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커피 한 잔] ‘정말’ 잘하는 밴드 국카스텐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인디 음악을 찾는 이도 많아진다’는 설이 있다. 아이돌 그룹의 천편일률적인 멜로디에 지친 사람들이 참신한 인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인디 신에 일대 부흥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HOT, 젝스키스, GOD 등이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언니네이발관 등을 주축으로 한 언더그라운드 1세대가 ‘제1의 인디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걸 그룹이 대세인 요즘은 장기하와 얼굴들, 요조, 십센치 등 수많은 인디 음악인이 언더그라운드를 뛰어넘어 오버그라운드 영역까지 침투 중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대단한’ 밴드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말 잘하는 밴드, ‘국카스텐’이다. 음역·성량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보컬 하현우, 기타로는 절대 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타의 전규호, 파워풀하면서도 안정적인 드럼의 이정길, 탄탄한 베이스 라인을 선보이는 베이스기타의 김기범.

이 4명이 모인 국카스텐은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로 선정되며 화려하게 데뷔, 말랑말랑한 사운드 일색이던 인디 신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국카스텐 음악을 굳이 장르로 말하자면 ‘사이키델릭 록’. 약간 정신없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몽환적인 느낌이 들면서 깊이 빠지게 되는 장르다. 그들과의 인터뷰도 ‘사이키델릭’했다.

처음에는 정신없이 진행됐지만 점차 그들의 목소리와 생각에 몽롱한 기분이 돼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 “실패하라, 인내하라”라는 그들의 한마디는 왜 이들이 ‘정말 잘하는 밴드’가 됐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전규호 다들 방황도 많이 하고 어려운 시절을 보냈죠. 불만도 많았어요. 학교, 사회 전부 마음에 안 들었어요.

하현우 제 불만은 ‘왜 우리 엄마는 내게 피자를 한 번도 안 사줬는가’였어요. 제가 다녔던 학원에 어머니가 떡을 사와서 돌리셨어요. 근데 애들은 떡을 잘 안 먹잖아요. 그 후 어떤 부잣집 아이의 엄마가 피자를 사가지고 오더군요. 그때 피자를 처음 봤어요.

먹고 싶어서 군침만 꼴딱 삼키고 있는데 그 아이가 “너희 엄마는 떡을 사왔지만 우리 집은 돈이 있어서 피자를 샀다”며 “불쌍하니까 한 조각 줄게”라고 하더군요. 그걸 받아먹었죠. 먹으면서 ‘왜 우리 엄마는 떡을 사왔을까? 차라리 아이스크림을 사오지’라고 생각했어요.

김기범 저는 주로 혼자 있는 편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앞장서서 많이 활동했는데, 중학교 올라오고 난 후에는 혼자 조용히 있었죠. 혼자 있으니 음악을 자주 듣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음악과 친해졌죠.

이정길 저희가 그리 밝은 사춘기를 보낸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음악에서 에너지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자신이 처한 현실과 원하는 이상과 괴리가 느껴질 때, 정말 극을 달리기도 했죠. 그때 했던 고민들이 지금 음악에 어느 정도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음악이 내 길이다’라고 느꼈어요?

하현우 20세 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정길 제가 현우보고 음악을 하자고 했죠. 제가 스쿨밴드 기장이었는데, 마침 동아리에 보컬이 없었어요. 그때 얘가 펑크 복장으로 지나가기에 같이 하자고 불렀죠. 국카스텐의 시작은 그때부터입니다.

지금 맡은 파트 이외에 어떤 악기를 다뤄봤나요?

이정길 피아노도 했고 클래식 기타도 했어요.

전규호 전 고등학교 때 트럼펫을 했었어요.

하현우 제 인생에서 처음 만져본 악기는 장구예요. 초등학교 때 풍물부에 들어갔는데, 제게 맡겨진 파트가 장구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제 장구를 뺏어 다른 애를 줬죠. 그때 배신감과 모욕감이 들어서 풍물부를 그만뒀어요.

그 후 풍물부에 타격은 없었나요?

하현우 아무 타격도 없었어요.

이정길 어찌된 인생이 어렸을 때 안 사주고, 뺏기고.

하현우 그런데 만약 그때 안 빼앗겼으면 지금 풍물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풍물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인생에서 이런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순간의 변화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할까요. 지금 제가 국카스텐의 일원으로 있게 하기 위해 그 선생님이 그랬는지도 몰라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어떻게 생활했어요?

이정길 다들 대학에 가긴 했어요. 그런데 중간에 그만뒀죠.

두렵진 않았어요?

이정길 당연히 두렵죠. 그래도 꿈이 있었기에 괜찮았어요.

하현우 꿈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속에 꿈이 있다면 무엇을 하든지 원동력이 돼서 잘할 수 있게 돼요.

밴드 초기,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든 생활을 보낸 걸로 알고 있어요. 밴드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이정길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저희가 좀 막무가내로 살아요. 그리고 사실 음악이라는 것이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해요. 종교적인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음악을 통해 자기반성도 하고 평화를 느끼기도 해요. 굉장히 성스러운 것이죠.

전규호 사실 음악을 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힘든 길이기는 해요. 하지만 하나를 하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죠. 저희는 음악을 선택했어요.

이정길 목표가 있으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쉽게 이겨낼 수 있어요.

목표는 어떤 것이었어요?

이정길 약간 추상적이긴 하지만 ‘멋진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목표에 따라 노력하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불분명하더라도 목표는 있어야 해요.

서로 좋아하는 장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갈등은 없나요?

이정길 갈등은 없어요. 그것이 오히려 저희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밴드를 하고 있는데 멤버마다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서 갈등이 있기도 해요.

하현우 개인적인 욕심을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음악을 크게 바라보고 필요 없는 부분은 자기 안에서 절제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부드러운 감성이 있어서 사랑 노래를 곧잘 만들어요.

하지만 국카스텐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은 따로 있죠. 자기 자신이 좋아한다고 해서 수채화를 그리는데 콜라주를 하려 하면 안 되는 것과 같아요. 자기 것을 모두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맞는 것을 꺼내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굉장히 열정적인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특별히 생각나는 공연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기범 서로 밀치고 뛰어 노는 분위기였는데, 공연장 뒤편에 어떤 남성분이 양손을 벌리고 마치 신을 받들고 있는 것 같은 포즈로 계시는 거예요. 순간 깜짝 놀랐죠. 부흥회 같은 곳에 온 줄 알았어요.

‘국카스텐 노래는 가사가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주로 책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은데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하현우 ‘2012 신들의 귀환’이라는 책을 밴드 전원이 읽었어요. 추천합니다. 읽어보세요.

20대 청춘을 보내고 있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릴게요.

하현우 ‘실패하라, 인내하라.’ 실패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야말로 30대를 가장 아름답게 보낼 수 있어요.

이정길 저도 ‘실패하라, 인내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실패할수록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져요. 사람들은 배가 부르면 배고픔에 대해 모르죠. 그러다 음식이 없어지면 배고픔을 알게 되고 그제야 무엇이 진정 소중한지 알게 돼요.

전규호 ‘목표를 가져라.’ 목표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을 하죠. 목표가 있으면 적어도 그 목표치의 80%까지는 접근할 수 있어요. 그마저 없다면 방황 끝에 낙오자가 되기도 하죠.

김기범 아직 저는 20대라서 특별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항상 같은데요, 국카스텐 여러분께도 여쭤볼게요. 행복하신지요?

전원 네, 행복합니다!



앨범
2008년 Guckkasten(Single)
2009년 Guckkasten(Before Regular Album)
2010년 1집 Guckkasten
2010년 Tagtraume(EP)


수상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노래상


전규호(Kyo, 1979년 생, 기타&코러스)
김기범(기뱅, 1985년 생, 베이스기타)
이정길(광길, 1982년 생, 드럼&코러스)
하현우(gribouill, 1981년 생, 기타&보컬)


2011 국카스텐 콘서트
일시 : 2011년 7월 9일(토) 오후 7시
장소 : 악스코리아(AX-KOREA)
문의 : 루비살롱(070-8867-1825)
게스트 : 십센치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장소협찬 묘한술책(02-326-0845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2-13번지 한스빌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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