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겨울방학 5가지 액션플랜] 작은 힘 나누는 기쁨…“벅찬 감동·보람 느껴봐”
입력 2010-12-17 16:55:27
수정 2010-12-17 16:55:27
(4) 자원봉사 하기
“내 손을 붙잡고 고맙다, 고맙다 하시며 눈물 흘리는 할머니를 보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등 떠밀리듯 봉사하러 왔다가 도리어 큰 선물을 받았답니다. 아, 나도 제법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어요!”한 자원봉사 단체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체험기 중 일부다.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원봉사의 ‘효과’다. 작은 도움을 주러 갔다가 훨씬 큰 소득을 안고 돌아오는 게 자원봉사의 매력.
게다가 요즘엔 자원봉사 경력이 제법 파워 있는 스펙으로 통한다. 좋은 일 하고, 빵빵한 스펙 추가하고. ‘일석이조’란 이런 경우에 하는 말이다.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도움, 또는 그런 활동’인 자원봉사. 요즘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이 아름다운 행위는 ‘반드시 갖춰야 할’ 경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언제부턴가 학점, 토익, 자격증, 인턴십과 함께 5대 스펙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공부 외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지원자를 선호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기업이나 단체가 모집하는 자원봉사 이벤트에는 지원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해외봉사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웬만한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을 능가할 정도다.
최근 인도네시아 커피농가로 떠나는 청년 해외봉사단의 지원 신청을 마감한 카페베네에는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평균 경쟁률만 400 대 1. 이 회사 최병목 차장은 “지난해 400명 정도가 지원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라면서 “해외봉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체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원봉사가 내로라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합격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내에도 자원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 해외봉사처럼 미리 준비할 것도 없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치열한 경쟁 없이도 나누는 기쁨과 감동, 그리고 ‘인증’까지 받을 수 있는 봉사의 기회가 수두룩하다.
좋은 일 하고 스펙 쌓고 ‘1석2조’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 인터넷에 답이 널려 있다.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자원봉사 조직의 홈페이지를 통하면 어렵지 않게 봉사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대학생에 특화된 자원봉사 단체부터 살펴보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전국대학생자원봉사협의회(UCV)다. 기업 등의 후원을 받는 대규모 해외봉사단 파견은 물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국내 2000여 군데 시설과 자원봉사 대학생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등록돼 있는 자원봉사자 수는 3만 명을 웃돈다. 홈페이지를 통해 봉사 희망자와 구인 시설의 자율적인 매치가 이뤄지고 있다. UCV 송경석 과장은 “마음만 먹으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면서 “특히 12월에는 김장 봉사가 많아 배추를 나르는 등 젊은 친구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도 잘 알려진 자원봉사 단체다. 주로 학교를 통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학교 수만 207개에 이른다. 정부, 기업, 사회단체를 연결하는 봉사 프로그램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개별적인 참여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UCV와 마찬가지로 자율적인 매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자원봉사 모임도 있다. 한국대학생자원봉사 원정대 V는 지난해 여름 만들어진 후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개 방학을 이용해 집중 활동을 펴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국 106개 대학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지난 여름방학에 2기 단장으로 일했던 김진아(광운대 3) 씨는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 자치적으로 움직인다”면서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와 이웃,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알고 임한다”고 말했다.
원정대 V는 이번 겨울방학에 ‘기적의 73일, 미러클 메이커(Miracle Maker)’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독거노인 지원, 연탄 배달, 집 꾸미기, 공부방 지도, 다문화 체험, 장애인 봉사, 거리 청소, 노숙인 지원 등 8개 분과로 나뉘어 12월 17일부터 73일 동안 이어지는 봉사를 말한다.
150명의 운영진 선발에 1000건이 넘는 지원 신청이 이어져 이미 참여 열기가 달아올랐다. 김진아 씨는 “전국에서 릴레이 식으로 봉사가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친아 엄친딸이 모인 자원봉사 모임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이준석 씨가 서울과학고 동창생들과 함께 만든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이다. 국내외 대학생들이 소외 계층 청소년에게 공짜로 수학·과학을 가르치는 모임으로, 교육 봉사를 원하는 4년제 대학 입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교사로 참여할 수 있다.
배나사는 순수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모임이지만 자체 교육장을 확보하는 등 웬만한 사회단체 못지않은 활동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 용산, 마포, 금천, 구로와 경기도 고양, 대전 유성구에 교육장을 두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 성동구, 동대문구와 성남시 등에 교육장을 확장할 계획. 이 모임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김환민 씨는 “교육 봉사를 하려면 학기 중에는 주 1회 3시간씩, 방학 중에는 주 2회 3시간씩 활동하면 된다”면서 “서울대, 카이스트, 이화여대, 서강대 등 사회봉사 학점 인정제도를 실시하는 학교와 연계해 일정 조건을 만족할 시 학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지자체, 전문 봉사단체 등의 문도 활짝 열려 있다. 지자체의 경우 ‘서울자원봉사’ 홈페이지를 통하면 자원봉사 연결 및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 아름다운가게, 세이브더칠드런, 굿피플 등도 늘 대학생 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집짓기 봉사로 유명한 헤비타트의 경우 겨울 시즌엔 참여할 수 없다. 여느 건설 현장처럼 겨울은 ‘비수기’이기 때문.
한편 ‘대가 없이’ 하는 활동도 ‘인증’을 받아놓으면 스펙으로 활용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의 위탁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 사이트인 VMS(www.vms.or.kr)에는 11월 현재 7527개의 봉사활동 센터가 등록돼 있다. 등록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할 경우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셈. 자체 봉사활동 인증서를 발급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인터뷰] 한국대학생자원봉사 원정대
“자원봉사하려고 아르바이트한답니다”
김진아(광운대 전자공학 3)
김명석(연세대 생명공학·경영 4)
“지난 여름 남원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2박3일 봉사활동을 했어요. 처음엔 서먹서먹하기만 했죠. 하지만 이틀째가 되니 우리도, 그곳 장애인들도 표정이 확 바뀌었어요. 하루 만에 그들과 동화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죠. 봉사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채우는 기회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어요.”(김진아)
2기 단장인 김진아 씨는 자원봉사의 고귀한 매력에 이끌려 2년째 전국을 누비고 있다. 지난 9월부터 3기 단장을 맡고 있는 김명석 씨도 ‘봉사’를 인생의 큰 주제로 삼을 정도로 전력투구 중이다. 그는 “자원봉사는 일상의 기쁨”이라면서 “제3세계에서 의료 관련 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자원봉사의 세계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바로 순수한 봉사 정신에서 얻은 감동과 보람이다. 김진아 씨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기업이나 단체의 지원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정대 V 구성원 중에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자원봉사를 스펙으로 접근하는 대학생이 어떻게 보일까. 의외로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대충 스펙이나 쌓자고 오는 사람도 돌아갈 때는 달라집니다.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해요. 그게 바로 자원봉사의 힘이에요.”(김진아)
경험이 없거나 시작을 망설이는 이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95% 이상이 혼자이거나 경험이 없는 사람입니다. 시작은 누구나 그래요. 선남선녀가 많아서 커플도 종종 탄생한답니다. 대학생이면 무조건 환영이에요!”(김명석)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각 봉사단체·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