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특강] 긴장의 연속 동시통역, ‘나만의 감각’ 필요해

동시통역사 되기


서울 도곡동에서 만난 인기 동시통역사 이윤진 씨. 안부를 묻자 신혼집 짐정리가 아직도 안 끝났다며 환하게 웃었다. 겉보기엔 앳된 아가씨로 보이지만, 일 얘기를 하다 보니 당찬 프로페셔널 통역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동시통역사의 세계, 지금부터 만나보자.

동시통역사 이윤진 씨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공중파 아나운서 출신에 가수 ‘비’의 영어 선생님으로도 꽤나 유명하다. 지금의 남편, 배우 이범수 씨와도 영어 선생님과 제자로 만났다고 하니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처음부터 동시통역사를 꿈꾼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외국에 오래 살면서 영어는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우연히 지훈(가수 비) 씨에게 영어를 가르친 계기로 영어 잘하는 아나운서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 일을 하게 됐죠.”

‘비’의 영어 선생님으로 4개월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미국 뉴욕에 있는 방송사란 방송사는 모두 다녀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대해 담대함도 생겼고, 연예계 통역 일을 많이 하게 됐다고. 지금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도 활동 중이다.

요즘에는 모더레이터(moderator)라고 해서 세계여성포럼, 아시아경제공동체 포럼 등 국제회의나 포럼의 중재자 역할과 사회도 많이 맡고 있다. 국제회의에서의 통역은 부스 안에서 리시버를 끼고 실시간 통역을 할 수도 있고 무대 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제회의를 하다 보면 훌륭한 분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내가 못 가본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삶이 버라이어티해진다고 할까요. 영화 관련 회의에서 할리우드 유명 감독을 만난 적도 있고 경제 포럼에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도 만났으니까요.”

그녀는 현재 고려대 국제어학원 통번역 과정을 이수 중이다. 일을 하면서 부족함을 느껴 진학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동시통역사에게 통역대학원은 필수 코스일까.

“반드시 대학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진학하면 인맥을 얻고 일을 할 수 있는 매개가 생기는 건 맞아요. 하지만 감각이 없고 사람 만나길 꺼려하는 성격이라면 아무리 좋은 대학원을 나와도 소용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외대의 경우,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면 교내 통번역센터에 프리랜서로 등록을 하고 활동하게 된다. 학교로 오는 업무 의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통역사 초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화려해 보이는 동시통역사. 하지만 늘 부담감이 존재한다.

“한순간에 현장의 상황이 나의 무능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다 내 책임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그게 항상 두려워요. 중요한 회의에서 한 마디만 잘못 전달해도 일을 망칠 수 있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하죠.”

동시통역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일까.

“해당 언어뿐 아니라 한국어도 정말 잘해야 하고 순간순간 듣고 습관적으로 궁금해 해야 해요. 이 사람이 한국말을 하면 영어로 어떻게 할까, 영어방송을 보면서는 이걸 한국말로 어떻게 할까 머릿속으로 늘 생각해요. 또한 담대함을 가져야 해요.

통역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뉘앙스를 잘못 파악하거나 실수하면 당황하기 때문에 늘 수많은 변수를 생각해야 돼요. 마지막으로 강인한 체력도 필수죠. 한두 시간 통역을 하다 보면 머리에서 열이 나는데 익숙해지려면 최소 10년은 걸린다고 하네요.(웃음)”

긴장 속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다.

“아랍 왕자들이 대거 참석한 포럼이 있었어요. 회의가 끝난 후 저를 벽에다 세워놓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시더라고요. 그러고는 명함을 건네주면서 ‘아랍에 가서 결혼하자. 아랍에서 살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동시통역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통시통역은 딱히 정답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이 문장이 더 매끄러울까 늘 고민해야 하죠. 수많은 변수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소소한 일상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해요.

우선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통역도 감이 있어야 해요. 뉘앙스를 알고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나만의 감각을 키우세요.”

** 이윤진 동시통역사

1983년 생
고려대 영문과 졸업, 고려대 언론학 석사
고려대 Ku-Mu 통번역 과정 재학
춘천MBC 아나운서
OBS 경인TV 아나운서
현재 동시통역사/프리랜서 아나운서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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