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악기] 장재인처럼 기타 치고 싶다고… 아무거나 막 지를 순 없잖아?

(1) 어쿠스틱 기타

Acoustic guitar close up on white background
아이유, 장재인, 김지수. 최근 음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들 3인의 공통점은 ‘어쿠스틱 기타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공중파 및 케이블TV에서 이들이 울린 기타 소리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도 기타 한 번 쳐보고 싶다’는 갈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TV에서 아이유가 기타를 치는 것을 본 J양도 마찬가지였다. TV를 끄고 곧장 하얀 종이에 까만 매직펜으로 ‘올여름 목표=어쿠스틱 기타 정복’이라고 쓴 후 벽에 붙였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 ‘내 인생 첫 악기’로 어쿠스틱 기타 구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세상에 무슨 기타가 이렇게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종류가 천차만별이라 눈알이 팽팽 돈다. 안 되겠다 싶어 지식인과 블로그를 참조해보지만 믿을 수가 없다. 서점에서 기타 초보를 위한 책을 몇 권 뒤져봤는데 첫 장부터 ‘기타 잡는 법’이다. 기타도 없는데 무엇을 잡으라고!

기타를 치고 싶지만 기타 마련 단계부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기타 초보를 위한 ‘어쿠스틱 기타 잘 고르는 법’이다. 다음 4가지 포인트에 맞춰 고른다면 훌륭한 기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Point 1 | 예쁜 디자인의 기타를 사라

기타는 예술 작품이 아니라 악기다. 따라서 ‘디자인보다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태일 빅원악기 사장은 “기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소리 못지않게 디자인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기타가 예뻐야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기타를 구매한 후, 며칠 의욕에 불타 연습을 하다가 바레 코드(한 손가락(주로 검지)으로 둘 이상의 줄을 한꺼번에 누르는 것) 언저리의 난이도에서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디자인이 예쁜 기타는 다시금 기타를 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디자인에 대한 사람의 성향은 제각각이므로 어느 것이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독특한 기타는 쉽게 질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지 않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는 점에 주의하자.


Point 2 | 자신에게 맞는 보디(울림통) 스타일을 찾아라

어쿠스틱 기타의 원리는 기타 현에서 발생된 진동이 보디(울림통)로 들어가면서 소리로 증폭되는 것이다. 기타의 음색과 음량은 보디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른 만큼 보디 스타일 역시 기타 구입 시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보디 스타일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기타 사이즈’ 때문이다. 자신의 체형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기타를 구입하면 연주하는 자신도 불편할 뿐 아니라 보는 사람 눈도 덩달아 불편하다.

보디 스타일에는 크게 일곱 종류가 있는데 체격이 큰 사람에게는 드레드넛·점보 보디가 적합하며, 체형이 작은 사람 혹은 여성에게는 팔러·오엠·미니 보디가 좋다.


Point 3 | 좋은 나무가 좋은 소리를 낸다

기본 원칙은 ‘결이 고르고 선명할수록 좋은 기타’라는 것이다. 나무 결이 고르지 않거나 울퉁불퉁하면 진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만큼 뒤틀린 음을 내게 된다. 기타에 쓰이는 나무는 상당히 많은데 대표적으로 에보니, 마호가니, 메이플, 로즈우드, 스프루스, 월넛이 있다.

기타는 한 종류의 나무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분마다 다른 나무를 쓴다. 가장 일반적인 조합은 보디 전면이 스프루스, 측면과 후면이 마호가니, 핑거보드는 로즈우드인 형태다. MDF(톱밥을 압축해서 만든 목재)나 래미네이트(합판)로 만든 기타도 있다.

MDF로 만든 기타는 가격이 무척 저렴하지만 무르고 습기에 약해 보관이 쉽지 않으며 음색 역시 좋지 않다. 래미네이트로 제작된 기타는 튼튼하고 보관이 쉽지만 합판 자체가 나무 판을 여러 장 겹친 것이기 때문에 음 투과가 좋지 않다.

이에 비해 원목은 맑은 음을 내며 에이징(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좋지만, 고가이며 관리를 잘못하면 망가지기 쉽고 갈라질 염려가 있다.

Point 4 | 20만~40만 원 가격대가 적당하다

기타 소리는 연주자의 숙련도에 비례하지만 기타 자체의 성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타도 악기이기 이전에 상품이므로 비쌀수록 좋은 성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기타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고가의 기타가 그리 필요치 않다. 경제적 부담은 둘째치더라도 그 기타가 가진 성능을 100% 발휘할 실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최신형 컴퓨터를 문서 작성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과 같다.

초보자에게는 20만~40만 원 정도의 기타면 충분하다. 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실력을 기르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더 높고 성능이 좋은 기타를 찾는 시기가 온다. 이때 쓰던 기타를 중고 장터에 팔고, 여기에 돈을 조금 보태 더 나은 기타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

<1> 기타는 이렇게 보관하자

기타의 보관 방법은 말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눕혀놓는 것이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넥 부분을 이용해 벽에 걸어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케이스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타 스탠드를 따로 구입해 거치해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결론은 ‘잠깐이라도 좋으니 매일 연주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기타를 치면 나무의 결이 활동적인 상태가 되는데(이를 ‘진이 빠진다’라고 한다), 정기적으로 기타의 진을 빼주면 나무 결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한 방향으로 고정되는(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군 입대처럼 장시간 보관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상 튜닝보다 한 음 낮춰서 튜닝을 해둔 후 하드 케이스에 넣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하드 케이스 가격이 웬만한 저가 기타에 버금가므로, 부담이 된다면 기타 줄을 모두 풀고 벽에 걸어두자.

기타 스탠드는 잠깐 세워두는 용도로서 일주일 이상 장기 보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소프트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는 온도와 습도를 막아주지 못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2> 제조 국가가 고민이라고?

&lt;YONHAP PHOTO-1108&gt; '깎고 다듬고' (양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통기타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회정동 성음악기에서 공장 직원이 분주히 통기타 몸체를 제작하고 있다. 2011.2.25 andphotodo@yna.co.kr/2011-02-25 08:57:44/ &lt;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gt;
같은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제조 국가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일본 등 악기 선진국에서 제작된 것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OEM 방식을 통해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제조된 제품도 있는데 가격은 저렴하지만 마감이 좋지 않고 변형이 잘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기술이 발전해 국산 중에도 뛰어난 성능을 가진 브랜드가 많다. 이태일 빅원악기 사장의 추천 국산 브랜드는 Crafter, Dexter 두 곳.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사진 한국경제신문DB, 빅원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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