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노인과 바다
감독 J.C. 챈더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베리드’와 ‘그래비티’를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올 이즈 로스트’를 결코 놓칠 수 없다. ‘베리드’가 ‘관’이라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핸드폰 한 대에 애타게 매달리며 쉴 새 없이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는 영화였다면, ‘그래비티’는 온도와 기압 모든 것이 상상할 수 없이 다른 조건인 우주 공간에서 힘겹게 유영하는 영화였다면, ‘올 이즈 로스트’는 막막한 수평선과 거친 물결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 인도양 한복판에서 입을 꽉 다문 채 홀로 생존의 고투를 벌이는 노인의 영화다.
인도양에서 요트 ‘버지니아 진’을 타고 항해하던 남자(로버트 레드포드)가 선적 컨테이너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내비게이션과 라디오도 모두 고장 난 상태에서 그는 작은 구명뗏목과 약간의 비상식량, 나침반, 그리고 항해지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거대한 폭풍우와 상어가 출몰하는 바다에서 돌아갈 항로를 찾으려 사투를 벌이지만, 상황은 계속해서 나빠지기만 한다.
무엇보다 ‘올 이즈 로스트’의 핵심은 로버트 레드포드다. 올해 77세, 영화계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원로 배우 겸 감독은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직접 해내며, 대사도 거의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얼굴 표정과 몸짓만으로 주인공의 모든 상황을 전달한다. 이름도 없고 과거도 거의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주인공은, 쉴 새 없이 닥쳐오는 자연의 가혹한 시련 앞에서 결코 저주나 원망을 내뱉지 않는다. 오랜 항해 경험을 총동원하여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하나씩 수립하며 한 걸음씩 힘겹게 나아갈 뿐이다. 이 경계는 매우 미묘하다. 마침내 자연을 정복할 수 있게 된 인간의 위대함을 철없이 찬양할 수도 있었을 ‘올 이즈 로스트’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주어진 책임감을 기꺼이 떠안을 줄 알고 희생과 신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지혜로운 노인은, 생존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보여줄 수 있는 고귀함의 최대치를 말없이 웅변한다. 자연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숭고하게 고양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은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하고 아름답다.
감독 J. C. 챈더는 2008년 월스트리트의 재정 위기를 다룬 데뷔작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한 편만으로 곧장 아카데미 각본상에 지명되었다. 인간의 탐욕이 끝없는 궤변적 논리로 조작되는 과정을 보여준 전작과 달리, 두 번째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침묵하는 단 한 명의 주인공과 바다만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드라마를 선사했다. 그의 세 번째 영화가 몹시 기다려진다.
이달의 추천 영화
동창생
감독 박홍수 출연 최승현, 김유정, 한예리, 윤제문, 조성하
북한의 열아홉 소년 명훈(최승현)은 남파공작원인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죽은 이후, 여동생 혜인(김유정)과 함께 요덕 수용소에 감금된다. 정찰국 소속 장교 문상철(조성하)은 명훈에게 동생을 구하려면 남파공작원이 되라고 제안한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한 고등학생 강대호로 위장해 어떤 지령도 마다하지 않던 명훈은 동생과 같은 이름의 동급생 혜인(한예리)을 눈여겨보게 된다.
디스커넥트
감독 헨리 알렉스 루빈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폴라 패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맥스 티에리옷
전 세계 24억 명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어린 아들을 잃고 남편 데릭(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의 대화마저 단절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신디(폴라 패튼)는 채팅 사이트에서 위안을 얻지만 바로 그 채팅으로 인해 전 재산이 피싱당한 사실을 알고 패닉에 빠진다.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 SNS에 대해.
소녀
감독 최진성 출연 김시후, 김윤혜
윤수(김시후)는 사소한 말실수에서 비롯된 소문 탓에 친구가 자살한 뒤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그리고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신비로운 소녀 해원(김윤혜)에게 매혹된다. 하지만 해원을 둘러싼 잔혹한 소문이 그녀를 질식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수는 그녀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게 된다. 곧 해원의 아버지가 한쪽 팔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되고, 끔찍한 추문 때문에 꼼짝할 수 없게 된 해원을 위해 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감독 J.C. 챈더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베리드’와 ‘그래비티’를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올 이즈 로스트’를 결코 놓칠 수 없다. ‘베리드’가 ‘관’이라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핸드폰 한 대에 애타게 매달리며 쉴 새 없이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는 영화였다면, ‘그래비티’는 온도와 기압 모든 것이 상상할 수 없이 다른 조건인 우주 공간에서 힘겹게 유영하는 영화였다면, ‘올 이즈 로스트’는 막막한 수평선과 거친 물결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 인도양 한복판에서 입을 꽉 다문 채 홀로 생존의 고투를 벌이는 노인의 영화다.
인도양에서 요트 ‘버지니아 진’을 타고 항해하던 남자(로버트 레드포드)가 선적 컨테이너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내비게이션과 라디오도 모두 고장 난 상태에서 그는 작은 구명뗏목과 약간의 비상식량, 나침반, 그리고 항해지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거대한 폭풍우와 상어가 출몰하는 바다에서 돌아갈 항로를 찾으려 사투를 벌이지만, 상황은 계속해서 나빠지기만 한다.
무엇보다 ‘올 이즈 로스트’의 핵심은 로버트 레드포드다. 올해 77세, 영화계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원로 배우 겸 감독은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직접 해내며, 대사도 거의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얼굴 표정과 몸짓만으로 주인공의 모든 상황을 전달한다. 이름도 없고 과거도 거의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주인공은, 쉴 새 없이 닥쳐오는 자연의 가혹한 시련 앞에서 결코 저주나 원망을 내뱉지 않는다. 오랜 항해 경험을 총동원하여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하나씩 수립하며 한 걸음씩 힘겹게 나아갈 뿐이다. 이 경계는 매우 미묘하다. 마침내 자연을 정복할 수 있게 된 인간의 위대함을 철없이 찬양할 수도 있었을 ‘올 이즈 로스트’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주어진 책임감을 기꺼이 떠안을 줄 알고 희생과 신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지혜로운 노인은, 생존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보여줄 수 있는 고귀함의 최대치를 말없이 웅변한다. 자연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숭고하게 고양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은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하고 아름답다.
감독 J. C. 챈더는 2008년 월스트리트의 재정 위기를 다룬 데뷔작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한 편만으로 곧장 아카데미 각본상에 지명되었다. 인간의 탐욕이 끝없는 궤변적 논리로 조작되는 과정을 보여준 전작과 달리, 두 번째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침묵하는 단 한 명의 주인공과 바다만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드라마를 선사했다. 그의 세 번째 영화가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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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폴라 패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맥스 티에리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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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진성 출연 김시후, 김윤혜
윤수(김시후)는 사소한 말실수에서 비롯된 소문 탓에 친구가 자살한 뒤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그리고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신비로운 소녀 해원(김윤혜)에게 매혹된다. 하지만 해원을 둘러싼 잔혹한 소문이 그녀를 질식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수는 그녀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게 된다. 곧 해원의 아버지가 한쪽 팔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되고, 끔찍한 추문 때문에 꼼짝할 수 없게 된 해원을 위해 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