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주식, 언제 사고 언제 파나…그것이 문제로다

피라미딩(Pyramiding)과 애버리징(Averaging)

현장에서 20대들과 만나 재테크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식에 대한 인기가 참 높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10명 중 7~8명은 주식에 관한 질문을 하니까요. 하긴 “어느 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높아요?” “어디 땅을 사야 좋을까요?” 같은 질문은 20대에게 너무 쉽거나, 너무 비현실적인 것도 같네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주식 관련 질문 중 “무슨 주식을 사야 해요?” 식의 ‘종목 찍기’ 물음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향후 급등할 것 같은 주식을 골라 전 재산을 투자한 후 1년 뒤 매도해 수익을 남기면 주식 투자는 정말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 되겠지요.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대박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이런 식의 매매를 펼치다가 오히려 쪽박을 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그래서 전 “어느 주식을 사야 해요?”라고 묻는 후배들에게 실전 트레이딩(trading)과 관련된 조언을 먼저 합니다. 어떤 주식을 고르느냐보다 투자한 주식을 ‘어떻게 매매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의 최고수가 A라는 주식을 찍어줬다고 해볼게요. 그럼 이제 A라는 주식을 어떻게 매매하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처음엔 얼마나 살지, 언제 팔지, 혹은 언제 더 살지 등에 관한 실전매매의 문제죠.

좋은 주식을 고르는 건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주식을 골랐다고 모든 투자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이 주식을 앞으로 어떻게 매매할 것인지가 또 다른 숙제로 남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주식 실전매매의 양대 축은 크게 ‘피라미딩(pyramiding)’과 ‘애버리징(averaging)’으로 나뉩니다.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 매매기법에 담긴 속뜻만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먼저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겠습니다. 오르는 주식을 팔아야 할까요, 아니면 추가 매수해야 할까요?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을 때 이 주식을 더 많이 사 모아야 할까요, 아니면 팔아버려야 할까요?

‘피라미딩’은 오르는 주식을 추가 매수하고, 떨어지는 주식을 매도하는 대응입니다. 반면 ‘애버리징’은 주가가 하락할 때 추가 매수한 후 주가가 꽤 올랐다고 생각이 들 때 매도하는 방식이고요.

둘 중 어느 것이 좋냐고요? 글쎄요, 어떤 방식이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주식매매(직접투자)를 한다면 ‘피라미딩’, 펀드투자(간접투자)를 한다면 ‘애버리징’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합니다. 왜냐고요?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 앞으로 2회에 걸쳐 피라미딩과 애버리징을 살펴보고 어떤 상황에서 각각의 매매기법을 사용할지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피라미딩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피라미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추가 매수를 시작할 상승률과 매도(손절매)를 할 하락률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 오르면 추가 매수, 전 고점대비 10% 하락하면 매도’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해보겠습니다. 최초 주가는 1만 원이었고, 10주를 최초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주가가 3% 올라 1만300원으로 상승했다고 하면 추가 매수에 돌입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추가 매수 규모는 최초 매수량보다 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라미드’ 모양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밑변이 크고 피라미드 꼭짓점으로 쌓아갈수록 점점 줄어드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추가 매수를 한 후 기다리고 있습니다. 1~2% 올랐다면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일을 하세요. 또한 -10%의 하락이 아니라면 크게 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또다시 주가가 올라 두 번째 매수단가 대비 3% 오른 1만600원이 됐다고 하면 이때 다시 추가 매수합니다.

피라미드를 쌓는 것이죠. 하지만 그 후 주가가 폭락해 손절매 기준점인 -10%의 하락이 나타났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렇습니다. 주가는 9500원대로 떨어졌지만 갈등 없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면 됩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피라미드를 깔끔하게 허무는 것이죠. 어때요? 별로 어렵지 않죠?

하지만 제가 이런 피라미딩 기법을 소개하면 20대들 대부분은 시큰둥해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 경우 매번 손해만 볼 것이란 생각도 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착각 오류입니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 피라미딩을 하면 수익은 추세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손실은 최초 자신이 세웠던 손절매 기준 하락률(사례의 경우 -10%)로 고정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면 20대 여러분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이런 피라미딩 매매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매매 패턴은 일명 ‘물타기’라고도 불리는 ‘애버리징’입니다.

‘애버리징’은 자신이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 경우 해당 주식을 추가 매수해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렇습니다. 또 삽니다. 일단 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싸졌기 때문에 앞서 추가 매수했던 금액과 동일한 규모만 투자해도 주식 매수량은 더 많아집니다.

또한 평균 매수단가는 더 떨어지고요. 이런 ‘애버리징’ 기법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때는 바로 자신이 지속적으로 추가 매수했던 주식이 어느 순간 방향을 바꿔 폭등세로 돌입할 때입니다. 이렇게만 돼준다면 앞서 ‘피라미딩’과 달리 애버리징 투자자들은 매우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혹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춘다”는 대목에서 떠오르는 게 없나요? 그렇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적립식 펀드의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 cost averaging)’ 효과가 떠오를 것입니다.

‘애버리징’ 기법은 이것과 유사합니다. 가격이 떨어질 때 더 많이 사둔 후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취지죠. 가령 해당 기업(주식)의 숨은 가치를 확고하게 믿는 가치투자자들은 ‘애버리징’ 기법을 좋아합니다. 현재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그 주식의 가치를 믿고 있기에 더 많이 모아둔다는 취지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것 같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주식(직접투자)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피라미딩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쪽입니다. 특히 처음 주식을 배우는 경우라면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판다”는 것을 확실하게 익혀야 한다고 주장하죠.

피라미딩과 애버리징에 담긴 속뜻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5월이네요. 행복한 청춘을 즐기길 바랍니다.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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