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없이 A+ 리포트 쓰기] “아직도 인터넷에서 긁어다 리포트 쓰니?”

IT 기술 발달로 클릭 몇 번이면 자기가 원하는 리포트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대학생들은 쉽게 표절 유혹에 빠져든다. 최근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리포트 표절 행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표절 검색 엔진 도입이다. 그동안 리포트를 쓸 때마다 ‘Ctrl+c’ ‘Ctrl +v’에 의존해온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악마의 손길에 기대지 않고 나만의 훌륭한 리포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아탑은 표절의 온상?

대학에 들어온 뒤 리포트 쓰는 과제가 가장 힘들었다는 새내기 A 씨. 그는 “특히 어려운 과제를 받았을 때 인터넷에 있는 문서를 베끼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고 말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리포트나 에세이 등 글을 쓸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나 국내 교육환경 특성상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들은 이런 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이들은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게 된다.

과제 부담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표절할 기회는 쉽게 찾아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손쉽게 지난 학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찾아볼 수 있다. 해피 캠퍼스, 레포트 월드 등 리포트 거래 사이트에서는 하루에도 수십·수백 건의 리포트가 사고 팔린다.

실제로 한 사이트에서 ‘물 부족 문제의 원인과 대책’이라는 15쪽짜리 리포트가 2000원 가격인데도 다운로드 횟수 200건을 넘기도 했다. 다운받은 리포트는 참고용으로 끝나지 않고 제목과 서론 부분만 편집돼 재유통되기도 한다.

수식어 바꾸기, 문장 짜깁기도 잡아낸다

대학 사회 안팎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리포트 표절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 상반기부터 국내 표절 검색 전문업체 ‘코난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표절 필터링 서비스를 도입했다.

표절 리포트 판별을 돕고 더 나아가 올바른 학업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다. 표절 여부를 알고자 하는 리포트를 프로그램에 넣으면 기존에 축적한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하거나, 특정 리포트와 유사성을 분석해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수식어만 바꾼 경우, 문장의 앞뒤만 뒤집은 경우까지 포착해낼 수 있다. “표절이 적발되면, 학교에서 정해놓은 징계 방침은 없지만 이를 근거로 교수가 재량껏 학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세대 측 설명이다.

서울대에서도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 e-TL(e-teaching & learning)을 이번 학기부터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가 기존에 있던 리포트와 얼마나 비슷한지 계량화된 수치로 나타난다. 특히 그래프와 같은 참고 자료도 비교가 가능하다. 표절 적발을 위해 도입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표절 근절을 위한 기술적인 기반은 갖춰진 셈이다.

표절 검색 서비스 도입은 학생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리포트가 표절 의혹에 휘말릴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표절 검색 서비스 ‘턴잇인(turn it in)’을 통해서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표절 검색 서비스가 없는 실정이다. 저작권 문제로 국내 대학들의 리포트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지 못한 까닭이다. 표절 검색 시스템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만큼 저작물에 관해 대학과 상호 교류가 확대된다면 국내에서도 학생들이 검색 엔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짜임새 있는 전개·검증된 논거가 A+ 리포트의 핵심

표절하지 않고 양질의 리포트를 쓰는 방법은 없을까. 선배들의 공통된 조언은 인터넷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정보원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라는 것. “인터넷에는 비슷한 주제의 리포트가 널려 있어 표절 유혹에 노출되기 쉬울뿐더러 중복된 자료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게 돼 리포트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를 들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www.riss.kr)를 이용하면 네이처(Nature) 등 질 좋은 해외 유명 학술지를 포함, 국내외 학위 논문·학술지 논문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각 학교의 원문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대부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양질의 자료를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글의 논리적 전개다. 글을 작성하기 전 어떻게 구성하고 논지를 전개해나갈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성인(삼육대 경영 4) 씨는 “리포트를 작성할 때 목차를 써보라”고 조언했다. “핵심 키워드를 이용해 목차를 작성하고 개략적인 내용을 생각한 후 본문을 써 내려가면 훨씬 짜임새 있는 구성이 가능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주제에 부합하는 논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와 일치하지 않는 자료들을 첨부하고, 근거 없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리포트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주제를 가지고 상투적인 결론 도출을 하기보다 적절한 논거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질의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전개를 펼치고, 일관성 있는 주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리포트 쓸 때 참고하면 좋은 학술정보 사이트

학술연구정보서비스 RISS(www.riss.kr)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국내 학술지 및 학위 논문 서비스

국회도서관(www.nanet.go.kr)
국회전자도서관 DB에 구축된 국내 학술지 및 학위 논문 서비스

한국학 지식 레퍼런스 사이트 KRpia(www.krpia.co.kr)
누리미디어에서 제공하는 한국학 및 일반 교양 콘텐츠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사전(preview.britannica.co.kr)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국어판

한국학 데이터베이스(www.koreaa2z.com)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 외 150여 종의 한국학 데이터베이스 제공

북토피아(www.booktopia.com)
수만여 권 분량의 국내 전자도서 콘텐츠 제공


표절 검색 엔진이란?

표절 검색 엔진에는 두 유형이 있다. 첫째는 데이터베이스(DB)로 축적된 기존의 여러 문서와 하나의 문서를 비교하는 방식, 둘째는 둘 이상의 문서 간 유사성을 검토해 표절률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현재 리포트 표절 검색 시스템을 사용 중인 대학은 모두 14곳. 지난 2009년 한국방송통신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7개 일반 대학과 서울사이버대 등 7개 사이버 대학에서 리포트 표절 검색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표절 검색 엔진

(1) 밈체커(www.memechecker.com)

국내 대표적인 표절 검색 엔진. 같은 주제의 리포트나 자기소개서를 2개 이상 모아 검색하거나,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에 비슷한 문서가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

표절 검색 서비스가 도입된 각 학교의 ‘온라인 강의 시스템’과 연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2) 턴잇인(www.turnitin.com)

미국의 논문 표절 예방 프로그램. 1억5000여 개 리포트 데이터베이스(DB)와 140억 개 웹페이지 검색이 동시에 이뤄진다.

문서 내 자동 코멘트 기능(online grading), 학생 상호평가 기능(peer review) 등의 부가 기능도 있어서 원활한 피드백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직접 DB에 자신의 리포트나 논문을 입력해 표절률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WriteCheck for Students)도 있다.


글 이동화 대학생 기자(연세대 문헌정보 3) ldh0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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