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취업 비법
남들이 좋은 학교라고 입을 모으는 서울 A대학 경영학과 출신인 박응시(가명) 씨.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스펙 쌓기에 돌입해 경영학과 출신자에겐 필수라는 사무자동화산업기사,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을 딴 ‘억척이’다.게다가 별도로 통계를 공부해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놓았다. 토익 900점은 기본인 데다 1년간 미국 어학연수, 다양한 기업의 체험단 활동까지 더해 박 씨의 이력서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가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졸업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취업 준비생 처지다.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진 것만 해도 20번 이상이다. 원서만 내면 서류 전형은 물론 인성·적성 검사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하지만 항상 면접이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남들과 비교해 말재주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면접관의 질문을 놓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외모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박 씨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본인 스스로도 그것이 궁금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면접에서만 20번 떨어진 이유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빵빵’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점수를 딴다 해도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명문대 출신에 스펙이 탄탄한 사람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취업의 마지막 고개에서 고배를 마시곤 한다. 문제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탈락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에 대해 ‘취업면접비법’ 저자 김준영 씨는 “나를 뽑을 사람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면접 전형에서는 사소한 말버릇, 행동의 허점이 점수를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면서 “작은 문제 하나가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으니 반드시 스스로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 과정에서 학벌이나 토익 점수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있다. 어쩌면 스펙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간과한다. 사소하게 여기기 십상이다. 말버릇, 손 제스처, 시선 처리, 인사법, 몸 움직임, 흡연 여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박 씨의 예를 보자. 박 씨는 긴장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만지는 습관이 있다. 또 눈동자가 불안하게 움직여서 상대방과 ‘아이 콘택트’를 잘 하지 못한다. 질문을 받고 대답을 시작할 때 “어… 음…”부터 시작하는 버릇도 있다. 이 모든 게 합쳐져 박 씨의 이미지는 ‘산만하고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박 씨가 1년 넘도록 취업에 실패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정작 박 씨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무심코 하는 작은 손짓이나 눈짓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화려한 스펙을 제치고 당락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남보다 소심해서 더 긴장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사실 박 씨와 같은 문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있으면 바로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의 면접을 촬영한 화면을 보면 스스로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김준영 씨는 “자신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까맣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소한 실수 하나가 취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앞서 가는 셈”이라고 밝혔다.
손 제스처가 과하진 않은가 = 말을 하다 보면 자신의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손 제스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손동작을 크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린 채 미동 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면접에서 손을 움직이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특히 보수적인 분위기인 기업일수록 그렇다. 대기업과 공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 외국인 임원이 면접을 보는 외국계 기업이라면 손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하는 게 좋다.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손을 올리는 버릇이 있는가 = 긴장하면 자신도 모르게 코, 입, 머리, 안경에 손을 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어떤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버릇이다. 산만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고 신뢰를 주고받기 어려운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업종이나 직무 구분을 떠나 반드시 고쳐야 한다.
몸 움직임이 부산스럽지 않은가 = 앉은 자세를 자주 고치고 발을 가만히 두지 않으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성격이 급한 사람이거나 지나치게 긴장한 경우다. 면접관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불편해한다. 응시자가 불안해하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면접 시간만이라도 진중하게 임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내 말버릇은 어른스러운가 =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발을 내딛는 사람이 혀 짧은 아기 말투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그렇다. 특히 여성 응시자 중에서 흔히 발견된다.
B기업 인사담당자는 “여성 응시자 중 목소리가 가늘어 알아듣기 힘든 사람, 혀가 짧은 듯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이 경우 직장인으로서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일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귀엽기는커녕 기본 소양마저 의심케 하는 나쁜 버릇인 셈이다.
흡연자를 거부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 삼성에서 흡연자는 승진 시 불이익을 받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절대 임원이 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삼성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실외 흡연장까지 폐쇄한 기업이 적지 않다. 면접에서 흡연 여부를 묻는 기업도 많다. 솔직히 대답하고 점수를 얻으려면 금연이 ‘정답’이다.
표정이 굳어 있거나 오버하거나 = 굳은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이 백배 낫다는 건 말하나 마나한 진리. 하지만 근엄한 면접관 앞에서 여유롭게 웃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입꼬리를 올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쉬우면서도 결정적인 면접의 비법이 웃음이다. 과하게 웃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웃기 연습이 필수다.
Interview_김준영 ‘Jun’s 취업면접비법’ 운영자
“세 가지 당락 결정 요소, 꼭 알아두세요”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와 재치를 가졌다 해도 결정적인 몇 가지를 놓치면 최종 합격은 물 건너가는 겁니다. 면접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미리 알아두는 게 관건이죠.”
‘취업면접비법’의 저자이자 ‘Jun’s 취업면접비법 (www.interviewtips.co.kr)’ 운영자인 김준영 씨는 “면접에서 계속 탈락한다면 대개 세 가지 요인 때문일 것”이라며 이른바 ‘3대 면접 당락 결정 요소’를 소개했다. 바로 ▲면접장 입장에서 착석까지 과정 ▲시선 처리 ▲말투.
“많은 지원자가 의자에 앉아서 질문에 답하는 연습을 하는데, 이건 반쪽짜리 연습입니다. 실전에서는 면접장 문을 열고 입장할 때부터 평가가 시작되지요. 입장-착석에 이르는 과정이 지원자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입장을 바꿔보면 답이 나오죠. 절도 있게 입장한 후 정중하게 인사하고 착석한 지원자와 그렇지 않은 지원자 중 누가 더 믿음직할까요?”
면접 연습을 할 때 입장부터 착석까지도 점검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잘 안 된다면 기계적으로라도 몸에 익히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시선 처리 문제 또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요소다. 적절한 시선 처리는 지원자의 호감도를 높여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커다란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화를 할 때 눈을 위나 옆쪽으로 돌리면서 답변하는 사람은 시각적·청각적 기억에 의존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반면 눈을 아래쪽으로 돌리는 사람은 느낌이나 감정적 기억에 의존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신경언어학적 프로그램(NPL)의 영향을 받는 것인데, 이 경우라면 중요 면접 질문과 답변들을 암기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래야만 답변 내용을 생각해내느라 눈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면접관과 눈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말투도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답변을 하더라도 말투가 적절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무조건 똑똑하기보다는 예의 있는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김준영 씨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객관적으로 체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