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재미+만남’ 신개념 데이팅 서비스 선보여

김형준 엔소울즈 대표

인터넷에서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의 원조는 역시 채팅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채팅 사이트들이 (비록 원조 교제의 온상으로 변질되면서 몰락했지만) 그토록 활황세를 보였던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했기 때문 아닐까.

채팅 서비스의 본질인 사람들 간의 만남 기능을 유지한다면 이른바 소셜 데이팅 서비스의 최적화된 모델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엔소울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소셜 데이팅 서비스 데이트빈(www.datebean.com)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엔소울즈의 창업 멤버 중에는 정보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이 유독 많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형준 씨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인 2000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로봇 관련 분야에서 금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이 주최한 세계 로봇 축구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창업 멤버인 이동준 씨는 국민대 컴퓨터공학부를 휴학 중이며 2009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상휘 씨 역시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정보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이 뭉쳤다

이들이 뭉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이라는 자연스러운 네트워크 덕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뛰어난 개발자만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스스로 훌륭한 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왜 하필이면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었느냐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잘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은 분야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는 마음도 작용한 것 같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한 소셜 데이팅이란 분야는 아직 국내에서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선 비교적 많은 업체들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엔소울즈는 시장이 아직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했을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소셜 데이팅 업체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결혼 정보 업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차별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엔소울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아주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꼭 누구한테 소개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서비스들은 만남의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만남을 제한하고 서비스 이용 환경도 제한하는 반면, 개인 신상 정보는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입니다. 엔소울즈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엔소울즈의 데이트빈은 만남의 방식이 다르다. 데이트빈에 접속하면 광장이 나온다. 물론 그전에 자신의 아바타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눈·코·입·귀·헤어·옷 등 무려 116만 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 서비스도 다양하다. 기존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처럼 매칭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매칭을 선택하면 된다. 프로필을 제공하고 매칭 대상을 기다리는 방식은 다른 서비스와 유사하다.

매칭을 선택하지 않고 광장에 나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으면 방을 선택해 들어갈 수 있다. 대화를 할 수도 있고 광장에서 벌어지는 미니 게임에 참여할 수도 있다. 꼭 이성 친구를 만나지 않더라도 대화 상대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다. 단 둘이 대화하고 싶으면 둘 만의 대화 공간도 제공된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자연스럽죠. 광장도 그렇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채팅 위주의 이 서비스가 가진 변질 가능성이다. 과거 채팅 사이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데이트빈 역시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만남이라는 것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점도 이 부분이다.


불순한 목적 가진 사람들이 악용할 가능성은?

김 대표 역시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런 사람들의 사이트 접근이나 그런 시도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가능했습니다. 예전 채팅 사이트들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였지 그게 불가능해서가 아니었죠. 우리는 처음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는 사람들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100% 차단은 어려울 것이다. 아닌 척하고 들어왔다가 돌변하는 사용자들도 있을 수 있다. 발견 즉시 접근을 차단한다는 것이 엔소울즈의 방침이라고 한다.

엔소울즈의 데이트빈이 소셜 데이팅과 다른 점은 이른바 자연스러운 만남을 표방한다는 것 말고도 또 있다. 바로 기본적으로 전 서비스가 무료라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돈을 벌까. 데이트빈이 제시하는 것은 부분 유료화 모델이다. 아바타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료이지만 좀 더 치장하고 싶으면 아이템을 사야 한다. 넥슨·네오위즈 등 많은 선배 게임 회사들이 10년 동안 보여줬던 게임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것이다.


넥슨에서 게임을 개발했던 김 대표의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아닌 게 아니라 데이트빈은 서비스 자체에 게임적인 요소가 강하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람을 만나고 사귀기 위해선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는 점이나 광장에 다양한 게임 요소를 갖추고 있는 점 등이 그렇다.

“5월에 사이트를 오픈하고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해 2만 명 정도가 가입해 있습니다. 연말에는 동시에 5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2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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