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토록 차갑고 우아한 범죄의 진실, 프리즈너스

프리즈너스


HUGH JACKMAN as Keller Dover and PAUL DANO as Alex Jones in Alcon Entertainment's dramatic thriller "PRISONERS," a Warner Bros. Pictures release.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휴 잭맨, 제이크 질렌할, 멜리사 리오, 폴 다노

펜실베이니아 주의 작은 마을, 신앙심 깊은 평범한 가장 켈러 도너(휴 잭맨)는 오랜 벗인 버치 가족과 함께 추수감사절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켈러의 여섯 살짜리 딸 안나와 버치 가족의 딸 조이는 사이좋게 바깥에 놀러나갔다. 얼마 뒤에야 가족들은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악몽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을 납치했다고 의심 가는 RV 차량이 발견되고 차량의 주인인 알렉스(폴 다노)가 긴급 체포된다. 성실한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는 열 살가량의 지능을 가진 알렉스에게서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준다. 이에 분노한 켈러는 직접 용의자를 처단하고자 하고, 로키는 진범이 따로 있다는 확신 속에 추적을 계속한다.

전제만 듣는다면 다소 음울한 버전의 ‘테이큰’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프리즈너스’의 감독이 2011년 화제작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영화의 방향이 예상과 전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갈 때도 그리 당황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을린 사랑’은 중동 출신 어머니가 오랫동안 간직했던 비밀을 찾아나선 남매의 비극적인 깨달음의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충격적인 가족 멜로드라마 구조 안에 중동 지역의 분란과 격렬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아내 세계적인 격찬을 받은 바 있다. 바로 그 드니 빌뇌브가 할리우드로 건너가 선택한 첫 번째 영화가 ‘프리즈너스’다. 이 영화는 어린 딸의 유괴를 시작으로 평범하고 착한 남자들이 지옥을 경험하며 빠져드는 죄책감과 윤리의 복잡한 딜레마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악당이라 생각했던 이는 불쌍한 어린애로 밝혀지고, 복수의 천사라 여겨졌던 이는 동의할 수 없는 시한폭탄으로 변질된다. 단죄는 거꾸로 범죄가 되며, 무력한 법을 대신하려는 자경단은 가장 위험한 확신의 함정에 빠져든다. 결과적으로 ‘프리즈너스’는 ‘테이큰’의 액션이 아니라 데이빗 핀처의 ‘세븐’과 ‘조디악’,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의 모호하고 냉혹한 시선에 더 가까워진다.

‘프리즈너스’에서 가장 격찬을 받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휴 잭맨은 지금껏 보지 못한 고뇌의 심연 속으로 들어섰고, 제이크 질렌할은 유쾌한 청년이 아니라 윤리의 경계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탐정의 다층적 면모를 구현한다. 최근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 뒤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에게 아카데미상을!”이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달의 추천 영화
소원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비 오는 어느 날 아침, 학교를 가던 어린 소원(이레)은 술에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을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 소원뿐 아니라 엄마(엄지원)와 아빠(설경구) 모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영화는 일명 ‘조두순 사건’을 연상케 하는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루지만, 결국 부모님과 이웃들의 지극한 사랑과 어린 친구들의 배려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가는 쪽을 선택한다.



적인걸2 : 신도해왕의 비밀



감독 서극
출연 조우정, 안젤라 베이비, 김범, 유가령

출항의 명을 받은 거대한 황실 함대가 항구를 떠나기도 전에 바닷속에서 떠오른 의문의 검은 그림자에게 침몰당한다. 바다 용의 저주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백성은 아름다운 여인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믿기 시작한다. 여제 측천무후(유가령)는 이를 반역 세력의 소행이라고 의심하고, 천재적 수사관 적인걸(조우정)에게 10일 안에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밝혀내라고 명한다.



깡철이



감독 안권태
출연 유아인, 김해숙, 정유미

강철(유아인)은 부두 하역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벌어먹고 산다. 그에게는 정신이 깜빡깜빡하는 철없는 엄마 순이(김해숙)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어느 날 서울에서 여행 온 소녀 수지(정유미)를 만난 강철은 처음으로 설렘을 느낀다. 하지만 엄마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고, 유일한 친구 종수(이시언)마저 사기를 당하자 결국 강철은 뒷골목의 악랄한 보스 상곤(김정태)과 휘곤(김성오) 형제에게 돈을 빌리려 한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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