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_선배의 조언] “호텔리어는 고객 친화적인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해야”

이우경 호텔신라 마케팅팀 주임

‘1위’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호텔이 있다. 국내 각종 호텔 브랜드 조사에서 1위 자리를 쉽사리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세계 유명 여행전문지인 <트래블 앤 레저(2013년 1월)>가 발표한 ‘월드 베스트 호텔’ 부문에서 한국 최고의 호텔(서울신라호텔)로 선정되는 등 세계 1위 호텔로 무섭게 성장하는 곳, 호텔신라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진 이곳의 호텔리어, 이우경 씨를 만났다.



최근 개봉해 화제가 된 영화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에는 고객을 위한 철두철미한 봉사 정신과 능수능란한 응대를 자랑하는 호텔 지배인 ‘M.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분)’가 등장한다. 벨보이부터 시작해 유명 호텔의 지배인이 된 그에게서는 진정한 ‘호텔리어’의 모습이 배어난다. 그런데 이 남자, 구스타브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호텔리어’라는 말의 정확한 뜻은 뭔가요?
흔히 프론트, 객실, 레스토랑 등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사람들만을 호텔리어로 인식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마케팅이나 경영지원 등의 업무를 하며 호텔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도 호텔리어라고 할 수 있어요. 호텔리어라는 말 자체가 ‘호텔에서 일 하는 사람’이니까요.


호텔리어, 정말 화려한가요?
사람들은 ‘호텔리어’ 하면 으레 화려함을 먼저 떠올려요. 물론 일 자체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해 보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호텔은 고객의 것이에요. 저희에게 호텔은 그런 고객들을 위해 일하는 일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호텔리어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환영하지만, 화려함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본인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필요한 것은 치열한 직업 정신이겠죠.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처음부터 호텔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에요. 대학 졸업 후 장교로 군복무를 했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 막연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디든 되겠지’, ‘일단 취업하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며 제 나름의 취업 기준이 생겼어요. ‘내 적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 그중에서도 1등 기업에 들어가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도전한 곳이 ‘호텔신라’예요. 호텔신라는 업계 최고는 물론이고 가장 뛰어난 비전을 가진 호텔이니까요.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현재 호텔신라의 서울신라호텔 마케팅팀에서 RM(Revenue Manager) 업무를 하고 있어요. 마케팅엔 홍보, 광고, 기획 등 다양한 업무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RM은 숫자를 다루는 마케팅 업무라고 보시면 돼요. 즉, 신라호텔의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일인 거죠. 마케팅 연관 데이터를 수집해서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갈수록 치열해지는 호텔업계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야만 정교한 고객 맞춤형 상품, 최적의 시즌·테마별 상품을 기획할 수 있거든요.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저는 국제학과 일어일문학을 전공했어요. 지금 하는 RM 업무와는 별 관련이 없는 전공이라고도 할 수 있죠. 숫자, 통계, 회계 등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제가 지금 이 업무를 하고 있으니, 처음엔 얼마나 어렵고 낯설었겠어요. 하지만 초심을 지킨다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신입사원들은 입사 초기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돼요. 여유가 없고 한계에 자주 봉착하게 되고요.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잘 하고는 싶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럴 때 바로 초심을 떠올려야 해요.

저도 처음엔 엑셀 같은 기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도 잘 다루지 못해서 힘들었지만 기본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수식 하나하나를 풀어갔어요. 신세계가 열리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조금씩 제 업무에 대해 눈이 떠졌어요.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이젠 일이 재밌어졌어요.


어떤 준비가 호텔 업무에 도움이 되나요?
호텔 사업은 크게 호텔·면세유통·생활레저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직종의 업무가 존재하죠. 그래서 획일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호텔 내 어떤 부문이든 다양한 활동을 통한 경험이 축적된 사람 그리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점이에요.

직장엔 그냥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과 늘 배워가는 사람 이렇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호텔에서 일 할 사람이라면 특히 고객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해요.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반응과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공군장교로 군복무 시 에어쇼 장내 아나운서를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연령 및 국적이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할 일이 많은 호텔리어로서, 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그때의 경험은 제가 집중력과 용기를 갖게 하는 데 큰 발판이 되었어요.


호텔신라만의 특장점은?
호텔신라는 완벽함을 추구해요.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다른 곳과 달라야 합니다. 또 남들보다 앞서야 하고 창의적이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 대표 호텔’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세계 1위 호텔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객실과 라운지, 야외수영장, 레스토랑 곳곳을 바꿨어요. 이를 통해 호텔신라는 ‘일상이 최고의 순간이 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호텔 근무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현실적인 말을 먼저 해주고 싶은데, 스펙이든 다양한 경험이든 일단 기본적인 것은 해놓으면 좋겠어요. 특히 호텔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기에 직무에 앞서 자신이 진정으로 고객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해요.

또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은 호텔 근무를 하는데 있어 분명히 이점이 되니까,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도 틈틈이 익히면 좋을 거예요. 실제로 호텔신라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는 2개 이상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현장에 투입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인재들로 포진돼 있는 조직이 바로 호텔인 듯 해요.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인터뷰 함께한 대학생 기자 이슬이(동국대 국제통상 2)·장두원(연세대 국문 2)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