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천재 디자이너 계한희 “좋아하는 일, 빨리 시작하면 빨리 성공한다!”
입력 2013-10-04 15:45:49
수정 2013-10-04 15:45:49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머리가 비상한 노력파가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사랑한다면? 디자이너 계한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나이로 27세. 또래 대부분이 대학 졸업반이거나 사회 초년생인 것에 비하면 그녀는 이미 놀라운 경력과 명성을 가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자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계한희는
1987년생
2009년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예술대 학사
2011년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예술대학원 석사
2011년 KYE 패션 디자이너(현)
작업실이 분주하네요. 컬렉션 준비가 한창인가봐요.
네. 지금 좀 어수선하죠.(웃음) 9월에 있을 2014년 SS 컬렉션 쇼를 준비 중이에요.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처럼 확실한 커리어를 쌓기는 힘들 것 같아요. 비결이 뭔가요?
비결은 ‘빨리 시작하면 빨리 된다’예요. 물론 그 배경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은 게 중요하게 작용했죠. 저는 대학도 조기 졸업한 후 대학원에 바로 진학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한 사람들에 비해 많이 빠른 편인 거죠. 또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열심히 했어요. 향후 몇 년을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를 계획하고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파악하기도 했고요.
언제부터 패션을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학창 시절 한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닐 때 미술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패션 분야 인사들을 알게 돼 교류하기 시작했죠. ‘마르지엘라’(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뭔지도 몰랐던 저는 그분들에게 패션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점점 패션에 대한 흥미가 높아져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세인트마틴 최연소 입학, 수석 졸업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어요.
네 맞아요. 따라서 다른 사람에 비해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방황을 하지 않은 편이에요. 브랜드를 꾸리기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요. 전 원래 ‘옷’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건 사업이고 마케팅 같은 패션과 관련 없는 것들을 알아야 했어요. 싫어하는 일이지만 브랜드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죠.
브랜드 이름이 독특한데요. 만든 배경을 알고 싶어요.
브랜드 이름을 제 성에서 따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KYE를 ‘계’라고 안 읽더라고요. 다들 ‘카이’라고 불러서 그렇게 굳어졌죠. 유학할 때 ‘KATHLEEN’이라는 미국 이름이 있었는데 브랜드 이름으로 하기에는 너무 나이 든 여자 이름 같아서 쓰지 않았어요.
KYE 첫 론칭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론칭은 정말 얼떨결에 진행됐어요. 2011년 FW 시즌에 KYE 쇼를 개최했는데 보러 온 사람 중에 일본 ‘캔디샵’ 대표 유스케 씨가 있었던 거예요. 쇼가 끝난 후 그가 제 옷을 바잉하겠다고 말했어요. 원래 팔기 위해 옷을 만들고 쇼를 진행한 건 아니었거든요. 당시 브랜드를 론칭할지 디자인 회사에 취직할지 고민하고 있던 때였어요. 결국 유스케 대표의 제의를 받아들여 론칭을 한 거죠. 지금도 계속 캔디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어디서 디자인 영감을 얻나요?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요. 제가 꾼 꿈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컬렉션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촉박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영감이나 꿈에만 의존할 수 없죠. 저는 평소에 책과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많이 보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편이에요. 이 경험이 모여 추상적인 개념이 구상되면 그것을 시각화하는 거죠.
슬럼프가 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지 않나요?
슬럼프는 극복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절로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전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상태 그대로 일해요. 대신 조금 산만하게 일하는 스타일이죠. 일하면서 즐긴다고 할까요. 일하다 힘들면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실에서 같이 일해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느낀 거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에게 자신감이 중요한가요?
패션은 자기가 생각한 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직업이에요. 자기만족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힘든 직업이죠. 따라서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그렇다고 너무 자부심이 세면 안 좋은 경우도 있어요. 패션디자이너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해야 되니까요.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해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죠.
자신감 외에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요?
현재의 트렌드뿐만 아니라 미래에 무엇이 유행할지 예상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이건 조금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또 기존의 제시되었던 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조금 나쁘게 말하면 잔머리라고 하죠.(웃음) 새로운 룩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크리에이션은 없고 크리에이티브는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명심해야 할 점을 알려주세요.
먼저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자신이 정말 옷을 좋아하는지, 옷을 좋아한다 해도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 등 어떤 일이 맞는지 잘 파악하라는 거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요즘은 단지 옷을 팔기 위해 디자인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브랜드를 꾸려나간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해줄 거예요. 그리고 항상 노력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노력한 만큼 돌아오기 마련이죠. 환경을 탓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2013년 FW 미리보기
KYE의 FW 콘셉트는?
간략히 말해서 ‘청년 실업’이에요. 요즘 학생들에게 취업이 가장 큰 이슈잖아요. 청년 실업을 극단적으로 끌어 ‘홈리스’라는 개념을 생각했어요. 그걸 서울역을 형상화한 그래픽적 요소, 노숙자들이 사는 박스 같은 빳빳한 재질, 어울리지 않는 옷을 레이어드해서 입는 스타일링, 오버사이즈 실루엣 등으로 표현했어요.
2013년 FW 트렌드 스타일을 제안한다면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네오프렌 소재를 꼽고 싶어요. 둘 다 2~3년 전부터 컬렉션에 지속적으로 나왔지만요. 원래 트렌드라는 건 나오자마자 ‘빵’ 터지지 않아요. 계속 대중에게 노출되어 익숙해져야 비로소 트렌드가 되는 거죠. 잠수복 소재인 네오프렌은 그 자체로 강하기 때문에 아우터로는 시도하기 힘들 거예요. 스웨트 셔츠나 스커트로 먼저 시도해보세요.
글 이동찬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정효진 대학생 모델(서울예술전문학교 모델연기 2)
계한희는
1987년생
2009년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예술대 학사
2011년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예술대학원 석사
2011년 KYE 패션 디자이너(현)
작업실이 분주하네요. 컬렉션 준비가 한창인가봐요.
네. 지금 좀 어수선하죠.(웃음) 9월에 있을 2014년 SS 컬렉션 쇼를 준비 중이에요.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처럼 확실한 커리어를 쌓기는 힘들 것 같아요. 비결이 뭔가요?
비결은 ‘빨리 시작하면 빨리 된다’예요. 물론 그 배경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은 게 중요하게 작용했죠. 저는 대학도 조기 졸업한 후 대학원에 바로 진학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한 사람들에 비해 많이 빠른 편인 거죠. 또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열심히 했어요. 향후 몇 년을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를 계획하고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파악하기도 했고요.
언제부터 패션을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학창 시절 한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닐 때 미술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패션 분야 인사들을 알게 돼 교류하기 시작했죠. ‘마르지엘라’(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뭔지도 몰랐던 저는 그분들에게 패션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점점 패션에 대한 흥미가 높아져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세인트마틴 최연소 입학, 수석 졸업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어요.
네 맞아요. 따라서 다른 사람에 비해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방황을 하지 않은 편이에요. 브랜드를 꾸리기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요. 전 원래 ‘옷’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건 사업이고 마케팅 같은 패션과 관련 없는 것들을 알아야 했어요. 싫어하는 일이지만 브랜드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죠.
브랜드 이름이 독특한데요. 만든 배경을 알고 싶어요.
브랜드 이름을 제 성에서 따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KYE를 ‘계’라고 안 읽더라고요. 다들 ‘카이’라고 불러서 그렇게 굳어졌죠. 유학할 때 ‘KATHLEEN’이라는 미국 이름이 있었는데 브랜드 이름으로 하기에는 너무 나이 든 여자 이름 같아서 쓰지 않았어요.
KYE 첫 론칭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론칭은 정말 얼떨결에 진행됐어요. 2011년 FW 시즌에 KYE 쇼를 개최했는데 보러 온 사람 중에 일본 ‘캔디샵’ 대표 유스케 씨가 있었던 거예요. 쇼가 끝난 후 그가 제 옷을 바잉하겠다고 말했어요. 원래 팔기 위해 옷을 만들고 쇼를 진행한 건 아니었거든요. 당시 브랜드를 론칭할지 디자인 회사에 취직할지 고민하고 있던 때였어요. 결국 유스케 대표의 제의를 받아들여 론칭을 한 거죠. 지금도 계속 캔디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어디서 디자인 영감을 얻나요?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요. 제가 꾼 꿈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컬렉션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촉박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영감이나 꿈에만 의존할 수 없죠. 저는 평소에 책과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많이 보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편이에요. 이 경험이 모여 추상적인 개념이 구상되면 그것을 시각화하는 거죠.
슬럼프가 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지 않나요?
슬럼프는 극복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절로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전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상태 그대로 일해요. 대신 조금 산만하게 일하는 스타일이죠. 일하면서 즐긴다고 할까요. 일하다 힘들면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실에서 같이 일해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느낀 거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에게 자신감이 중요한가요?
패션은 자기가 생각한 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직업이에요. 자기만족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힘든 직업이죠. 따라서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그렇다고 너무 자부심이 세면 안 좋은 경우도 있어요. 패션디자이너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해야 되니까요.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해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죠.
자신감 외에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요?
현재의 트렌드뿐만 아니라 미래에 무엇이 유행할지 예상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이건 조금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또 기존의 제시되었던 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조금 나쁘게 말하면 잔머리라고 하죠.(웃음) 새로운 룩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크리에이션은 없고 크리에이티브는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명심해야 할 점을 알려주세요.
먼저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자신이 정말 옷을 좋아하는지, 옷을 좋아한다 해도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 등 어떤 일이 맞는지 잘 파악하라는 거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요즘은 단지 옷을 팔기 위해 디자인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브랜드를 꾸려나간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해줄 거예요. 그리고 항상 노력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노력한 만큼 돌아오기 마련이죠. 환경을 탓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2013년 FW 미리보기
KYE의 FW 콘셉트는?
간략히 말해서 ‘청년 실업’이에요. 요즘 학생들에게 취업이 가장 큰 이슈잖아요. 청년 실업을 극단적으로 끌어 ‘홈리스’라는 개념을 생각했어요. 그걸 서울역을 형상화한 그래픽적 요소, 노숙자들이 사는 박스 같은 빳빳한 재질, 어울리지 않는 옷을 레이어드해서 입는 스타일링, 오버사이즈 실루엣 등으로 표현했어요.
2013년 FW 트렌드 스타일을 제안한다면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네오프렌 소재를 꼽고 싶어요. 둘 다 2~3년 전부터 컬렉션에 지속적으로 나왔지만요. 원래 트렌드라는 건 나오자마자 ‘빵’ 터지지 않아요. 계속 대중에게 노출되어 익숙해져야 비로소 트렌드가 되는 거죠. 잠수복 소재인 네오프렌은 그 자체로 강하기 때문에 아우터로는 시도하기 힘들 거예요. 스웨트 셔츠나 스커트로 먼저 시도해보세요.
글 이동찬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정효진 대학생 모델(서울예술전문학교 모델연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