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길라잡이] 좋은 인턴십은 대부분 무임금…‘제대로 알고 떠나야’

미국 인턴십의 허와 실


최근 대학생들은 단지 6개월에서 1년 해외 어학연수에 만족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어느 정도 어학연수를 마치고 나서 대학 부설기관의 수료과정이나 인턴십 과정을 함께 마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은 해외연수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국가로 현지 인턴십 제도도 잘되어 있다. 대학 부설 어학원 대부분은 희망자에 한해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고 있다. 단, 미국에서 유학생 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유급 인턴은 불법이므로 무급 인턴만 가능하다.

한국에서 연수 비자(J1)를 발급받아 미국에 갈 경우 유급 인턴도 가능한데 시간당 8~12달러로 한 달이면 한화로 110만~130만 원가량 받는다. 현지 숙박비와 물가를 감안하면 조금의 여유도 없는 기초 생활비 정도다.

한국 학생이나 졸업생 인턴들은 현지에서 성실하고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편이다. 하지만 생활 및 비즈니스 영어에 서툰 면이 많아 업무 지시 전달이 용이치 않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주로 인턴십을 하는 곳을 살펴보면 첫째 호텔과 레스토랑이 일반적으로 많다. 특히 호텔에서는 업무 및 관련 영어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면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호텔에는 외국인 투숙객이 많다는 특성상 일부러 아시아인 직원을 상당수 뽑으므로 인턴 수요가 큰 편이다.

둘째는 마케팅 분야로, 현장에서 직접 지시에 따라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무역 관련 분야다. 경상계열 전공자들이 많이 지원하며, 무역 절차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현지 한인이 경영하는 무역 회사도 한국에서 온 학생 인턴을 많이 뽑고 있다. 특히 패션, 미용 관련 업계에 한인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한인 기업은 한국 회사와 미국 회사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으므로 미국 기업에서 일할 때 부딪치는 문화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성실하고 일 잘하는 한국인 인턴’ 평판

넷째는 디자인 관련 분야다. 디자인 전공자들은 영어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웹 디자인, 제품 디자인, 광고 디자인 등 실무적인 능력이 있다면 보조 업무를 해나갈 수 있다. 디자인 관련 인턴을 할 경우, 세계 첨단 디자인을 접할 수 있어 트렌디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법원, 시정부, 주정부, 백악관 등 공공기관 인턴십은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이나 J1비자 신분으로는 선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주요 글로벌 대기업 또한 미국 대학생들에게도 인턴십 자리는 충분치 않아 유학생들은 뚫기 힘들다.

미국의 회사에서 1년 동안 인턴십으로 근무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채용되는 경우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는 취업 비자(H1B비자)를 스폰서해주겠다는 통보를 하며, 채용을 앞둔 이는 OPT(현장실습비자)를 받아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한다.

H1B비자는 이민국이 정해놓은 한 해 수량이 정해져 있으므로 기업의 스폰서십 아래 신청한다고 해도 승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J1비자의 기간이 만료되면 H1B비자가 승인됐다 하더라도 출국했다가 재입국해야 한다. 더불어 H1B비자의 자격은 일반적으로 대졸자이므로 휴학 중인 학생은 H1B비자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비용이다. 미국에서의 체재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인턴십을 할 경우 대부분 무급이거나, 유급인 경우에도 생활비를 충족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사설 해외인턴 알선업체가 많은데, 이런 곳을 이용하면 소개비까지 추가된다.

사설 인턴십 알선업체를 이용할 경우 미국 내 영세한 한인기업을 소개, 단순 업무만 시키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하는 것도 있어 인턴 희망자들은 본인이 경험하고자 하는 업무와 잘 맞는지 충분히 정보를 얻어야 한다.

미국의 기업이 미국 사정에 밝지 않고 영어가 부족한 인턴을 채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무임금이거나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에서 대기업의 좋은 인턴십 자리는 대부분 무임금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 대학생들은 교통비와 식비 등 자기 돈을 들여가면서 인턴으로 일한다.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본인의 노동을 제공하는 이유는 명성 있는 기업에서 인턴십한 경력은 후일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턴십 경력은 실제 경력과 비슷할 정도로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국내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단지 미국으로 인턴십을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국내 공공기관이 추구하는 미국 인턴십이 많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면 이러한 인턴십 제도를 이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한국HP, 두산중공업, 미래에셋, LG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인턴십 모집도 눈여겨볼 만하다.


공공기관 주도 미국 인턴십

● WEST 프로그램

2008년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마련된 WEST(Work, English, Study and Travel) 프로그램은 현재 3기까지 선발됐다. 한 해 상반기, 하반기에 나눠 2번 선발하며 2009년에 선발된 1기 182명과 2기 158명이 현재 미국에서 과정을 밟고 있다.

1기생 중 2명이 미국 현지 기업에 채용됐으며 162명이 미국 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인턴으로 활약하고 있다. 1기의 인턴이 끝나는 오는 7~8월경이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기생 158명은 지난해 9월께 출국, 현재 어학연수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인턴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WEST 프로그램은 외교통상부가 마련한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학생은 18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며 어학연수 5개월, 인턴십 1년, 여행 1개월 과정을 거친다.

WEST의 장점은 어학연수와 미국 기업문화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대학생들도 경력 관리 차원에서 미국 공공기관 인턴을 선호하고 있어 일찌감치 글로벌 경쟁을 경험할 수 있다.

지원 자격은 토익 점수 750, 대학 평점 3.375 이상이고 영어구술시험과 면접을 치른다. 단지 영어 실력만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려는 강한 의지와 목적을 적극적으로 보여줄수록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통상부 글로벌인턴지원단 관계자는 밝혔다. 아직은 지원자가 대거 몰리지 않아 경쟁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선발된 지원자는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의 분야에 따라 미국 내 스폰서 업체인 ICE, CIEE, AIPT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스폰서 기관과 제휴한 어학연수기관과 가게 될 도시를 정한다.

스폰서 기관의 심사를 거쳐 J1비자 발급을 위한 DS-2019서류를 받는다. 이 서류와 정부 추천 확인서 등을 갖고 미국대사관에서 J1비자를 발급받아 출국하면 된다.

선발자에게는 항공료 외에 토익 900점 이상인 자에 한해 2700달러의 구직 알선 수수료를 지급하고, 공공기관 무급 인턴으로 채용되면 6개월간 생활비 4500달러를 추가 지급한다. 문의는 02-732-6408~9.

● 항공 인턴십

국토해양부가 항공 관련 전공자와 어학 능력 우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턴십이다. 이 인턴십 참가자로 선정되면 항공 관련 국제기구와 국내외 항공사에 파견돼 실무 지식과 현장 체험을 접할 기회를 갖는다.

인턴 근무 후 정규직으로 취업하도록 지원하며, 올해는 70여 명을 선발하고 2013년까지 총 400여 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해외 인턴십은 무급을 원칙으로 하되 왕복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한다. 가령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파견될 경우 월 1180달러가 지급된다. 모집 공고는 한국항공진흥협회 홈페이지 (www.airtranspor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LA 한인상공회의소 인턴십

미국 내 한인 단체 중 하나인 LA 한인상공회의소는 지난해부터 서울대, 이화여대, 부산대, 한서대, 유한대 등과 협력해 1년 과정의 인턴십을 마련했다. IT나 패션 전공자 중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대학생 및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숙소와 식사(아침, 저녁) 그리고 월 300달러(약 36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연수생들은 왕복 항공료와 비자 대행비, 첫 달 생활비(600달러, 귀국 시 환불), 개인 용돈 등만 부담하면 된다. LA 한인상공회의소는 각 대학에서 모집된 신청서를 현지 업체와 협의해 연수생을 최종 선발한다. 관련 정보 :
www.koreanchamberla.org

●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사업 해외 인턴십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사업 해외 인턴십 장기 과정’은 지난 2009년부터 한 해에 한 번 연수생들을 해외로 파견하고 있다.

무역에 관심 있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약 60명을 선발해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EU 등 22개 주요 교역국에 6개월간 파견한다.

연수생으로 선발되면 2개월간 무역협회 아카데미에서 매일 10시간씩 무역실무, 해외마케팅, 비즈니스 매너 등 사전 교육을 받는다. 무역 관련 자격증(국제무역사, 외환관리사, 물류관리사, 유통관리사, 관세사, 무역영어 1급) 소지자를 우대한다.

선발된 연수생에게는 왕복 항공료, 수속비 및 보험료, 6개월간의 체재비를 지원하며 연수생은 20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관련 정보 :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www.tradecampus.com, 문의 : 02-6000-5372)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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