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공학교육 현장에 가다] 취업 &  지역경제 활성화, 한번에 잡는다

조선대 공학교육혁신센터

광주광역시에 자리한 조선대는 지난 1946년 9월, 한국 최초의 민립대학으로 설립된 유서 깊은 학문의 요람이다. 이후 1953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해 지역의 대표적 사학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해 우측을 바라보면 눈에 띄는 고층 건물이 나타난다. 웅장한 기운으로 캠퍼스의 랜드마크 격인 공과대학이다. 조선대 공학교육의 혁신을 이끄는 공학교육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 역시 이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국립대학을 제외한 지방 사립대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역경제의 심각한 불황,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 쏠림현상 등 외부적 요인 또한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에서 전통 사학의 명맥을 충실히 잇고 있는 곳이 바로 조선대다. 캠퍼스 규모와 학생 수, 교육 인프라 등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으며, 각종 교육 관련 국책사업에 꾸준히 참여해온 것도 조선대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과대학 역시 일찍이 지난 2002년 공학교육인증원을 설립했다. 이후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8개 학과(프로그램)가 처음 공학교육 인증을 받았고, 2007년 13개 학과가 추가돼 현재 총 21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공과대를 비롯해 전자정보대학 등 공학 관련 21개 학과 전체가 공학교육 인증을 받은 사례는 전국에서 조선대가 유일하다.


전국 유일하게 공학계열 전 학과 인증
조선대는 지난 2004년 누리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미 산학 협력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광주첨단산업과학단지’ 안에 자리 잡은 ‘첨단산학 캠퍼스’가 좋은 예.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쉽게 전개하기 위해 아예 캠퍼스 자체를 산단으로 옮긴 보기 드문 사례다. 한 대에 6~7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연구 장비·시설을 비롯해 총 1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장비들을 첨단산학 캠퍼스로 이주해 산학 집적화를 완성했다.

일련의 노력은 2002년 공과대학 교수들의 주도로 공학교육 인증 프로그램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게 했고, 오늘날 공학 관련 전 계열 인증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창의와 융·복합을 강조하는 건 어느 공학계열이라도 부인할 수 없는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조선대 혁신센터 역시 공학교육 인증은 물론, 산업과 교육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창의적인 공학교육 방법을 연구·개선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화 종합설계 기술연수 프로그램 운영이다.

흔히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이라 부르는 창의적 종합설계 프로그램은 전국의 공과대학이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과정 중 하나다. 개개의 엔지니어나 연구개발(R&D) 파트에 그치지 않고 기획부터 설계, 연구, 디자인, 제작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는 작업이다. 조선대 혁신센터는 이를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해외 대학과 MOU를 맺고 기술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매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등에 10여 명의 학생을 보내 자율적인 아이템 선정과 연수를 지원해왔다.

올해는 새롭게 중국 베이징의 북방공업대학과 MOU를 맺고 12명의 학생을 4주간 보냈다. 기계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항공우주공학, 정보통신공학 등 5개 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연수단은 북방공대에서 터치 패널을 이용한 BLDC 모터 연구를 수행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 부품 소재 연구에 강점을 보이는 조선대 공대의 메리트를 잘 살린 연수였다는 평가다. 북방공대도 15명의 학생을 지난 여름방학 기간 동안 조선대로 보내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끈끈한 지역기업 네트워크로 취업률 Up
대기업이 몰린 수도권도 불황의 파고를 넘기 힘든 형편인데,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대가 자리한 광주 지역 역시 지역경제가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 조선대 혁신센터는 지역기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취업률 제고,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기술지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차용훈 혁신센터장(공과대학장·기계공학과 교수)은 이를 ‘종합형 닥터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요청 이전에 대학 스스로 전공이나 연구 주제 등을 기업에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공과대와 혁신센터뿐 아니라 경영대, 미술대(디자인) 등 비공학 계열도 지역기업을 위한 기술지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산학 연계가 워낙 강조되고 프로그램도 많아 잘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기업인들 역시 어느 대학, 어느 교수를 찾아 자문을 구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조선대 혁신센터 주도의 ‘정보 공개’를 통해 매칭이 된 지역기업은 무려 600여 개에 이른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이들 기업은 ‘가족회사’로 편입돼 산학 협력 과정을 밟게 된다. 열악한 지역기업과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취업 달성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배경이 바로 가족회사 시스템이다. 교육과 산학 협력, 실습, 취업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학교 본부에서도 혁신센터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1개 프로그램 모두 전문 연구원을 채용한 게 대표적 사례. 이들이 매월 공학교육 인증과 혁신을 위한 회의를 갖고 의견을 수렴해나가는 것 또한 조선대 혁신센터의 강점 중 하나다.



Interview 차용훈 공학교육혁신센터장(공과대학장·기계공학과 교수)
“중소기업 기피,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



지역기업과 함께하는 ‘가족회사’ 제도가 인상적입니다.
산학 협력의 좋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타개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기피는 국가적으로도 반드시 풀어야 할 큰 문제죠. 가족회사에서 현장실습, 인턴십, 캡스톤 디자인 과정 등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담당자와 교감을 쌓을 수도 있죠. 단순한 취업률 향상을 넘어 입사 후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공학교육 인증을 통한 취업률 향상은 어떻습니까?
수치상으로만 봐도 효과가 크죠. 조선대 혁신센터는 매년 외부 전문 리서치 기업과 함께 ‘To-Be 달성 성과분석 보고서’를 냅니다. 공학계열 학생들의 취업률 향상을 위해서죠. 지난 2011년 졸업생의 경우 R&D 인력과 엔지니어 인력의 취업률이 각각 16.7%, 31.9%였습니다. 2012년에는 18.4%, 43.7%로 늘었죠. 증가율 또한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게 분석 결과입니다.

공학교육 페스티벌에서도 조선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요.
캡스톤 디자인 등 전국 단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비롯해 매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4년 동안 자기 역량을 집적화하고 관리해 최종 목표를 이뤄내는 ‘학생 포트폴리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죠. 지난 2010년에는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사례도 있습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자격증, 어학, 이수 과목, 특별활동 등을 시스템화해 역량을 강화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 조선대 공학교육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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