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정상구] 글 실력은 기본, 세상에 더듬이를 세워라

지상 멘토링

여행은 그 두 글자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다니며 그 이야기를 책에 담는 ‘여행작가’를 선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별을 맘껏 여행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낭만적인 이 직업의 세계가 궁금한 대학생 기자가 닉네임 ‘김치군’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정상구 여행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작가 정상구(김치군)
1981년생
광운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졸업
2009 코리아 블로그어워드 대상
2009~2012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블로그에서 쓰는 닉네임이 특이해요. ‘김치군’이라고 지은 사연이 있나요?

단순해요. ‘김치’를 좋아해서 지은 닉네임이에요.(웃음) 그리고 남자를 뜻하는 ‘군’을 붙였죠.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라고 지었어요.



여행을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여행이 직업이 된 건 ‘좋아서’예요. 친구와 함께 무심코 떠난 부산 자전거 여행 후에 여행이 제 적성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고된 길이었지만 느끼는 게 많았고,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대학 1학년 때 태국·베트남·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여행 욕심을 내기 시작했고, 대학 시절 정신없이 여행을 즐겼어요. 졸업 후 남들처럼 회사에 취직했지만 여행이 하고 싶어서 2년 만에 회사를 나왔어요. 그리고 2년간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녔죠. 제 여행 인생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어요. 1~2년만 하고 돌아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점점 여행에 빠져들다가 결국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여행을 다니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떻게 마련했나요?

대학 때 여행 가려고 아르바이트에 미쳐 있었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했죠.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을 때 경비가 떨어져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녀온 여행을 토대로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원고를 들고 기고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죠. 열심히 발품을 판 덕분에 제 여행기를 매체에 기고할 수 있었고, 원고료를 받으며 다음 여행을 준비했어요.

좋아하던 것도 일이 되면 싫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글 쓰는 것은 물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한두 번 기고를 하고 나니 조금씩 일거리가 생기더라고요. 여행하며 얻은 정보를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올린 덕에 파워블로거로 상금도 받았고요. 더불어 저의 여행 이야기를 해달라는 강의 제의도 들어와서 강의를 진행하며 경비를 마련하기도 했어요.



수많은 여행작가 중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여행작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김치군’의 노하우를 듣고 싶어요.

어디서 뭘 하든 성실하면 인정받는다고 생각해요. 원고를 마감할 때 단 1초도 늦어본 적 없어요. 강의를 나갈 때도 꼭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강의를 준비하고요. 약속을 칼같이 지키면 ‘이 사람 믿을 수 있다’라고 인정해주면서 일을 맡기시거든요. 또 감성적인 글을 쓰거나 사진을 잘 찍는 것이 부족해서 ‘외국 컴퓨터에서 한글 입력하기’ ‘세계에서 밤새기 가장 좋은 공항’ 같은 실용적인 글을 쓰는 편이에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여행지에 다녀온 후 해외 사이트나 서적을 뒤져 정보를 확인하고 글을 써요. 그래서 독자들도 믿음을 가지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다고 하던데 여행작가에게 언어 능력이 필수인가요?

대학 때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하루에 16시간씩 영어만 공부했어요. 교환학생으로 1년간 미국에서 머물렀는데 그때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죠. 스페인어는 미국 교환학생 때 살사 동아리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터득하게 됐어요. 하고 싶으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라서 독하게 공부했죠. 여행작가뿐 아니라 여행을 직업으로 하고 싶다면 언어 능력은 굉장히 중요해요. 배낭여행이나 잠시 떠나는 여행일 때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는 경우라면 현지인과 소통해야 하거든요. 직접 해외관광청과 접촉할 때가 많아요.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면 언어 능력을 갖춰야죠.



취재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궁금해요.

과거에는 여행지에서 오디오로 녹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메모를 하는 편이에요. 여행 경비, 여행지 이름, 버스 이용법, 필수 여행지 등을 간단히 단어로 메모해놓고 여행에서 돌아와 한 번 더 정보를 찾아보고 원고를 작성하죠. 원고뿐 아니라 블로그에도 계속 글을 올리고 있는데,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쓰고 매체에 기고할 원고를 작성할 때는 철저히 작가가 되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여행작가의 여행 준비는 평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일정을 짜는 것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둬요. 현지에 가서 지도를 펼쳐 들고 갈 곳만 정하면 여행 루트가 만들어지거든요.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남들이 가는 곳이라고 해서 꼭 갈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박물관에는 관심도 없는데 하루 종일 박물관에 갇혀 있는 것은 시간 낭비죠. 자신이 관심 없으면 가지 않아도 좋아요. 여행 초보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죠. 또 계획만 따라다닐 필요도 없어요. 여행에서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에요. 일정만 따라다니다 보면 결국은 의미 없는 발걸음만 되는 거예요. 가는 여행지마다 다르겠지만 일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여행작가가 되고 싶어도 막상 방법을 모르니 시작조차 못해요. 블로그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여행작가가 될 수 있는 정규 교육과정은 없어요. 한국여행작가협회가 존재하지만 다 여행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주위를 보면 기자를 하다가 여행작가가 된 분이 많아요. 저처럼 블로그를 통해 여행작가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원고를 들고 여러 곳을 찾아다녔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흐름도 잘 탔고요. 저와 함께 시작했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많아요. 그만큼 블로그로 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선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읽으면서 기본을 다지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고 나서 블로그, 기자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해보는 거죠.



여행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행을 떠난다며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남들 다 하는 일에 끌려다니지 않았으면 해요. 그러면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특히 교환학생 기회를 무조건 잡았으면 좋겠어요.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혜택이잖아요. 꼭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이 아니어도 좋아요. 어디든 좋으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세요!






여행작가에게 꼭 필요한 것은
1. 여행을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고 좋아하면 도전에 지치지 않는다. 평생 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사랑하라.

2. 체력은 기본 중 기본
여행작가의 여행 목적은 ‘취재’이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라
인기 있는 여행지와 여행 방법 등은 시기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항상 세상에 귀 기울이고 있어야 여행 트렌드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또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IT와 여행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

4. 글 쓰는 연습을 소홀히 하지 마라
똑같은 여행지를 두고 1장을 쓰는 것과 10장 이상을 쓰는 것. 글 쓰는 능력에 달렸다. 어휘력과 표현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고 많은 글을 써봐야 한다.



글 김은진 인턴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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