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험에 나와! 족집게 경제상식] 신용평가사 “늬들은 누가 평가해주니??”

economy 常識

예를 들어보자고. 누가 나한테 돈 좀 빌려달라고 하는 거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돈이 좀 있어서 빌려줄 수는 있어. 근데 말이야. 이 친구가 정해진 기간 안에 돈을 제대로 갚을지 어떨지가 불안한 거야. 한마디로 친구의 ‘신용 상태’가 궁금한 거지. 내일이라도 당장 돈을 갚을 만한 친구면 흔쾌히 빌려주면 되겠지만, 혹시라도 신용이 꽝이라면 선뜻 빌려줄 수 있겠어?

개인 간의 작은 거래에도 신용이 이렇게 중요한데 기업, 나아가 국가 단위로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말해 무엇하겠어. 자선사업가이거나 인류 최고의 박애주의자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떼먹을 거 각오하고 돈 빌려주는 멍청한 기업가나 정부는 없을 거야. 그런데 이때 기업이나 은행, 국가의 신용도는 누가 결정해주지? 이때 등장하는 이들이 바로 ‘신용평가사’야.

신용평가는 말 그대로 해당 기관(국가)의 신용도를 평가해주는 걸 말해. 여기에 ‘사(社)’ 자가 붙은 걸 보니 ‘신용평가만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한 친구가 있다면 센스쟁이!




국가 경제 좌지우지할 권력으로 성장

거래 당사자인 기업, 국가 등의 신용평가가 주요 활동인 기업을 신용평가(회)사, 줄여서 신평사라고도 해. 우리나라에도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서울신용평가정보 같은 회사들이 있어. 그럼 인터내셔널하게 시야를 넓혀볼까?

‘세계 3대 신평사’란 말 들어봤어? 말 그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3개의 신용평가사를 말하는 거야. 미국계 기업인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그리고 미·영계(대주주는 프랑스계 기업)인 ‘피치(Fitch IBCA)’가 바로 그 주인공이야. 무디스의 경우 1900년에 문을 열었으니 100년을 훌쩍 넘기는 역사를 자랑하지. S&P와 피치도 여러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역시 설립한 지 100년이 넘는 기업이야.

이 3대 신평사는 모두 오랜 역사만큼이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해. 예를 들어 ‘무디스가 한국 몇몇 은행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는 기사가 뜨면 해당 은행들의 주가가 오르고 자금 조달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식이지. 시장에서 이들의 신용도를 증명하는 가장 손쉽고 강력한 수단이 신평사의 평가등급인 거야.

국가라고 이들의 평가에서 예외가 될 순 없어. 2008년 남유럽발 재정위기를 생각해봐. 그리스 같은 나라들의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들 신평사가 매기는 국가 신용등급이야. 한 나라의 경제를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일개 사기업이 갖게 된 거야.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일종의 거대 경제권력으로 부상한 거지.

정확한 신용평가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안전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의도 자체는 전혀 나무랄 게 없어.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냐. 우선 이들 모두 사기업이란 본질적 한계를 벗어날 순 없어. 무디스의 이사진이 자기가 평가해야 할 기업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고 생각해봐.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까? 어처구니없는 건 이런 예가 사실이라는 거야.

또 이들의 평가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2007년에 미국 하원이 S&P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지. “그 평가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어.” “우리는 설사 ‘소’가 만든 상품일지라도 등급을 매겨야 해.” 하원에서 공개된 내용이야.

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등급을 낮게 매겨 곤란을 겪는 나라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것도 다반사야. 안 그래도 어려운데 위기를 조장해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는 불만이지. 우리도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톡톡히 당했던 선례가 있어. 정작 신평사의 신용등급은 F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야. 이들의 신용등급은 대체 누가 평가해주지?



글 장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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