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학기 교재 저렴하게 구입하기] 헌책방, '알뜰한 당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

#1 수강신청을 성공리에 마친 A양(2학년). ‘이번 학기야말로 성적표에 A+ 향연을 만들어보리라’고 다짐해본다. 완벽한 학기의 시작은 철저한 준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교재 값이 너무 비싸다. 동기나 선배에게 연락해서 물려받으려 해보지만 만만치 않다.

#2 군 전역 후 첫 학기를 맞는 B군(3학년). 교재를 주문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다. 하지만 입대 전보다 훨씬 비싸진 책값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 복학생 티 안 내려고 사둔 새 옷은 내겐 무리수였나. 환불을 하자니 늦었고 안 하자니 책 살 돈이 없다. 그새 많이 오른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 이마에 가로누운 내 천(川)자가 내 이마에도 그려진다. 좋은 수가 없을까?

모 대학 어느 학부의 필수과목 교재비는 3만2000원. 이 정도는 그나마 싼 편이다. 영어 원서를 사용하는 수업에선 한 권에 5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한 학기에 6개에서 많게는 8개까지 수업을 듣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20만 원 넘는 돈이 책값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책을 사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다. 그 책을 통해 학점과 삶을 풍족하게 해줄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호주머니가 허전한 대학생에게 학업에 필요한 책을 모두 구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네 선배들은 수많은 ‘꼼수’를 만들어냈다. 학교 앞 복사 가게 유리문에 떡하니 써 있는 ‘제본’은 그 꼼수의 결정체다.

아무리 그래도 양심은 저버리지 말자. 선배들을 따라하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헌책방’을 이용하는 것이다.


연세대·홍익대_공씨책방

공씨책방은 1972년 경희대에서 시작했다. 청계천과 광화문을 거쳐 지금의 신촌 자리로 온 것은 1990년. 신촌에서만 20년 넘는 세월을 보내면서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다. 문상희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는 대표적인 단골.

역사가 오래된 만큼 학생들이 선호하는 도서에도 변화가 많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고전 서적을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주식이나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한 책이 잘 팔린다고 한다.

장서 수가 총 1만 권 정도인 공씨책방의 한쪽 구석에는 수업 관련 교재 코너가 있다. 여느 헌책방처럼 다소 어지럽게 배치돼 있지만 여기저기 뒤적거리다 보면 의외로 좋은 책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경제학도의 바이블인 ‘맨큐의 경제학’을 비롯해 영어 원서도 많이 비치돼 있다.
하루에 공씨책방을 찾는 학생 손님은 40~50명 정도. 온라인 서점은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사장님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우리가 좀 느린 사람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느린 만큼 더 매력적인 헌책방이다.


◎ 전화번호 02-336-3058
◎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12-12


숙명여대_책 잇는 방 토리

헌책방이라고 하면 조금 어둡고 통로마다 책이 가득 쌓여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책 잇는 방 토리’는 헌책방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날려버린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숙대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위치한 ‘책 잇는 방 토리’. 2010년 1월에 문을 연 짧은 역사의 헌책방이라 장서 수는 5000권 정도로 많지 않으나 그만큼 알찬 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서점 이름의 ‘토리’는 ‘실 뭉치’와 ‘土理(흙의 이치)’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실 뭉치는 ‘좋은 사람·좋은 책과 만나 이어지고 싶은 마음’을 뜻하며, 흙의 이치는 ‘좋은 열매를 맺는 좋은 밭으로 함께 준비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기독교·인문사회과학 도서를 위주로 한 중고서점이지만 대학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전공 서적도 200~300권 정도 구비돼 있다. 방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공정무역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며 다른 헌책방과 달리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돼 있어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다.


◎ 전화번호 070-8638-6021
◎ 위치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2가 63-20 지하
◎ 홈페이지 www.booktori.net


인터넷 서점_새한서점

1979년 문을 열어 32년 동안 운영해온 오래된 서점이다. 원래 고려대 근방에 있었지만 지금은 충청북도 단양에 위치해 있다. ‘그렇게 먼 곳까지 가는 차비가 더 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서점을 이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으니 바로 인터넷. 2002년 현재 위치로 이전해오기 1년 전인 2001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새한서점이 보유하고 있는 서적 수는 12만 권. 특히 대학 교재·전문 서적·원서·논문 자료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사전부터 시작해 참고서·수험서·외국어 서적 등 다양한 전문 서적이 즐비하다.

홈페이지를 보면 세부 카테고리까지 꼼꼼하게 나뉘어 있는 것이 특징. 경제학의 경우 경제일반 교양·한국 경제·국제 경제·경제학·회계학· 재정학 등 세부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어 실제 헌책방에서 책을 보는 느낌이 든다.

배송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매액이 2만 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이고, 2만 원 미만인 경우는 2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사실 2000원에 배송하는 것은 서점으로서 손해인데도 1000원을 ‘서비스 차원’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트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장바구니에 쌓인 책들이 2만 원을 훌쩍 넘겨버리니… 1000원의 ‘서비스’를 받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인터넷 중고서점의 가장 큰 단점은 ‘책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지만 여기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입하고픈 책을 클릭하면 ‘깨끗한 책’ 혹은 ‘겉은 깨끗, 안에 낙서나 흠’ 같은 식으로 책 상태를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

◎ 전화번호 010-9019-8443
◎ 위치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56
◎ 홈페이지 www.shbook.co.kr


한국외대_신고서점

‘옛것을 알면서 새것도 안다’는 뜻의 고사성어 ‘온고지신’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외대 앞의 신고서점은 1987년 문을 열었다. 24년의 역사만큼 보유 서적의 수도 많아 주인장도 몇 권이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

대략이라도 말해 달라고 졸랐더니 ‘30만~40만 권’이라는 놀랄 만한 숫자가 나왔다. 여기서 20만~30만 권은 창고에 있고 서점에 진열돼 있는 책은 10만 권 정도. 대학 관련 교재는 1만~2만 권 정도 비치돼 있다고 한다.

하루 방문하는 학생 수는 30~40명 수준이지만 인터넷 판매도 함께 하므로 실제 손님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사장님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신학기가 되면 지금보다 6~7배 정도 손님이 많아진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이 좋은 책 채가기 전에 미리 방문해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전화번호 02-960-6423
◎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2동 257-685
◎ 홈페이지 www.singoro.com


헌책방에서 똑똑하게 교재 구입하기

① 판이 바뀌었는지 체크하라

세상이 휙휙 변화할수록 학교 교재도 신간으로 휙휙 바뀐다. 올해 출간된 신판을 사용하는 수업에 10년 전 나온 초판을 들고 간다면 자칫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온라인 새책 서점에서 정보를 얻고 판이 바뀌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좀 더 센스 있는 학생은 일단 구판을 사고 바뀐 부분만 친구 교재를 복사해서 쓰기도 하더라.

② 방문 전, 전화로 재고 여부를 확인하라

발품 팔아 찾아갔는데 자신이 원하는 책이 없는 경우가 있다. 먼저 전화로 문의하면 불필요한 고생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방문이 주는 ‘보물찾기’의 재미도 있으니 발품을 아끼는 게 반드시 상책은 아닌 듯싶다. (본 기자, 취재 과정에서 영화 ‘메종 드 히미코’의 신품 DVD를 온라인 최저가 대비 절반 가격인 5000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③ 자신의 학교 앞 헌책방부터 방문하라

상식적으로 학교 앞 헌책방에 그 학교 수업에서 사용하는 책들이 가장 많이 구비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서울의 A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경기도의 B대학 앞 헌책방에서 찾아봐야 헛수고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각 학교 앞에는 헌책방이 한두 군데는 꼭 있으니 일단 그곳부터 뒤져보자. 내 학교 선배가 보던 책은 내 학교 앞에 있다.


글·사진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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