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14 삼성 채용 A to Z

프로세스 조정·SSAT 손질… 같은 듯 달라진 채용 시스템을 숙지하라

삼성그룹은 22일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뽑기 위한 직무 · 적성검사(SSAT)를 실시하였다. 학생들이 일원동 중동고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322..

삼성은 올 초 서류전형 부활, 대학 총장 추천제, 찾아가는 열린 채용 등 새로운 채용 시스템을 발표했다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면 철회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4월 치러진 삼성그룹 상반기 채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취업준비생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5월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는 삼성의 상반기 채용 프로세스는 바로 직전인 지난 2013년 하반기와 외형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변화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어학성적 기준에 손질을 가한 것이나 10만 명이 몰린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추가되는 등 주목할 만한 변화가 꽤 많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실무 능력 위주로 선발하겠다는 당초 채용 방침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서접수 - SSAT -에세이 작성 -인성 검사 -면접’ 순서
삼성의 채용전형은 크게 ‘지원서 제출→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세이 작성→인성 검사→면접전형’으로 구성된다. 지원서 제출 단계에서는 각 계열사별로 요구하는 학점과 어학성적 기준만 충족하면 모두 통과할 수 있다. 단 계열사별로 3회 이상 지원할 수 없다.

관건은 삼성직무적성검사, 즉 SSAT다.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SSAT 합격자 수는 전체 채용 인원의 2~3배수다. 기본적으로는 2배수를 원칙으로 하되 여기에 플러스알파(+α)가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10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던 한 계열사는 SSAT 단계에서 전체 응시자의 80%인 1800명을 탈락시켰다.

SSAT에는 과락도 존재한다. 각 과목별로 25%, 즉 25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다른 과목의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합격할 수 없다.

SSAT에 합격하면 합격자 발표 후 2~3일 내로 직무 및 시사와 관련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에세이 전형은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다음 단계인 면접전형의 질문 소재가 될 수 있다.



면접은 직무역량면접과 임원면접으로 구성된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기존 SSAT에 포함돼 있던 인성 검사를 분리해 면접 직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40분가량 컴퓨터 CBT 방식으로 치르는 이 시험의 결과는 바로 면접관에게 전달돼 에세이와 함께 면접 단계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직무역량면접과 임원면접은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면접관 3~4명과 지원자 1명의 다대일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무역량면접은 PT 형식의 발표면접으로, 지원자의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시험이다. 대개 ‘회사의 사업 프로젝트’나 ‘마케팅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해 제시되는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를 골라 30분 동안 발표 준비를 한 뒤 10~15분간 면접관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된다. 발표를 마치면 면접관들과 5~8가지 정도의 문답을 나누는 방식으로 면접이 끝난다.

임원면접은 면접관 3∼4명에 지원자 1명으로 구성되며, 지원자가 사전에 제출한 에세이 또는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질문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13일 삼성 직무적성(SSAT) 고사장인 서울 대치동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응시자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14.4.13 신경훈 기자 nicerpeter@....

어학성적 기준 상향조정
상반기 채용의 전체적인 틀은 전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24일 공개된 삼성의 채용공고를 본 지원자들은 여느 때와 달리 ‘멘붕’에 빠졌다. 이유는 한 가지. 18개 계열사 중 6곳이 어학성적 기준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학점과 어학성적만 일정 기준을 채우면 모두 SSAT 응시 기회를 주기 때문에 사실상 ‘서류전형이 없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 단계가 녹록지 않아진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외영업부문을 지난해 하반기 오픽IH에서 올 상반기 AL로, 토익스피킹은 7급에서 8급으로 한 단계 올렸다. 삼성에버랜드 패션 분야 상품기획도 영업부문에 어학기준을 한 단계(IM→IH/6급→7급) 상향조정했다. 삼성물산(건설) 기술부문, 삼성SDS ICT기술개발부문, 제일모직 연구개발·엔지니어부문, 제일기획 글로벌비즈니스부문도 어학성적을 각각 한 단계씩 올렸다.

잠시 지난 겨울로 거슬러가 보자. 삼성은 지난 1월, 급작스럽게 서류전형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매년 20만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감수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이와 함께 삼성은 ‘대학총장 추천제’라는 학교별 할당 선발제를 시도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학교에 제시한 할당 인원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삼성발 ‘ 新학교서열’이 삼성이 그동안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스펙 기준을 그대로 말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들끓는 여론으로 인해 결국 서류전형도, 대학총장 추천제도 모두 유보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삼성이 어떻게 해서든 SSAT 응시 인원을 줄이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삼성은 두 달 뒤, 대폭 상향 조정된 어학성적 기준을 들고 나왔다. 기업은 대개 서류전형에서 어학성적을 합격 기준으로 삼는다는 게 정설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어학성적으로 서류전형 부활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한 계열사 인사팀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영어회화 능력이 예전보다 많이 필요하다”며 “그러다 보면 지원율도 자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SSAT의 대대적인 개편
삼성의 이런 변화는 구직자들 사이에 ‘이번이 서류전형 없는 마지막 공채’라는 소문을 만들어냈고, 이들의 SSAT 합격 필승 의지에도 불을 지폈다. 3월 한 달간 교보문고의 SSAT 참고서는 매일 470권씩 팔려나갔다. 판매량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같은 시각, SSAT는 참고서와 판이하게 다른 유형으로 출제되고 있었다. 지난 3월 삼성은 이러한 신유형 SSAT를 가지고 신입사원 대상으로 파일럿테스트를 실시했다. 시험을 보고 난 사원들은 하나같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보던 유형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 한 달 뒤 시험을 치른 구직자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새롭게 추가된 공간지각능력 범위에 새로운 유형이 출제됐고, 역사문제는 ‘표트르 대제’ 등 세계사까지 포함한 광범위였다.

보기 수는 4지선다에서 5지선다로 늘었다. 과목의 이름도 바뀌었다. 기존의 ‘언어’와 ‘수리’영역이 ‘언어논리’와 ‘수리논리’로 대체됐다. 이와 함께 이름뿐 아니라 각 영역의 단순암기 문제들도 대거 사라지고, 사고력을 묻는 독해 중심의 문제가 그 자리를 메웠다. 언어논리에서는 한자와 사자성어 문제가, 수리논리에서는 대소비교 문제가 사라졌고 추리유형의 문제가 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목을 끈 것은 상식영역이었다. 다양한 과학적 상식을 ‘겨울왕국’이나 ‘어벤져스’ 등 이슈가 된 영화와 연결 짓도록 하기도 하고, 경제용어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웹툰 ‘미생’과 융합시키게도 만들었다. ‘요플레 뚜껑, 박태환의 전신수영복, 찍찍이, 다이너마이트 중 동물의 특성을 이용한 게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김원태 한경마이윙즈 이사는 “삼성이 상식영역에서 융합형 문제를 대거 출제한 것은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주력했다는 의미”라며 “언어논리에서 독해 부분을, 수리논리에서 자료해석 부분을, 그리고 추리력에서는 언어추리에 초점을 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한 ‘시각적 사고영역’(공간지각능력)을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바로 이공계 인재를 효과적으로 뽑기 위해서라는 것. 공간지각능력은 기계나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주로 필요로 하는 것으로 실제 두산그룹 등 일부 기업은 이공계용 인적성 검사에만 이 과목을 추가해 놓고 있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공간지각은 기계나 컴퓨터 등 프로그램을 다뤄야 하는 이공계열에 대표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라며 “여기에 역사 분야를 강화해 인문학적 소양까지 겸비한 이공계 인재를 뽑겠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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