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 탐방 ① 현황] 기상캐스터에서 전시기획자까지…풍문으로만 듣던 직업 바로 알기


우리가 아는 직업은 몇 개 정도나 될까. 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발간하는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엔 1만3605개의 직업이 존재한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엔 3만~4만 개에 이른다.

이 중 풍문으로 듣긴 들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직업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기상캐스터
“날씨 박사가 되어야 진정한 캐스터”
기상캐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날씨 정보에 대한 애정이 있는가’이다. 남이 만든 자료를 그저 카메라 앞에서 읽는 수준이 아니라, 날씨를 스스로 연구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도의 관심과 열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바른 언변과 자세이다. 물론 라디오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상캐스터는 대부분 영상으로 날씨를 전하기에 분명한 발음과 효과적인 전달력 그리고 시청자의 시각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상캐스터’라는 직업 자체에 집중해야지, 이를 징검다리 삼아 다른 쪽으로 진출하려는 마음가짐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상캐스터 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준비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기상캐스터가 마치 연예인의 교두보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준비는 안 되었으면서 외모로만 승부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럼 오래 가지 못하고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다”고 말한다.

기상캐스터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적게는 수백 대 일, 많게는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기상캐스터를 꿈꾸는 이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코칭 받고자 관련 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학원에서는 기본적인 발성과 시선 처리, 자세 교정 등의 커리큘럼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쓰는 방송 장비를 구비해 실전처럼 연습을 하게 한다. 기상캐스터는 주어진 대본만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방송에 쓰일 자료를 체크하고 보기 좋게 편집하는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직업 뒷담화
기상캐스터는 거의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된다. 지상파·종편·케이블 등에서 공채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고용 형태는 계약직인 셈이다.

기상캐스터를 희망하는 남성들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현업에 종사 중인 남성 기상캐스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스포츠캐스터
“경기장의 공기로 들숨·날숨 쉬어야”
“좌측 담장! 좌측 담당 넘기네요.”, “자로 잰 듯한 패스에 이은 번개 같은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네요.”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듣게 되는 캐스터의 외침(일명 ‘콜’)이다.

요즘은 TV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업체의 동영상 서비스, 스포츠 전문 채널 등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포츠캐스터들이 많아졌다. 해당 종목에서 한 번 인정받은 캐스터가 여러 채널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어 인력 순환이 활발히 일어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모바일로 스포츠를 즐기는 층이 늘어나고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여성 팬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라 스포츠캐스터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는 편이다.

스포츠캐스터는 해설위원 못지않은 스포츠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고, 이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쉽고 명쾌하게 상황 정리를 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캐스터는 아나운서처럼 정확한 우리말 구사능력도 요구된다.

스포츠캐스터가 되기 위해 정해진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많은 준비생들이 전문적인 스포츠 중계 공부를 하기 위해 관련 학원을 찾는다. 스포츠캐스터 양성 학원에서는 발성과 자세 등의 기본 과정 외에도 종목을 아우르는 스포츠 기본 지식, 경기장과 같은 상황에서의 방송 대응법 등을 가르친다.


▶ 직업 뒷담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데 화장실이 급한 경우가 있다. 축구처럼 전·후반 사이에 숨 돌릴 틈이 있거나 광고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는 경우엔 볼일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스포츠캐스터들은 ‘꾹’ 참는다고. 제일 좋은 것은 경기 전에 충분히 ‘몸을 만들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스타일리스트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이 자신의 경력”
흔히 ‘코디네이터’라고 좁게 이해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는 의뢰인(고객)의 액세서리, 의상 등을 책임지고 코칭하는 사람이다. 보통 연예인들이 자신의 전담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고 있지만, 특정인이 아닌 방송국이나 기관 소속의 스타일리스트들도 있다. 요즘은 정치인과 일부 유명인사들도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고 있는 추세.

스타일리스트는 학력 제한이 없는 영역이다. 한 방송국에서 7년째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이은정(26) 씨는 “이쪽에 관심이 있다면 남보다 먼저 일을 배우고 남보다 먼저 현장에 나오는 게 가장 좋다. 자신이 특별히 해보고 싶은 분야에 대한 애정은 그 다음에 생기는 거다. 학벌은 스타일리스트에겐 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의상학 등을 전공하고 해외 경험까지 쌓은 전문적인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일부의 목소리.


▶ 직업 뒷담화
‘금남(禁男)’까지는 아니지만 남성들이 스타일리스트로 자리 잡는 데에는 아직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섬세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이지만, 먼저 단단히 입지를 굳힌 여성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의 카르텔을 남성들이 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시기획자
“다방면에 재주가 있어야 능력 있는 전시기획자”
MICE(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산업이 각광을 받으며 전시기획자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기획자는 다양한 국내·국제 전시를 기획하고 참가 업체나 기관을 조율하며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전시 산업의 부가가치와 세미나·심포지움 등의 연계 프로그램의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이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시기획자는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무역 등의 분야 지식이 요구된다. 단,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으로서의 지식보다는 전시 전문 기획사나 홍보 대행사, 무역협회, 기타 산업협회 등을 통한 현장형 지식을 갖춰야 한다.

성공적인 전시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맥 네트워크를 매끄럽고 두텁게 쌓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시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산업의 많은 업체들을 모으고 거기에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전시장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기획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 직업 뒷담화
전시기획자는 영화 흥행 성적에 따른 개런티처럼, 전시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소속된 회사나 협회의 직원이기 때문에 정해진 보수와 소정의 인센티브 정도를 받는다.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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