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개그콘서트 코너 시청률 1위 ‘두근두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아낸 코너다.배꼽 잡고 뒹굴 정도의 ‘빅웃음’은 없지만 손발 오글거리는 에피소드에 ‘꿀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코너의 매력. ‘두근두근’의 인기가 높아지니 코너에 출연하는 이문재, 장효인, 박소영의 인기도 급상승 중이다. 로맨틱남으로 등장하는 이문재는 개콘 훈남이 되었고, 예쁜 옷만 입고 나오는 장효인은 패셔니스타 등극, 애교만점 동생 역의 박소영은 소개팅 제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방송과 실제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들의 실체가 궁금하다고?
이 인터뷰에 다~ 들어 있다.
(왼쪽부터)
박소영
1987년생.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멘붕스쿨’ ‘피곤한 가족’ ‘위캔척’ 출연
이문재
1982년생. 2011년 KBS 26기 공채 개그맨. 개그콘서트 ‘있기 없기’ ‘어르신’ ‘나쁜 사람’ 출연
장효인
1983년생. 2005년 KBS ‘개그사냥’ 데뷔.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 개그콘서트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 ‘3인 3색’ 출연
요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두근두근’ 코너가 화제예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박소영: 예전에는 ‘두근두근’ 코너는 알아도 저희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지나가도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신기해요.
장효인: 저희 코너가 미니 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한 번 보신 분들은 다음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 궁금해서 많이 보시더라고요. 친척 중에서도 중독처럼 보게 된다는 분들이 계세요.
박소영: 그리고 저희는 ‘팀합’이 좋아요.
이문재: 팀워크겠지.
박소영: 아하! 팀워크요.(웃음)
인터뷰 참여한 대학생 기자(앞줄 왼쪽부터) 김영일(경기대 환경에너지공학 2)·박나영(충남대 재료공학 4)
‘두근두근’을 보면 손발이 오글오글거려요. 실제 연기하는 분들은 보는 시청자보다 그 느낌이 더할 것 같아요.
장효인: 굉장히 오글거리고 어색해요. 저희는 소영이를 ‘박 감독’이라고 부르거든요.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하면서 매일 지적해요.
박소영: 두 분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바로바로 지적하죠. 저까지 얼굴이 빨개질 정도는 돼야 오케이예요.
‘두근두근’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장효인: 저희 3명의 경험담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코너의 에피소드가 굉장히 오글오글거리는 것들이잖아요. 20대 초반 풋풋할 때는 그런 행동도 했었는데, 잊고 산 지가 오래죠. 과거의 추억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해요. (듣고 있던 이문재를 바라보며) 너도 말 좀 해. 사실 제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항상 둘이 태클을 거는 거예요. 혼자만 말한다고.(웃음) 그래서 요즘은 말을 자제하려고 하거든요.
박소영: 효인 선배님이 말을 조리 있게 잘하세요. 작은 이야기도 포장해서 크게 만들고요. 저는 좀 전에 보셨다시피 말실수를 많이 하고, 문재 오빠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TV에서 보는 것과 이미지가 다르시네요.
박소영: 저는 TV랑 실제 성격이 똑같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연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동기 중에 막내이고 성격도 활발해서 후배들도 저를 귀엽다고 해요.
이문재: 소영이가 인기가 많아요.
박소영: 입을 열기 전에는 호감형인데, 입을 열면 ‘호호불’이 갈리는 것 같아요.
이문재: 호불호겠지.
박소영: 이런 거죠.(웃음) 입을 열면 좀 깬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저를 소개해 달라는 주변의 제안도 다 거절했어요. 로망으로 남고 싶어서요.
장효인: 문재는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말이 없고 무뚝뚝한 성격이에요. 여자 개그맨들이랑은 잘 어울리지도 않아요. 완전 상남자죠.
‘두근두근’에서 문재 씨가 하는 행동이 여자들의 로망이잖아요. 혼자 있는 집 앞에서 밤새 지켜준다든가, 동네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에 파출소에 전화를 한다든가 하는 모습이요. 실제로도 그럴 줄 알았어요.
이문재: 그런 것 전혀 없어요.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못해요.(웃음) 연기니까 하는 거죠.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아요. 좀 삐딱하고, 자상한 면도 없죠.
포털 사이트에 이문재 씨를 검색하면 ‘이문재 잘생김’이 연관 검색어로 뜨더라고요. 인기가 많으실 것 같아요.
이문재: 코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제가 ‘두근두근’ 하기 전에 ‘나쁜 사람’이라는 코너를 했거든요. 그때는 범죄 관련 코너에 나와서 그런지 연관 검색어에 ‘이문재 징역’ 같은 단어가 올라왔어요.
박소영: 오빠는 조용해서 개그우먼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어요.
장효인: 사실 인기가 있다 없다를 떠나서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에요. 나이 많은 불편한 후배죠. 저희 셋 중에서도 가장 후배인데 나이는 제일 많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장효인: 제가 먼저 접근했어요. 문재가 KBS 공채 개그맨이 되기 전 우연히 아마추어로 ‘개그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연기하는 것을 봤어요. 유세윤 선배가 떠오를 정도로 연기력이 뛰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저 친구 이번에 후배로 들어오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정말 문재가 후배로 들어왔을 때 먼저 가서 함께 코너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이문재: 그런데 회의하다 말고 일본으로 가버렸어요.
일본으로 가다니요?
이문재: 같이 회의를 하다가 어느 날 “나 일본 간다” 하고 나가더라고요. 무박 3일 정도 다녀오나 싶었는데, 안 오는 거예요. 그래서 연락해서 “왜 안 오냐”고 물었더니 “나 유학 왔는데? 1년 후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황당했어요.(웃음) 돌아올 때도 소리 소문 없이 왔어요. 갑자기 들어와서는 “회의하자”라고 말하더라고요. 정말 버라이어티하게 사는 것 같아요.
장효인 씨는 왜 갑작스레 일본 유학을 떠나신 거예요?
장효인: 힘든 시기였어요. 집안 사정도 그랬고 개콘 내의 제 사정도요. 방황하던 시기였죠. 개콘 5년차였는데 ‘이게 내 길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워킹홀리데이를 간 거죠. 그때 일본으로 간 건 정말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떠나면서 겁도 많이 났어요.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해서요. 개콘 내에서도 유학을 갔다 온 선배가 많은데 복귀한 분은 거의 없어요. 제가 유학 가기 전에 인지도가 거의 없어서 복귀가 쉬웠던 것 같기도 해요. 신인의 마음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었죠.
일본에서는 뭘 하셨어요?
장효인: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많이 했어요. 개콘 선배들이 용돈과 필요한 것도 자주 보내주셨어요. 사실 일본에서도 연락을 너무 많이 해서 다들 제가 정말 일본에 간 건지 의심했을 거예요.
이문재: 맞아요. 맨날 자기가 만든 음식 사진만 올려서 의심했죠. 그런데 얼마 전에 일본어 하는 것을 보고 믿게 됐어요. 부산에서 일본 개그팀을 만나서 제가 통역을 부탁했는데, 일본어를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놀랐어요.
대단하세요. 외모도 뛰어나신데 일본어까지!
장효인: 아니에요.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너무 부끄러워요. 예전에는 캐릭터 없고 좀 멀쩡하게(?) 생긴 개그우먼은 주인공보다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분들도 부각되는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예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모습도 좋게 봐주시고요. 또 ‘두근두근’에서는 꾸미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잖아요. 사실은 소영이가 예쁜 옷도 많고 옷매도 더 좋은데 항상 잠옷만 입고 나와서 좀 미안해요. 제가 입은 옷에 대한 문의를 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중에는 소영이 옷을 빌려 입은 것도 있어요.(웃음)
효인 씨와 소영 씨는 어떻게 개그우먼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박소영: 초등학교 때 ‘강아지똥’ 연극을 했어요. ‘똥’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섰는데 그때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그 후부터 막연히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가 대학 때 교수님이 저희 선배에게 개그맨 시험을 보라며 컬투 극장을 소개해주신 거예요. 그때 저도 데려가 달라고 졸라서 가게 됐고, 결국 1년 트레이닝을 받고 공채에 합격했죠.
장효인: 저는 중·고등학교 때 연극을 했어요. 그리고 대학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갔죠. 대학로에서 아동극을 했는데 나름 ‘아동극계의 김태희’로 인기가 좋았어요.(웃음) 어느 날 극단 관장님이 개그맨 공채 시험을 추천해주시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최종 면접까지 가게 된 거예요. 탈락했지만 ‘개그사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개그의 세계에 입문해 결국 2년 후 KBS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죠.
이문재 씨는 두 분에 비해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 들었어요.
이문재: 2005년부터 준비를 해서 2011년에 합격했어요. 모든 방송국 공채 시험에 다 떨어지고 14수 만에 붙은 거죠. 방송국마다 1년에 한 번씩만 공채를 하는데, 떨어지고 나면 또 1년을 준비해야 하잖아요. 정말 힘들죠. 부모님께도 죄송했고요. 그렇게 지내다 합격하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개그맨은 제 20대의 꿈이었거든요. 젊은 청춘을 바쳐 그 꿈을 이뤘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장효인: 개그맨이 된 친구들 중에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개그맨들 사이에는 끈끈한 결속력이 있어요. 가끔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이런 힘든 시간을 겪어보지 못한 케이스죠.
KBS 희극인실 풍경이 궁금해요. 항상 즐거울 것 같아요.
장효인: 매일매일이 학예회 같아요. 사실 저희가 다들 어린 나이가 아니잖아요. 친구들 보면 아줌마, 아저씨인데 그 나이에 누가 책가방 메고 다니며 이렇게 철없이 행동하겠어요.
박소영: 저희는 점심값 내기로 사다리 타기를 할 때도 차분하게 하지 못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난리예요.
장효인: 다른 분들이 저희 회의하는 것을 보면 아마 개콘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세요?
이문재: 권투를 해요. 시간이 나면 항상 체육관에 가죠.
박소영: 저는 쇼핑 가요. 아이쇼핑을 좋아하거든요. 예쁜 옷이 있으면 입어보고 피팅룸에서 몰래 사진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줘요. 집에 있는 걸 안 좋아해서 단 10분이 생겨도 누군가를 만나야 해요.
장효인: 저는 반대로 ‘집순이’예요. 집에 있으면 방 밖으로도 안 나가요. 평소에도 9시면 취침이죠.
요즘 대학생들은 웃음이 고프답니다.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효인: 저도 대학생 때 방황을 많이 했어요. 졸업하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막막했지만 매일매일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하니 길이 열리더라고요.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또 최선을 다 하세요.
박소영: 제가 연기영상학을 전공했는데 공연에 참여하지 않고 겉도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은 결국 적응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공연에 빠져본 적이 없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기회도 따라오니까요.
이문재: 포기하는 게 많아야 성공하는 것 같아요. 공짜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것을 포기해야 성공에 가까워지는 거죠. 그냥 ‘퉁치고’ 살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아요.
박소영: 맞아요. 저도 클럽과 나이트를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어요.(웃음)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