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레슨] 말만 하면 ‘삑사리’내는 당신…‘통’하는 말을 해라

지난달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20대에게 필요한 건 뭐?’를 위해 전문가 3명이 간담회를 가졌다. 취업과 사회생활을 위한 금과옥조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 모두가 공감했던 ‘20대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채용 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특히 중요하게 본다고도 했다. 꼭 취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삑사리 내는 사람’으로 오인받기 쉽다.

이쯤에서 묻고 싶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의 저자 전미옥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에게 그 해답을 구해봤다.


상황 1 - 전화

구직자 : (따르릉) “안녕하세요. 이번에 채용 공고 내셨잖아요. 근데 지금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 알 수 있나요?”

인사담당자 : “지금 전형이 진행 중이라서요, 파악할 수 없습니다.”

구직자 : “그래도 지금까지 접수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있지 않나요? 좀 말씀해주세요.”

인사담당자 : “공정한 채용을 위해 한 명에게만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요. 채용 일정을 확인하면….”

구직자 : (말 끊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인사담당자 : “…….”


상황 2- 회사

부장 : “00씨, 오늘 할 일은 다 했나?”

인턴사원 : “네. 00 대리님이 많이 도와주셔가지고요~ 끝냈어요.”

부장 : “그래.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고 일찍 퇴근해.”

인턴사원 : “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부장 : “…….”


상황 3 - 학교

학생 : “교수님, 제가 어제 성적 확인 바란다고 문자 드렸잖아요. 그런데 답문을 못 받았어요. 성적이 생각보다 너무 안 나왔는데 확인할 수 없을까요?”

교수 : “00 학생, 문자를 받긴 했네만 그런 건 직접 찾아와서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학생 : “교수님 바쁘실 거 같아서 일부러 문자 드린 건데요?”

교수 : “이해는 하지만, 어른한테 얘기할 때는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성적은 확인해보니 C+가 맞아.”

학생 : “… 저는 교수님이 바쁘실 것 같아서 그런 건데요.”

교수 : “그래, 알았네. 그럼 방학 잘 보내길 바라네.”

학생 : “네. 안녕히 계세요.”

몇 시간 후, 교수 휴대전화에 문자 울림.

학생 : (교수님, 저 00인데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까 사과를 안 했네요. 죄송합니다.)

교수 : “…….”


전미옥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말하는 ‘통하는 커뮤니케이터의 비법’

1. 제대로 듣고, 모르겠으면 물어봐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흔히 ‘말하는 기술’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말을 잘한다고 잘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듣는 능력’ ‘이해하는 능력’ ‘말하는 능력’ 세 가지 모두 필요하다. 특히 경청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잘 듣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듣는 유형은 크게 ‘알아듣는 사람, 못 알아듣는 사람, 제멋대로 알아듣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제멋대로 듣는 경우다. 일단 끝까지 듣고 모르겠으면 물어보는 게 좋다.

이해가 안 됐을 경우 얘기를 다 들은 후에 “죄송한데, 이렇게 하라는 건지요?” “한 번만 더 설명해주세요” 하고 물어보자. 또 상대가 말을 할 때 눈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네” 하면서 동조하면 대화가 자연스러워진다.

2. 예쁜 말이 밥 먹여준다

경어 사용에 미숙한 이들이 있다. 음식점에 갔을 때 종업원이 “이 스파게티 면은 굵으십니다. 이 커피가 잘 나가시는 건데요”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지 않던가. 그런데 회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임원 앞에서 바로 위 선배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선배님이 식사하러 가셔서요”라고 하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낮추는 셈이다. 뒤엉킨 높임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씨”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실례가 되는 호칭이다.

특히 여성들이 간혹 “그래가지고요~” 하면서 말끝을 늘이거나 선배를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정에서나 쓰는 ‘집안 용어’다. 회사에서는 사회생활에 맞는 용어를 써야 한다. 인턴사원들이 업무를 할 때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3. 까칠한 반박쟁이가 되지 마라

자신감 넘치게 보일 것이라 믿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자칫 ‘까칠하다’는 평가만 돌아올 수 있다. 회의나 발표를 할 때 반대 의견을 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 내용보다 태도가 문제 될 수 있다.

반론을 제기하다 보면 목소리 톤이 높아지거나 무심코 찡그리거나 조롱하는 말투를 쓸 수도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목소리 톤이나 눈빛, 표정, 말투 등을 살펴서 해야 한다.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지 말고 차분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 일명 ‘예스, 노’ 기법으로 “말씀하신 의견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처럼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얘기할 때 얼굴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본다든지, 주머니 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경우, 혹은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을 조심하자. 서비스업을 보면 소위 ‘대박집과 쪽박집’의 종업원 서비스 차이가 확연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것이 서비스 마인드다. 회사나 학교에서도 이런 눈치가 필요하다.

4. 감정 표현은 ‘아날로그’ 식으로

윗사람에게 혼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최대한 빨리 아날로그적으로 표현하라. 진심을 담아 얼굴을 보면서 표현하라는 의미다.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확실하게 바로 표현하는 게 효과적이다.

요즘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이 감정 표현을 문자로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보고를 장문의 문자로 하고 심지어 그만둔다는 말을 문자로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는 커뮤니케이션의 보조 수단일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면대면을 원칙으로 하고 그 다음이 전화 통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순이다. 문자메시지를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인간미를 담은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기억할 것. 또한 인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의를 갖춰 인사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사소한 생활습관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

5. 통하는 글쓰기로 존재감을 지켜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려면 글쓰기 실력을 갖춰야 한다. 회사에서는 말보다 글로 의견을 표현해야 할 때가 많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펙이 아닌 실무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꾸준히 글쓰기 훈련을 해보자.

글은 훈련을 통해 가다듬을 수 있다. 자신이 제일 선호하는 공간을 하나 찾아서 매일 조금씩 글을 써나가면 좋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자신에게 맞는 것을 하나 선택해 꾸준히 글을 올려보자. 일기든 시든 단순한 감상이든 압축적으로 140자씩 쓸 것을 추천한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느 순간 핵심 인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6.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찾아라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것은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냐’와 연결되는 것이다. 10년 후 되고 싶은 모습을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비영리 기관에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을 경우 카리스마 있는 모습보다는 온화한 스타일이 더 어울릴 수 있다.

먼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그려보고, 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선배나 멘토를 만나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도 맞춰갈 수 있다. 스타일이라는 것은 외모+아이덴티티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면 커뮤니케이션에도 반영이 된다.

옷차림, 헤어, 메이크업, 말투 등이 복합적으로 ‘나’를 형성한다. 이것은 혼자서는 찾기 힘들기 때문에 나를 잘 아는 멘토나 취업상담센터 등에 가서 얘기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성격 검사를 해서 유형을 분석해보거나,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나’를 종이에 써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선배를 찾아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최소 3년 이상 일한 사람이 그 직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아는 선배가 없으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 가입해보자. 정모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멘토도 만나고 취업 관련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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