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ON AIR’ 불빛이 켜지면 그곳은 ‘워룸’이 된다. ‘CJ오쇼핑’

CJ오쇼핑

1995년, ‘편안한 쇼핑’이 시작됐다. ‘전화 한 통으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해결한다’는 TV홈쇼핑 방송이 처음 전파를 타면서다. 각종 생활용품에서 고급 명품에 이르기까지 백화점 못지않게 없는 것 없다는 홈쇼핑의 세상.

국내 5개 홈쇼핑은 초기 34억 원에서 2009년 기준 약 5조50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유통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특히 국내 홈쇼핑의 효시인 ‘CJ오쇼핑’은 13년 연속 흑자 경영, 국가고객만족도 홈쇼핑 부문 8년 연속 1위 등 여러 기록을 갖고 있다. 중국에 ‘동방 CJ’를 설립한 이후 해외시장에 전파를 쏘아올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참 사고 싶게 만드는’ 대박 상품의 비밀은 무엇일까. 홈쇼핑에서 일하는 재미는 어떠할까. 송재하, 이솔지 두 대학생 기자와 함께 CJ오쇼핑을 탐방하고 왔다.


스탠바이, 큐 사인과 함께 카메라가 움직인다. 무대 세트를 분주히 세우던 스태프들도 일제히 숨을 죽인다. 무대 중앙에서 쇼 호스트가 방긋 웃는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린이 완구를 준비했습니다.”

기자단이 가장 먼저 들른 ‘C 스튜디오’에선 마침 생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눈에도 널찍한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튜디오. 자동차를 늘어놓아도 거뜬할 정도라고 한다.

편안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쇼핑이지만 정작 제작 현장은 긴장감의 연속이다. 쇼 호스트에겐 대본이 따로 없다. 고객 반응에 따라 멘트를 이어갈 뿐이다. 방송은 60분, 90분, 120분 등으로 편성되는데 상품이 매진되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한다고 한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C 스튜디오 외에도 A, B 스튜디오가 있다. 이 세 개의 스튜디오를 새벽 6시에서 다음 날 새벽 1시 30분까지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한 곳에서 방송을 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다음 방송 세트를 세우고, 또 다른 곳에서는 철거 작업을 하는 식이다. 스태프진도 3교대로 일을 하고 있다.

방송 중 조심스레 스튜디오를 나오니 마침 방금 쪄낸 만두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 방송에 쓰일 소품이라고 한다. “식품은 점심시간대에 판매해야 잘 팔린다”고 안내를 맡은 직원이 살짝 귀띔했다.

보통 생방송 하나에 투입되는 인원은 50명 정도인데 이 중 PD와 기술 감독, 음악 감독 등은 ‘부조정실’에 모여 있다. 스튜디오를 실제 진두지휘하는 곳으로 3층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사면이 유리벽으로 된 특이한 공간이 하나 있다.

일명 ‘워룸(War Room)’으로 불린다. 상품 담당 MD가 방송 모니터를 하고 경쟁 방송사의 상황을 보는 곳이다. 특히 상품을 주문한 고객의 수를 열심히 살피는데 이 숫자에 따라서 MD가 유리문을 나올 때 얼굴에 화색이 돌기도 하고 때론 잿빛이 되기도 한다.

2층에 위치한 ‘주조정실’은 모든 방송을 실시간 송출하는 곳이다. 홈쇼핑의 모든 네트워크와 방송 콘텐츠의 관리가 이뤄진다. 홈쇼핑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회사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일이 터지면 방송 자체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송출 대행업체에 바로 연결하는 비상 대기 체제를 갖추고 있다.

기자단이 설명을 듣는 중에 어디선가 ‘스탠바이’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부조정실에서 다음 방송을 알리는 신호였다. 담당 직원에 따르면 정확한 타이밍에 송출을 해야 하는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CJ오쇼핑 직원이라서 행복해요”

홈쇼핑 구매 고객을 연령별로 분석하면 20~30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 고객이 대다수다. 젊고 트렌디한 감각으로 상품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임직원 중에서도 ‘젊은 여성’이 많다. 남녀 임직원 비율은 5.5 대 4.5 정도로 CJ 계열사 중에서도 CJ오쇼핑의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기업 문화 또한 젊고 창의적인 것을 지향한다. 대표적인 것이 ‘님 호칭 제도’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사고를 하자는 취지에서 모든 직함을 생략, ‘님’으로 통칭해서 부르는 것이다. 회사 대표이사도 ‘이해선님’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상사가 후배에게 ‘야, 자’ 하지 않아서 서로 적절한 예의를 지킬 수 있다고 한다.

CJ의 직원이 되면 올리브 영, 투썸 플레이스 등 CJ 계열사의 모든 상품을 35%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으로 꼽힌다. CJ오쇼핑에 입점한 투썸 플레이스는 기본적으로 10% 할인이 되는데 직원은 추가로 35% 할인이 된다. 찾는 사람이 많아 전국 투썸 플레이스 중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곳이라고 한다.


또 ‘카페테리아 포인트’가 임직원에게 만족스러운 혜택을 준다. 일종의 사이버 머니로 1년에 한 차례씩 충전되면 이를 CJ몰, 서점, 학원, 호텔, 피트니스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개인마다 원하는 복지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복지 포인트를 주고 원하는 곳에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하루 종일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내 식당 또한 삼시 세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 직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했다. 떠오르는 ‘모바일 쇼핑’을 미리 체험해보라는 취지에서다.

한 달에 한 번은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있다. 송승환, 이외수 등 유명 인사가 강사로 초빙된다. 이 밖에 일 년에 한두 번은 사옥 앞마당에서 파티를 연다. 800명의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바비큐를 먹고 공연을 보는 신나는 한마당이다.

특히 기자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CJ오쇼핑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기적 할인’이다. 실제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이 기회는 CJ 계열사 중에서 오직 CJ오쇼핑 직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이강욱 인사팀 대리와의 ‘진지한 대화’

Q CJ그룹 계열사 중에서 CJ오쇼핑만의 매력은?

A 이미 해외시장에 많이 진출한 다른 계열사와 달리 CJ오쇼핑은 한창 진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 부문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싶은 사람이라면 CJ오쇼핑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또한 PD나 MD 등 특화된 분야도 CJ오쇼핑에서만 뽑는다. 이 밖에 업태 자체가 젊은 감각을 요구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Q CJ오쇼핑 채용 절차는?

A CJ그룹 차원에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전형은 서류 전형, CJ종합적성검사, 역량 면접, 임원 면접을 거친다. 서류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다 읽어보기 때문에 꼼꼼히 써야 한다. 역량 면접은 40분씩 진행된다. 면접관 두 명과 지원자 한 명이 들어가서 보는데 특히 과거 경험을 많이 물어본다. 임원 면접은 최근 PT 형식으로 변경했다. 미리 몇 가지 키워드를 주고 당일에 PT 주제를 준다. 발표 후 5~10분 정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Q MD에 관심 있는 사람이 준비해야 할 것은?

A 자기소개서에 ‘상품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매주 백화점에 갔다’와 같이 직무 관련 경험담을 풀어내거나 실제 상품기획서를 낼 수도 있다. 직접 물건을 떼서 온라인 판매를 해본 사람들도 있다. MD는 우대하는 전공이 따로 없다.

Q CJ종합적성검사는 어떻게 해야 잘 볼 수 있나?

A CJAT(CJ Aptitude Test)와 인지능력평가 두 가지를 보는데 인지능력평가의 난이도는 정말 낮다. 중학교 3학년 교과과정을 마치면 풀 수 있다. 단, 50문제를 13분 30초 안에 풀어야 하기 때문에 빨리 푸는 것이 중요하다. CJAT는 본인의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Q 가장 중요한 전형은 무엇인가?

A 통과하기 어려운 전형은 서류 전형이다. 가장 많이 탈락한다. 자기소개서 항목 중 전공과 문항 외에는 블라인드 처리해서 읽기 때문에 직무에 대해 어떤 비전이 있는지 어필하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주의할 것은 꼭 마감일 전에 등록하라는 것이다. 서버를 증축해도 마지막 날은 폭주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탐방 후기

송재하 ­_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4

TV홈쇼핑의 특징은 주어진 시간 내에 다수의 시청자에게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CJ오쇼핑은 바로 이러한 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CJ오쇼핑 방문은 홈쇼핑에서 일하고 싶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스튜디오에서 일할 미래를 꿈꿔본다. CJ오쇼핑의 인재상인 ‘창의’와 ‘정직’, 그리고 ‘혁신’을 갖추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

이솔지 ­_ 경기대 국제통상학과 3

CJ오쇼핑의 사옥과 로고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나아가는 기업답게 젊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생방송으로 돌아가는 3개의 스튜디오와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홈쇼핑 방송은 긴장감이 넘쳤다. 그러나 직원들에게서 피로에 지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긴장감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자유롭고 유연한 기업 문화와 직원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복지시설 때문일 것이다. 특히 CJ오쇼핑은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나와 같은 학생이라면 꼭 도전해보아야 할 기업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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