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회사와 나, ‘Asia’라는 키워드로 통했어요!”

아모레퍼시픽 정미경 씨

학점, 어학점수, 외국어 능력, 비주얼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잘나가는 대기업 합격 통지서도 거머쥐었다.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잘난’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이런 ‘엄친딸’은 아니었다.

2년여간 준비했던 행정고시에 실패하고 학교로 돌아온 4학년 1학기. 그에게는 학벌 말고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뒤늦게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은 다 이루었다.


정미경 씨는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중국어’를 선택해 집중한 결과 ‘Asian Beauty Creator’로 급성장 중인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할 수 있었다. 중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생 시절 중국계 미국인 선생님에게 영어 과외를 받으면서부터다.

“대만에서 다국적 기업을 다녔던 선생님이었어요. 항상 해외 특히 중국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외국어고에 진학할 때도 중국어를 전공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이제 대세는 중국이니까 중국어를 공부해두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이죠.”

그렇게 선택하게 된 중국어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글로벌 세상에서 아시아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아시아인으로서 돋보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은 계속됐다.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그는 넘쳐나는 경영학도들 중 뭔가 특화된 점이 없으면 그저 공장에서 찍어내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막연하지만 ‘글로벌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일’을 원했기에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휴학을 하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2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게 4학년 1학기에 복학했지만 중간고사를 보던 중 강의실을 나와 다시 휴학을 결정했다.

“친구들은 미국,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영어점수, 봉사활동 등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놨더라고요. 근데 저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이렇게 해선 절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점 몇 점 더 올린다고 될 게 아니잖아요.”

공모전 입상·인턴십 후 당당하게 입사

바로 계획서를 만들었다. 몇 개월 안에 졸업을 할 것이고 졸업 전에 반드시 교환학생을 다녀오겠다고, 그리고 모든 위험 부담을 스스로 지겠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렇게 교환학생을 준비하던 중 우연찮게 아모레퍼시픽 공모전을 준비해오던 친구와 함께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다.

“5월이 돼서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새벽 토플반을 다녔어요. 그러던 중 공모전 1차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목이 쉴 정도로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했죠. 6월이 되고 토플 점수도 어느 정도 나온 후에 공모전 2등 수상 연락을 받았어요. 그리고 7월에 바로 인턴십을 하게 됐어요.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죠.”

한 달간 아모레퍼시픽 인턴십에 참여하면서도 교환학생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4학년이니까 한국에서 너무 멀지 않고 아시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바로 홍콩이었다.

“1, 2, 3지망 모두 홍콩 대학을 썼어요. 홍콩은 1월에 학기가 시작하는데 그 당시가 7월이었으니 한 학기가 붕 뜨잖아요. 그래서 그 남는 시간에 중국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로 했죠.”

그렇게 9월부터 12월까지 베이징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이 시기를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다양한 중국인을 만나기 시작했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건 기본이고, 과외교사를 해줄 또래 여자친구를 2명 구했어요. 선생님 말을 다 알아들어도 다른 중국인 말은 못 알아들을 수 있잖아요. 공부한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패션, 화장품에 대한 생각, 해외 브랜드에 관한 걸 매일 물어보고 대화를 했어요. 소비자로서 의견 교환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실력이 쑥쑥 올라 장학금도 받고 HSK 10급도 땄다. 홍콩으로 건너간 뒤에는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수많은 매장과 넘쳐나는 해외 브랜드를 눈여겨보았다. 홍콩인들이 ‘라네즈’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인과 홍콩인이 너무 달라요. 다양한 중화권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니즈, 해외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접할 수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우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에 돌아와 마지막 한 학기를 보내면서 ‘아모레퍼시픽’ 입사를 준비했다. 교환학생과 어학연수를 통해 자연스레 어학점수, 회화 능력이 채워졌다. 자기소개서에는 아시아 경험을 최대한 어필했다. 어린 시절부터 중국과 연관이 있음을 내세웠고, 중국과 홍콩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 특히 같은 중화권 고객이라도 모두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부분을 부각시켰다.

“면접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인용을 하더라도 아는 범위에서 하고 무리수를 두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중국을 타깃으로 잡고 소비시장 공략 방법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게 회사의 비전과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는 가장 중요한 채용 관문으로 1차 면접을 꼽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이유와 같다. 아모레퍼시픽은 총 3차에 걸쳐 면접을 실시한다.

“면접에서는 내가 ‘상품’이에요. 내가 어떤 매력이 있는 상품인지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데 1차에서 그걸 못하면 그 다음이 없잖아요. ‘내가 이런 걸 잘한다, 그래서 여기에 잘 맞는다’ 그렇게 나의 매력을 발산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입사 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가진 연수에서 그는 또 한 번 글로벌 마인드를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이런 연수 기회를 주는 것 같다고.

“무턱대고 아무 회사나 취업하지 말고 취업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 아모레퍼시픽 웨이 AMOREPACIFIC WAY >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까지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5가지의 핵심 가치를 담은 ‘아모레퍼시픽 웨이’를 선포했다. 이는 전 구성원이 갖춰야 할 기업문화 핵심가치이자 구성원들의 행동규범. 개방, 혁신, 친밀, 정직, 도전 등 5가지 가치를 말한다. 신입사원 선발의 기준이나 인재상 역시 아모레퍼시픽 웨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개방(Openness) ●혁신(Innovation) ●친밀(Proximity) ●정직(Sincerity) ●도전(Challenge)


글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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