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좀 아는 여자들] 야(野)·친·소, 남친 없인 살아도 야구 없인 못 살아요!

“플레이볼!” 주심의 외침과 함께 108개의 실밥이 박힌, 지름 7.3cm 무게 140g의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의 글러브까지 18.44m를 총알같이 날아간다. 그렇게 33년째 야구는 우리 곁을 찾아온다. 3월 29일은 2014 프로야구 개막일. 개강보다 더 기다려졌다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미모의 열혈 야구팬 세 명이 모였다. 그녀들에게 야구는 늘 ‘플레이볼’이다.



요즘 야구장엔 여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남연희 저는 유니폼, 막대풍선, 모자 등 다양한 응원용품을 갖고 있어요. 제 주위에도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갖춘 친구들이 꽤 많아요. 여자들끼리 야구 수다도 종종 떨 정도로 야구가 여자들 사이에, 그리고 대학생 사이에 깊숙이 침투한 것 같아요.

김서연 친구들을 모아서 야구장에 자주 가는 편이에요. 제가 봐도 예전보다 야구장에 여성팬들이 정말 많아진 듯해요. 여자들이 야구장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응원문화도 상당히 다양해지고 재밌어졌어요. ‘여자들은 야구 모른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에요.

서현정 80~90년대 야구장 문화가 남성적이고 거칠었다면 지금은 명실상부한 국민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으면서 여자들도 야구장을 자주 찾게 됐다고 생각해요. 야구장에서 들리는 응원가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남자들보다 여자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때가 많을 걸요?


언제부터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서현정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부터예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야구 강국인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WBC 참가선수들 중에서 특히 김광현 선수에게 반했어요. 야구란 종목 자체에 대한 관심과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이 저를 야구의 세계로 이끌었어요.

남연희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풀러 잠실야구장에 갔었어요. 처음 접하는 야구장 응원 분위기가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만큼 재밌고 신선했죠. 비록 야구 룰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야구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스포츠인 것 같아요.

김서연 학교에서 수행평가의 일환으로 운동경기를 관람하고 오라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사촌동생과 같이 잠실야구장을 찾았죠. 그때 야구라는 것에 순식간에 빠지고 말았어요. 푸른 잔디와 멋진 선수들, 신나는 응원까지. 그 후엔 DMB로 야구경기를 챙겨 볼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야구의 매력이 뭘까요?
김서연 군산상고 야구부를 ‘역전의 명수’라고 하잖아요? 저는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역전의 묘미가 가장 짜릿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한두 점 차의 살얼음판 같은 경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선수의 홈런, 날듯 말듯 한 득점 상황에서 결정적인 안타 등등 야구는 역전으로 사람을 매료시켜요.

남연희 축구, 농구 등과 달리 야구는 몸싸움이 거의 없잖아요. 물론 몸싸움도 볼 만한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투수와 타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최고인 것 같아요.

서현정 야구는 보통 경기 시간이 3시간 이상이죠. 사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야구가 지루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귀가 방해 스포츠’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런 얘기가 야구의 ‘야’자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밀한 타격 기술, 촘촘한 수비력, 칼날같은 투수의 제구력 등 하나하나 보다보면 세 시간이 아니라 연장전 다섯 시간이 걸려도 야구에 절대 질릴 수 없거든요.



주로 어떻게 즐기나요?
서현정 ‘직관’이라고 하죠, 직접 관람하러 가는 것. 요즘은 인터넷, 모바일 어플 등 다양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지만 그래도 직관만큼 야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남연희 저도 야구장에 직접 가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끼리 야구 정보를 나누는 것도 참 재밌는데, 젤 좋은 것은 맘 맞는 친구들과 같이 야구장에 가는 거죠.

김서연 뭐니 뭐니 해도 직관이 최고죠. 하지만 같은 팀을 응원하는 친한 친구들끼리 호프집이나 음식점에 가서 TV 중계를 보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중계 기술도 좋아졌지만 각자 다른 스타일의 해설자들을 보는 것도 흥미로워요.


야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요.
서현정 야구장에 가면 먹는 재미를 절대 빼놓을 수 없어요. 치킨, 과자, 햄버거 등등 살찔까 걱정되는 메뉴 일색이긴 하지만, 야구에 집중하는 서너 시간 동안 열심히 응원하며 움직이니 괜찮아요. 참, 관람석에서 갈비찜과 꽃빵을 먹는 분들도 봤어요! 맛있는 걸 먹으며 신나게 응원하는 것,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남연희 저 역시 야구장 ‘먹부림’을 무시할 수 없어요.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잘 생긴 선수들을 보는 것도 즐기는 편이에요. 물론 훈남 선수는 야구장에서보다는 TV에서 더 잘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야구장에서 직접 그 선수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김서연 저는 응원 자체에 몰입해요. 팀마다 다른 응원도 흥미롭지만, 우리 팀 응원단의 시범 그리고 그에 따라 일사불란한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참 흥분되는 일인 것 같아요.



각자 응원하는 팀이 다른데, 그 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요?
남연희 지금은 다른 팀으로 갔지만, 이대형 선수를 좋아했어요. 잘 생긴 외모에 빠른 발로 거침없이 도루에 성공하는 그의 모습이 참 멋있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트윈스에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임찬규 선수를 응원해요. 순수한 이미지와 열심히 하는 태도가 멋져요.

서현정 WBC를 계기로 김광현 선수와 김성근 감독에게 빠졌어요. 그 두 명은 와이번스의 선수와 감독이었죠. 와이번스는 소위 ‘그물망 수비’로 프로야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죠. 인천 문학경기장의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도 제가 와이번스를 계속 응원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고요.

김서연 저는 가족과 친척들의 영향이 컸어요. 대부분이 베어스 팬이시거든요. 야구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베어스를 접했던 거죠. 그래서 다른 팀을 응원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종의 ‘배신행위’였어요. 하지만 야구의 맛을 조금 아는 지금, 베어스만큼 기본기 탄탄한 플레이를 하는 팀은 없는 것 같아요.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서현정 스트레스 해소제예요. 다른 사람들 특히 남자들과 더 다양하고 허물없는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서연 학업, 영어, 취업 등 요즘 대학생들이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야구장에서 응원을 하는 동안에는 복잡한 것들을 다 잊게 돼요. 잠시나마 고민거리를 내려놓고 녹색 그라운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남연희 야구를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을 느껴요. 성격도 야구를 알기 전보다 밝아지고 활발해졌고요. 긍정적 기를 불어 넣어주는 좋은 비타민인 것 같아요.


야구와 친해지고 싶은 여자들에게 용기를!
남연희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챙겨서 야구장에 한 번 와보세요. 남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먹다 보면 어느새 야구에 빠져들게 될 거고, 다음 야구장 방문 땐 더 맛있는 것을 가져오게 될 거예요.

서현정 TV로만 보는 야구는 ‘진짜’가 아니에요. 사실 야구를 즐기는데 해박한 야구 지식은 그다지 필요 없어요. 다만 야구에 대해 적당히 아는 친구 한 명을 데리고 갈 필요는 있을 듯해요. 가서 파도타기 응원 한 번 해보면 다음엔 혼자서도 야구장에 오게 될 거예요.

김서연 여자들, 패션에 관심 많잖아요. 그런데 야구 유니폼도 은근히 예쁘답니다. 제 주위에는 일상생활에서도 유니폼을 입는 사람이 있어요. 친한 친구들과 야구장에서 수다 한 번 떤다고 생각하고 야구장에 가보세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니폼 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야구와 친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진행 박상훈·이동찬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장소협조 서울특별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목동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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