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맨주먹으로 무점포 사업에 도전… “나는야 향기 파는 청년”
입력 2010-09-16 16:31:24
수정 2010-09-16 16:31:24
강성재 ‘에코미스트’ 사장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생활 관련 키워드는? 정답은 ‘건강’ 또는 ‘웰빙’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소비 경향이 뚜렷하다. 덩달아 ‘친환경’ 이슈에도 관심이 대단하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하남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실내관리 및 천연 향기 전문 서비스업 ‘에코미스트(www.ecomist.co.kr)’를 운영하고 있는 강성재(23) 사장은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이런 변화상을 눈여겨봤다.
친환경 아이템이 장래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영업 공간이 필요 없는 무점포 사업이라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패기와 열정을 밑천 삼아 맨주먹으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동서울대 디지털방송미디어학과를 1년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오토캐드(Auto CAD) 자격증을 취득해 건설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하고 싶은 욕심에 퇴사를 한 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고교 시절 방송부 활동을 한 계기로 전공을 선택했지만 막상 공부를 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기더군요. 휴학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해 평소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취업을 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죠.”
이때 아버지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남의 논에 물을 대지 말고 네 논에 물을 대라”는 말씀이었다. 자신에게 이로운 일을 찾으라는 그 말에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손을 내밀기는 싫었다. 2년간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저축한 돈을 밑천 삼아 시작할 만한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자금이 빠듯한 만큼 목돈이 필요 없는 무점포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던 중 천연 향기 등 친환경 제품을 통해 실내 환경을 관리해주는 ‘에코미스트’를 만났다. 무엇보다 비싼 권리금이나 점포임대료, 시설비, 인건비 등을 들이지 않고 1000만 원 정도로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업 특성상 한 번 거래처를 확보하면 장기간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단순히 천연 향기 제품을 판매만 하는 게 아니더군요. 기업체 사무실이나 관공서, 유치원, 병원, 은행, 도서관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의 대형 공조시스템을 통한 실내 환경관리부터 부가 사업이 다양해서 사업 영역이 무척 큽니다. 피톤치드, 천연 해충 퇴치제를 사용한 방역·소독, 아로마테라피, 기업체 CI향 개발, 문화재 및 기록물 보존 사업 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죠. 한 우물을 파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창업이란 과정은 패기와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가맹본사에서 제품과 영업에 관한 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실전에 나서니 말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잡상인 취급을 받으며 문전박대 당하는 것은 예사였다.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몇 번이고 문을 두드렸다. 진심과 정성을 보이니 무관심했던 고객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설명을 들은 후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성과가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인맥을 활용한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송파구청 등 굵직한 관공서, 은행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문전박대 설움 견뎌가며 영업 전선 누벼
그가 가진 무기는 못 말리는 도전 정신과 성실성밖에 없다. 상대조차 않으려는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제품을 직접 느끼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업 방식을 바꿨다. 고객을 만난 후 자리를 떠날 때 항상 향기를 뿌리고 나온 것이다. 그가 떠나도 향기는 남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반응을 보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마인드 컨트롤로 극복하고 있다. 아직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며 매 순간에 임한다고.
“구매 담당자 앞에 서기 전 ‘나는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이 제품을 꼭 필요로 한다’고 되뇌이곤 해요. 그러다 보면 자세가 당당해지거든요. 이런 마인드 컨트롤 덕분에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한 달이 다 되도록 수입을 올리지 못했을 때는 ‘이게 나한테 맞지 않는 일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상황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모습을 돌아다봤다. 예전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좀 느슨해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스스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정해 타이트하게 일하기로 했다. 하루, 일주일 단위로 업무 계획을 짜고, 꼼꼼하게 스케줄을 만들어 반드시 실천에 옮겼다.
퇴근 후에는 제품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서비스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특히 천연 향기 관련 정보를 스크랩하고 업계 동향을 살피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중요한 내용은 외워서 브리핑할 때 인용하기도 한다.
또 효과적인 영업을 위해 가상의 고객을 만들어 놓고 연습을 하기도 한다. 녹음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후 억양이나 말투, 어휘 등이 어색하지 않도록 바꾸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일종의 모의 훈련인 셈이다.
“고객으로 만나는 구매 담당자와 20대가 사용하는 언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객 수준에 맞는 단어를 사용해야 더 설득력이 있죠.”
사업가로 나선 지 이제 4개월 남짓. 벌써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는 할 수 없다. 요즘 한 달 평균 매출은 200만 원선. 하지만 연말까지 2배 이상 높이겠다는 포부다.
“월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2년 후 1000만 원을 돌파할 계획이고요. 요즘처럼만 열심히 뛰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무점포 사업의 관건을 ‘친화력’이라고 생각한다. 젊음과 패기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지만, 성격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적성과 잘 맞아야 성공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점포라는 공간도 없이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하는 일이라서, 우선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해요. 여기에 패기와 열정이 더해진다면 뭐든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 조언] 무점포 창업에 성공하려면
창업 비용 적다고 얕보지 마라
발품 팔아가며 적극적인 영업 활동 전개해야 성공할 수 있어
무점포 창업은 적은 돈으로 시작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청년 창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템이다. 브랜드나 아이템별로 다소 펀치는 있지만 대체로 1000만 원 내외면 창업이 가능하다.
단, 점포가 없는 만큼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수요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전개해야 성공할 수 있다. 또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성공 포인트다. 서비스 후 이의 제기가 있으면 바로 달려가 해결해주는 등 철저한 고객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업종을 고를 때는 창업 초기부터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검증된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처음부터 일정한 수익을 올리면서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서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따. 이를 위해서는 고객 수요가 있고 어느정도 시장이 형성돼 있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또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대부분 혼자 운영하는 1인 창업 형태가 많으므로 철저한 자기관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경솔하게 창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무점포 창업은 청업 비용이 적다는 것에 이끌려 쉽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은 어려움에 부닥치면 이내 포기해버린다.
무점포 창업은 투자비가 적은 만큼 수익성이 낮고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의지와 도전 정신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한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