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해봐!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대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단국대 죽전캠퍼스로 향하는 차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학생 기자들은 준비해온 질문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기도 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장관’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하지만 대담은 박 장관의 친근한 표정과 위트 넘치는 말솜씨 덕분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0대 청년으로서의 고민’ ‘한국 고용 시장’ ‘청년 실업’ 등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질문에도 박 장관은 부처의 입장에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솔직히 답변했다. 결국 대담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봄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에야 겨우 끝인사를 할 수 있었다.

대학생 기자 얼마 전 한국경제TV의 ‘백수잡담’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청년들과 말씀을 나누는 것을 봤습니다. 실제로 대학생이나 청년들과 만날 기회가 많은지요?

박재완 장관 내가 교수 출신이라 지금까지 대학생들과 격의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장관으로 취임한 뒤에도 학생들과 자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이번 달(4월)만 해도 목포대 청년고용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오늘 단국대에서 이렇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청년 실업이 심각하기 때문에 관련 정책을 많이 듣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내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요.

대학생 기자 대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어떤 인상을 받는지요?

박재완 장관 요즘 학생들을 만나면 ‘나와는 다른 세대’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배우는 것도 다양하고 성격도 훨씬 발랄하죠.

학업에 열심이면서 졸업 후 진로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취업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고용 창출을 했기 때문이죠. 몇 개의 일자리를 놓고 선택해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경제가 인력을 절감하는 형태인 ‘고도 산업화 단계’이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어요. 인구 구조를 보더라도 젊은 층의 구직 인구가 퇴직하는 인구보다 많습니다.

인구 구조상 취업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취업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측은한 느낌과 함께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대학생 기자 취업 정보가 다소 수도권에 집중된 느낌이 듭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취업 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지방에 분산해 지방대의 역량을 강화시킬 생각이 있는지요?

박재완 장관 실제 통계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취업률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안정된 직장,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공기업에 취업되는 비중이 수도권이 조금 더 높죠. 아주 큰 차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방대 학생들은 다르게 체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청년 취업아카데미’의 경우 전국 106개 대학 중 지방 소재 67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시작하는 청년고용센터는 비수도권 대학에 70%를 배정했습니다.

대학에 ‘취업지원관’을 2배 정도 늘렸는데 지방대에 특히 많이 신경 썼습니다. 창직 아이디어 지원 프로젝트인 창조캠퍼스도 지방대에 많이 설치할 생각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꾸준히 정책을 펼치고 있고, 꾸준히 시행될 경우 앞으로 지방대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기자 취업률 조사를 보니 청년들의 취업보다 은퇴한 사람들의 재취업률이 더 높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취업 시장은 20대와 50대의 대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청년 취업과 고용 연장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요?

박재완 장관 청년 취업과 고용 연장 사이의 문제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화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취업 시장의 세대 간 경쟁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 “일자리를 두고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가 다툰다고 보는 관점은 옳지 않다”는 결론을 냈더군요.

일부 직종, 즉 금융기업·대기업·사무직 직종에서는 세대 간 경쟁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제로섬 게임(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 합계가 0이 되는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버지가 재취업했다고 해서 아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나는 아버지 세대의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아들·딸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OECD 보고서의 결과가 ‘세대 간 상생’이듯 서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청년층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경력직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통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학생 기자 고용 안정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재완 장관 최근 대기업의 채용 분위기는 인턴사원을 뽑아 그중에서 옥석을 구별해 채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이 점차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턴십을 통해 ‘인재 검증과정’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고용 시장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은 희박합니다. 비정규직 채용은 전 세계가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또 비정규직을 없애면 총고용이 줄어들 수 있어요. 기업들이 신입을 최소 규모로 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없애는 것입니다. 채용 기간, 4대 보험, 편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차이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일단 처우의 차별이 가장 크기 때문에 정규직의 넘치는 부분을 줄여서 비정규직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의 과도한 보수와 보호를 줄여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올려 서로를 근접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더라도 처우는 정규직과 큰 차이 없이 받을 수 있고, 또 열심히 근무하고 좋은 성과를 내서 회사가 성장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생 기자 고용노동부에서 마련한 정책 중 대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박재완 장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꼭 하나만 고르라면 ‘창조캠퍼스’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현장스케치-창조캠퍼스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 기사 참조).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꼭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창조캠퍼스는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아이디어를 만들어나가면 우리나라에도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겠죠.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콜럼버스의 달걀도 사실 별것 아닌 아이디어지만 기존의 틀에 박힌 사람에게는 나올 수 없는 것이죠. 또 스노보드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아이디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올림픽 정식 종목까지 됐습니다.

젊은이들은 굉장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요. 나 같은 기성세대는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젊은 세대는 많이 떠올려냅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고용노동부에서 마련했으니 젊은이들이 꼭 관심을 갖고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학생 기자 창직 프로그램은 발상의 전환이 생명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동강 물을 팔겠다”고 한 봉이 김선달이 창직의 시초인 것 같아요. 장관께서는 개인적으로 ‘창직 아이디어’로 생각한 것이 있는지요?

박재완 장관 일본에서 삼계탕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삼계탕을 진공팩에 넣어서 데우는 정도의 수고만 들이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걸 아내한테 이야기하니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공무원이 사업하면 실패한다는 말에 결국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습니다. 한참 뒤에 보니까 진공 포장된 삼계탕이 나왔더군요. 지금 중국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일동 웃음)

대학생 기자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박재완 장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직업, 혹은 지금 당장 안정된 직업, 적당히 해도 괜찮은 직업보다는 남이 생각하지 않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가지 않은 길’을 갈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고 주위에 만류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진력하길 바랍니다.


대학생 기자 후기

안부용_ 동아대 정치외교 2

청년 취업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만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시험 기간인데도 그를 만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상경했기에 그 의미가 매우 특별했다.

대담 시작 전에는 많이 긴장했지만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장관의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질문 기회를 얻어 “지방대생들이 취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자 “지방대 학생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적극 돕겠다”는 대답을 해주어 기뻤다.

대담 후 지방대 학생들이 성공적인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스펙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방대만의 특색과 경쟁력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대담은 현실 탓만 했던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됐고, 동시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지예 _ 중앙대 법학 3

“난 뭐 해먹고 살지?” 요즘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꼭 나오는 대화 주제다. ‘3, 4학년’ 대학 졸업반을 두고 ‘사망년’이라는 말이 달리 나오는 게 아니다. 대입을 끝으로 밝은 미래가 쫙 펼쳐질 줄 알았지만 ‘취업’이라는 가장 큰 벽은 점점 높고 두꺼워진다.

취업 고민을 하고 있는, 혹은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과 박재완 장관의 대담은 ‘청춘의 도전’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잘 닦인 길’에서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열고자 하는 ‘도전적인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리운전과 같은 작은 아이디어가 대박날 수 있다”는 장관의 말을 듣고 ‘거창한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딛고 일어선다면 언젠가는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은 바늘구멍 뚫는 낙타와 같은 내게 힘을 줬다.

몇 번 흘린 실패의 눈물은 언젠가 행복의 웃음으로 바뀔 것이다. 오늘도 쉼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나를 비롯한 청춘들에게 끝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진행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정리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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