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옆집 개똥이도 ‘아바타’는 봤다?

역대 영화 흥행 순위 베스트 5

당신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 주변 사람의 추천? 영화 평론가의 한마디 평?

가장 안전하면서 대중적인 방법은 ‘많은 사람이 선택한 영화’일 것이다. 수많은 관객이 검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 특히 전국 1000만 관객이 ‘돈 들여’ 본 영화라면 이것저것 따져 볼 필요도 없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영화 흥행 성적을 조사한 결과 관객이 많이 찾은 영화 5위는 ‘해운대’로 조사됐다. 2009년 개봉해 전국 관객 1132만5228명, 서울 관객 279만1038명을 불러들였다. 주제는 ‘쓰나미’다.

시속 800km의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쓰나미, 남은 시간은 단 10분, 시련 앞에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순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떠오르지 않는가.

제작 당시엔 상상력으로 만들었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가장 가까운 나라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뉴스를 보며 이유 없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해운대’가 올해 개봉했다면 흥행 순위에 변화가 있었을까?

4위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차지했다. 2004년 개봉해 1174만6135명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로 두 형제의 드라마틱한 운명을 그렸다. 순수 제작비 147억 원, 엑스트라 총동원 수 2500명 등 대규모 물량이 투입됐다.

또 장동건, 원빈, 최민식, 공형진, 김수로 등 초호화 캐스팅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쓴 것은 물론 독일아시아 영화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등에서도 수상했다.

역대 흥행 순위 3위는 ‘왕의 남자’다. 이준기라는 신예를 떠오르게 한 바로 그 영화다. 조선 연산조를 배경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광대’라는 캐릭터를 이색적으로 그려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연극 ‘이(爾)’가 원작이다.

개봉 첫 주 전국 115만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9일 만에 200만, 개봉 두 달여 만에 1175만 명을 돌파했다. 관객과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으며 당시 흥행 순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7개월 만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왕의 남자’를 제친 영화는 바로 ‘괴물’이다. 2006년 개봉해 2009년까지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지켰다.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교 때 한강에서 괴물체를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와 불의 잔’ 특수효과팀이 참여해 양서류와 파충류의 돌연변이 형태 괴물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오디션에서 탈락한 괴물만 해도 1500마리에 달한다고. ‘괴물’은 2006년 여름을 강타하며 개봉 당일 최다 관객 동원(45만3000명), 개봉 2일 만에 100만, 개봉 2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흥행 순위 대망의 1위는 외화가 차지했다. 2010년 ‘3D 열풍’을 일으킨 영화 ‘아바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블록버스터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 오랜 기다림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는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돌아왔다. 캐릭터의 감정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했고 3D, 4D 형식은 오감을 자극했다. 입장 요금이 두 배나 비쌌지만 관객들은 아바타를 선택했다.

흥행 순위 1~5위를 살펴보면 개봉 연도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단, 2007년과 2008년은 제외됐다. 특히 2008년은 한국 영화계의 침체기이기도 했다. 수익률이 -43.5%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다행히 2009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회복, 2010년 비교적 안정 단계로 접어들었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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