 이상으로 내어주거나 예기치 않게 상처받을 일도 일어난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이런 환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유지해온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하는 것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처음부터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짝을 찾으려고 애를 쓰니 작은 충돌에도 이별을 생각하고 좀처럼 관계를 지속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행복한 얼굴로 손 꼭 맞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도, 서로의 눈에 빠져들기라도 할 듯한 얼굴로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신랑신부도 서로의 모난 부분이 만나 덜그럭거리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처음부터 소울메이트를 만난 듯 너무 평안하기만 한 연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없는 연애일 뿐이라는 걸, 연애 좀 하다 보면 당신도 깨닫게 될 것이다. 부서지고 깨지고 서로에게 녹아드는 연애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진정한 러브 라이프의 축복이 내리리라.


인터뷰하듯 대하라

혹시 당신은 상대방에게 자신만의 철벽을 대놓고 보여주는 사람이 아닌가? 그저 가만히 있는데도 맞은편 사람에게 차가운 얼굴로 보여 괜찮은 인연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당신을 철벽남, 철벽녀로 만든 것은 8할이 문제적 표정과 대화라고 생각하면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마음을 바꿔보자. 키워드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다.

나와 함께 있는 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꿈을 갖고 있으며, 나와는 얼마나 마음이 잘 통할지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지도록 노력해보자. ‘어디 나한테 어떤 질문을 하는가 두고보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겠다는 건 미녀배우 김태희에게도 힘든 미션 아닐까?


철벽 남녀 멘트 개과천선 프로젝트

1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하는 이성에게

나쁜 예 : “그런 질문을 초면에 하다니 좀 무례하시네요.”

좋은 예 : “그건 다음에 만나면 알려드릴게요.”

2 자신의 외모에 대해 칭찬하는 이성에게

나쁜 예 : “뭐, 칭찬은 감사히 받을게요.”

좋은 예 : “어머, 감사해요. OO 씨도 오늘 너무 멋진데요.”

3 다음 주말 계획을 묻는 이성에게

나쁜 예 : “글쎄요, 근데 그건 왜요?”

좋은 예 : “글쎄요, 재미있는 계획이라도 있으세요?”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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