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긍정과 행복, 삐딱하게 바라보기

책읽기

최근 몇 년간 출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를 꼽아보면, 그중 ‘긍정’과 ‘행복’이라는 두 단어는 꼭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신교 도서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른 ‘긍정의 힘’, 국내 출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한 권인 ‘시크릿’ 등이 긍정이라는 키워드를 알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행복’이 포함된 제목을 가진 책들이 다양한 도서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긍정과 행복은 한 쌍으로 엮을 수 있을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책들은 결국 긍정의 힘으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역시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 대부분은 행복의 필수 조건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다루고 있고요.

무엇이든 과유불급, 긍정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법. 앞뒤 분간 없는 지나친 긍정, 대책 없는 낙관주의로 흘러버린 ‘긍정주의’는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기는커녕 불편과 위험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린 사람이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고는 암을 완치할 수 없습니다. 긍정적인 태도로 치료를 받는 것은 환자로서 매우 중요한 자세겠지만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적절한 외과수술과 항암치료이지 긍정의 힘 그 자체는 아니거든요.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본의 원전 사태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만 봐도 그렇습니다. 두 사건 모두 ‘괜찮다’로 일관하기 전에 심각성을 깨닫고 합리적인 대응을 펼쳤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입니다.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식의 무책임한 긍정주의가 개인을 넘어 조직과 사회에 파고들면 항암치료 없이 무제한 증식하는 악성종양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겠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대비 후 결과에 대해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갖는 긍정적인 태도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자기 합리화이고 긍정을 가장한 병적 태만입니다. 넘쳐나는 긍정의 힘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 조금은 삐딱하게 읽을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 부키

사회비평가인 저자가 유방암 투병 중에 확인한 긍정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밝힌 책. 긍정주의가 현대 사회에 들어서 우리 삶의 어떤 부분에 개입되고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저자는 긍정주의가 개인을 넘어서 전 세계에 닥친 위기를 외면하게 만들어 재앙에 대비하는 힘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행복할 권리

마이클 폴리 지음 | 어크로스

풍요로운 21세기, 사람들이 일하고 사랑하고 늙어가면서 왜 점점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해하는지 탐구한 책. ‘행복과 성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비판하고 행복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리며 인문학, 신경과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엮어 참된 행복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눈에 띄는 책

[시·에세이]

미치도록 인생을 바꾸고 싶은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

임승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소위 ‘딴짓’으로 자신의 길을 찾은 인생 선배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공학박사 뮤지션 루시드 폴, ‘민중의 소리’ 정혜림 아나운서, 붕가붕가 레코드 고건혁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승부한 이들이 참여했다.

망상이 아니라 실제로 꿈을 향해 다가가 인생의 주도권을 잡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


[정치·사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한윤형 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영화감독, 청년사업가, 프로게이머 등 스무 명 청춘의 증언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가 청년들의 열정을 이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책. ‘너희는 원하는 일을 하잖아.

그러니까 참아’라는 논리로 청년들에게 적은 보수와 비합리적인 조건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잘못된 관행과 법 제도의 실태도 함께 파헤쳤다.


[예술·대중문화]

현문우답-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

백성호 지음 | 중앙북스

종교 전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여러 성인과 종교 지도자들, 영적 수행자들의 발자취를 통해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

마음을 제대로 사용해서 ‘나를 비우고, 묵상하고, 깨치고, 거듭나며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것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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