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커피 한 잔] 김여진 ‘아름다운 날라리’ 그녀가 나서는 이유는?

배우 김여진

'성인 최문호' 김여진 (서울=연합뉴스) 유용석 기자 = 10일 오후 목동 SBS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연출 이종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김여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yalbr@yna.co.kr (끝)
기자 출신인 전여옥 의원은 배우 김여진 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따스한 눈길을 주며 살짝 인사하는 모습이, 여자인 나도 가슴 설렐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정말이다. 눈앞에 마주한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배우 김여진. 의사가 되길 바랐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독어독문과에 진학해서 아버지가 일주일 동안 단식까지 하셨단다. 첫 거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대학생활에 흥미를 잃고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게 됐고, 이를 계기로 배우의 꿈을 키웠다. 대학로에서 신촌까지 걸으며 포스터를 붙이고, 의상·분장실 정리하며 연봉 100만 원을 받던 젊은 시절, 김 씨는 그때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연기를 통해 관객과 교감하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공연을 할까’만 궁리했던 시절,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셜테이너’ ‘개념배우’ ‘민중의 여신’ ‘100분토론 역대 최고 패널’ 등 호칭이 다양한데 이 중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있나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날라리 두목·대장’ 이런 것?(웃음) 그냥 ‘날라리 김여진’이 좋은 것 같아요.

배우 공효진 씨는 작년에 환경을 주제로 ‘공효진의 공책’을 출간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향후 책을 집필할 계획은 없는지요?

사실 여기저기서 책을 써보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고 저도 한 번 내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요. 이것이 하나둘 마무리되면 여러 가지 주제와 분야에 대해 꼭 써볼 생각입니다.

언변이 좋으신데, 비결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어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강연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JTS(국제구호 NGO단체) 홍보대사 활동을 하며 기업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적도 있고요. 제가 겪은 경험 위주로 이야기하고 쉬운 말로 표현하려는 것을 보고 말을 잘한다고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 주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두나요?

‘내가 재미를 느끼는가’가 가장 중요해요. 어떤 장르·주제든지 내 스스로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려는 편입니다.

영화배우로서 추천해줄 영화가 있다면요?

이창동 감독님 작품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밀양’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란 영화도 보세요. 제목은 조금 야하지만 ‘사람에게 사랑이 뭘까’ ‘거짓말이 뭘까’ 같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예요. ‘영화가 재미 이상의 것을 줄 수 있구나’ 하고 느낀 작품입니다.


반값 등록금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 해주겠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이 조금 분했어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투쟁을 해야죠. 최소한 귀찮게라도 해야 우리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홍대 청소노동자 사태 때 적극 나서는 등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배우 활동에 지장은 없나요?

한쪽에서는 ‘불이익 당한다,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다른 쪽에서는 ‘영화 홍보다, 인기 끌려고 한다’라고 하는데 맞다면 맞고 틀리다면 틀립니다. 한 가지 사실은 나는 현재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거예요.(웃음)

최근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극 중에서 제가 초반에 죽게 돼요. 그렇게 되니까 ‘외압 때문이다’라고 하시는데 환장하겠어요.(웃음) 같은 얼굴, 같은 이름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완전 다른 사람으로 다시 나타나니까 기대하세요.

결혼 생활은 어떠세요? 김여진 씨는 어떤 며느리인지 궁금해요.

결혼 생활은 좋아요. 어떤 며느리가 되느냐는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라고 봐요. 말 한마디를 해도 예쁘게 고분고분하고 솔직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시어머님이 오라고 하시는데 갈 수 없다면 “못 가겠습니다, 어머님” 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고,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이면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머님” 하면 되는 거죠. 착한 척하는 데는 반드시 한계가 있어요. 최선을 다하되 무리는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상적인 배우자상은 뭐라 생각하세요?

원래 내가 관심 없는 상대는 나를 좋아하고 내가 괜찮다 싶은 상대는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결혼 상대는 ‘확실하다 싶을 때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봐요. 그냥 조건만 보고 상대를 선택했다면 ‘저 사람과 내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어도 행복할까’를 생각해보세요.

행복할 것 같다면 결혼하는 거고 아니면 안 하는 것이죠. 무조건 다 좋기만 한 것은 절대 없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영을 배워야지’라고 결심하면 우선 수영 학원에 등록하죠. 그런데 막상 학원에서는 수영하는 법보다 수영의 역사, 팔의 각도부터 알려줘요. 그러면 안 됩니다. 일단 물에 들어가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수영을 할 수 있게 돼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만 한다면 결국 부모님이 살아왔던 삶을 반복할 뿐이에요. 가난하게 살더라도 마음껏 행복할 수 있도록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난하게 살더라도 마음껏 행복할 수 있도록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글 박희나 대학생 기자(한국외대 노어 4) suho1004hina@paran.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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