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뒷담화] 위험 직군이라 보험료도 비싸다며? 셰프(chef)

살면서 한 번쯤 눈독 들였던 수많은 직업들. 무슨 일을 할까? 돈은 많이 벌까? 칼퇴는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쌓였던 궁금증! 현직 종사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 ‘리얼 취업 뒷담화’로 완벽 클리어!


박 기자 님이 요리왕 님을 초대했습니다.


박 기자 웰컴! 어디서 무슨 요리를 하고 있어?


요리왕 요즘 가장 핫한 강남의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고 있지. 연예인, 사업가 등이 자주 찾는 곳이야.
나는 찬요리와 애피타이저를 담당하고 있어. 또 설거지, 재료 손질, 빵 굽기 같은 일도 해.


박 기자 그거 주방 보조 아냐?


요리왕 무식하긴! 정식 명칭은 ‘코미(Commis)’야. 보통 주방에 들어오면 코미부터 시작해. 유명 요리 학교 출신이라도 마찬가지야. 난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한 뒤 외국에서 인턴십을 하고, 지난해부터 정식으로 근무했어.


박 기자 요리를 하려면 유학은 필수라는 얘기도 있던데.


요리왕 요즘은 유학을 다녀왔다는 게 큰 메리트가 없어. 돈만 있으면 학교는 얼마든지 갈 수 있다는 걸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거든. 유학보다는 해외 레스토랑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하지.


박 기자 요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셰프가 될 수 있을까?


요리왕 물론이지. 우리 레스토랑에 있는 셰프 중에는 공대 출신도 있어. 전공은 전혀 상관없지.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어. 우리 매장에도 일을 배우겠다고 무급으로 근무하는 대학생들도 있거든.


박 기자 대단하네. 드라마에서 보니까 주방 분위기가 매우 험악하던데. 실제로도 그래?


요리왕 내가 일하는 매장은 분위기가 좋은 편인데, 굉장히 무서운 곳도 많아. 쌍욕이 오가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좀 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워낙 주방에 위험 요소가 많다 보니 혹시 실수해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이기도 해.


박 기자 무섭다 ㅜㅜ 그래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니까, 돈은 많이 벌겠지?


요리왕 쥐꼬리야. 워낙 박봉인 업계거든. 주 6일 근무하면서 100만 원 정도 벌어. 직급이 올라간다고 월급이 많이 오르는 것도 아냐. 본인이 매장을 오픈하는 게 아닌 이상은 돈을 많이 벌기는 힘든 일이지.


박 기자 그래도 맛있는 음식은 많이 먹을 수 있겠다. 요리사들은 집에서도 맛있는 거 많이 해 먹어?


요리왕 절대 그렇지 않아.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지만, 늘 점심은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는걸? 집에서는 더 심하지. 3분 카레 데워 먹고, 라면 끓여 먹는 게 일상이야. 하루 종일 주방에서 일하는데, 쉬는 날까지 주방에서 또 음식을 만들고 싶겠어?


박 기자 좀 슬프다. 요리하는 사람의 가장 큰 고충은 뭐야?


요리왕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잖아. 무거운 재료를 옮길 일도 많고, 프라이팬 무게도 장난 아니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잠만 자게 돼. 그리고 레스토랑은 대부분 주말이 가장 바쁘거든. 남들처럼 주말에 쉬지를 못하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만날 일도 적어져. 얼마 전에는 실비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요리하는 사람은 ‘위험 직군’으로 분류돼 있어서 보험료도 훨씬 비싸더라고.


박 기자 그렇게 힘든데도 요리를 하는 이유는 뭐야?


요리왕 굉장히 고된 작업이지만, 재밌고 배울 게 많아. 사람들과 어울려 활기차게 일하는 즐거움이 크지.
앗, 주문 들어왔다. 난 이만 가야겠어!


요리왕 님이 퇴장했습니다.


글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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