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청년봉사단] 섭씨 30도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동행 취재 -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4기 필리핀 봉사활동


2월 19일,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4기 20명이 필리핀 마닐라에 발을 내딛었다. 단원들 입에서는 “덥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몸을 감싸는 후끈한 열기와 어색한 반팔 차림에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로와 도로 정비, 종묘장 건설, 음식 나누기 등 3박 4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햇볕은 잠시도 주춤하지 않았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갔지만 오히려 그들의 입에 감돌고 있던 미소는 바이러스처럼 주변을 물들였다. 아무 생각없이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얼마나 작은 원두에서 비롯됐는지, 잘 닦인 길과 배움의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본 적 있었던가.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 그러나 봉사단은 그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나흘을 보냈다.


봉사, 배려 더하기

봉사단이 방문한 바세코는 6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빈민 지역. 봉사단은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삽을 들었다.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사무국 이은희 사무국장은 “짧은 기간의 봉사인 만큼 이곳에 꼭 필요한 일을 하자. 우리가 하는 일이 초라해 보인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초라한 것은 아니다”는 말로 봉사단을 독려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수로 공사였다. 바세코의 땅이 흙, 돌, 모래 등으로 뒤엉켜 있어 우기가 되면 통행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수로가 완성될 때까지 기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를 직접 섞어가며 만드는 일, 나무 기둥을 덧대 수로의 틀을 잡는 일, 시멘트를 고르게 펴서 말리는 일 전부가 봉사단의 땀으로 이뤄졌다.

그래서였을까. 총 작업시간이 채 반나절도 되지 않아 수로는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과 봉사단이 힘을 합친 결과였다. 수로가 모양을 갖추고 카페베네의 이름을 딴 현판이 길 앞에 세워질 때, 봉사단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단단하게 굳어가는 시멘트처럼 20명의 단원도 한층 성숙해졌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작업은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일이었다. 이 작은 나무는 자라서 지역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또 해안가에 인접한 바세코의 방파제 역할도 해낸다. 그러나 묘목을 심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쓰레기 치우기.

어마어마한 크기의 쓰레기 매립지를 정리하고 그 땅 위에 종묘장을 건설해야 했다. 매립지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쓰레기들은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에 닥친 사람들이 바로 옆에까지 집을 지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이 시급했다.

마스크와 장갑으로 무장한 봉사단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봉사단을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일손을 도우러 나섰다. 끝이 없는 쓰레기와 그 밑에 깔린 벌레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청소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단 이틀. 5년간 방치됐던 쓰레기가 매립지에서 흔적을 감췄다. 한 사람도 게을리 일하지 않고 모두가 힘을 합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봉사단원들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도 역한 냄새에 힘들어하는 우리에 비해 맨발로 쓰레기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는 말만을 남겼다.

교육 봉사, 음식 나누기 등의 활동도 이어졌다. 필리핀 각지에서 교육 봉사를 하고 있는 심유진(아시안 브릿지) 씨는 “필리핀의 학교는 1명의 교사가 80~9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수업이 어렵다. 그래서 바세코에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부직포로 왕관 만들기, 풍선 검 만들기 활동을 체험하는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집중했다.

수업은 2시간 반에 걸쳐 계속됐다. 봉사단은 간단한 영어로 설명하며 한명 한명을 보살폈다. 작은 공부방에 모인 20여 명의 아이들이 모두 부직포 왕관을 쓰고 손에 풍선 검을 들었다. 그리고 수업의 끝자락,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봉사단에게 선물했다. 노랫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지자 봉사단은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며 아이들과 시선을 맞췄다. 모든 봉사가 끝나고 일일교사로 일한 김승태(국민대 컴퓨터공학 3) 씨는 “결과물로 확인하는 다른 활동보다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교육 봉사에 매력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커피,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우리가 평소 즐겨 마시는 커피는 원래 어떤 모습일까?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4기 단원들은 일정의 마지막 날 커피 농장 체험에 나섰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필리핀의 소규모 농민이 관리하는 크지 않은 농장과 공장. 때마침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지만 커피를 알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진 청년봉사단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게 커피나무예요?” 짙은 갈색의 원두만을 떠올리던 봉사단은 커피나무를 발견하고 자꾸만 되물었다. 처음 보는 커피나무와 그 열매의 모습이 신기했던 것이다. 커피나무의 열매인 커피체리는 녹색빛을 띠다가 곧 붉은색으로 익어가고 그 상태에서 시간이 더 흐르면 짙고 검게 변한다. 그 안에는 생두 두 쪽이 마주본 채 들어 있다. 생소한 모습에 주춤하던 것도 잠시, 직접 커피체리 하나하나를 따내는 봉사단의 손길이 빠르게 능숙해져 갔다.

이내 모든 커피체리를 수확한 봉사단은 커피 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블렌딩이란 두 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해 새로운 맛을 내는 것. 말로만 듣던 블렌딩 기계 앞에 선 봉사단은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카페베네 최우수 바리스타로 선정, 이번 해외봉사에 특별 참여하게 된 바리스타 김선우(카페베네 삼청동길점·31) 씨에게 커피 농장과 공장 체험은 더 특별했다. 매일 수백 잔의 커피를 만들어내던 그에게도 산지에서 만난 커피는 ‘새로웠다’. 제 손으로 커피나무를 만지고 그 열매를 수확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情), 진심이 만들어내는 소통

봉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카페베네 봉사단으로 활동하며 이미 친목을 다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명 중 우수 활동자 20명이 이번 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역별 활동을 비롯해 온라인 활동, 전체 모임 등으로 전국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사무국 윤보아 대리는 “4기의 경기남부조가 기억에 남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뵌 후에 직접 SNS를 통해 봉사 내용을 알리기 시작했고 전국의 봉사단이 힘을 더해 일반인들에게도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연장질과 땡볕을 이겨낼 힘을 준 것도 돈독해진 우정의 힘이 8할이다. 간식을 챙겨주고 농담을 주고받고, 쉬는 시간에는 나란히 누워 쪽잠을 청하는 청년봉사단의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정은 바세코 지역 주민들과도 통했다. 수로 공사와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활동을 하며 청년봉사단은 늘 주민들과 함께였다. 못질과 청소가 서툰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일을 도와준 것도 마을 주민들. 몸소 시범을 보인 그들을 따라 봉사단도 더욱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색한 공기 속에 함께 서 있던 봉사단과 주민들은 차츰 단어 하나와 눈빛만으로도 대화를 이어 나가는 사이가 됐다.

봉사단은 특히 둘째 날 밤을 잊지 못한다. 단원들이 2명씩 짝을 이뤄 주민들의 집에 머무는 홈스테이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혜리(강원대 부동산 4) 씨는 “서투른 영어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될까봐 걱정했는데 어눌한 영어와 몸짓에도 다 뜻이 통하더라”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물을 쓰지 않는 주민들을 보며 단원들은 그들이 건네주는 뜨거운 물을 사양했다. 주민들이 정성 들여 차린 현지 음식과 한국에서 챙겨 온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다음 날 입어야 할 여벌의 옷과 새 수건을 주고 온 단원도 있었다.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지 못하고 세수만 겨우 한 봉사단. 누구에게도 강요당하지 않은 베풂을 실천한 그들의 미소는 더욱 아름다웠다.

긴 시간 머문 게 아닌데도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단순한 슬픔 때문이 아니다. 현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뛰어난 영어 실력이 아닌 진심이었다.




필리핀에도 카페베네가?!

언젠가 필리핀 이스트우드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면 카페베네를 꼭 가보자. 한국의 매장과 꼭 닮은 모습에 놀랄지도 모른다. 인테리어와 레시피, 대부분의 메뉴가 같지만 망고 요거트 스무디, 파인애플 요거트 스무디, 망고 케이크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도 있다.

카페베네 이스트우드점은 비좁은 필리핀의 다른 카페에 비해 넓고 쾌적한 공간, 무료 제공 와이파이, 북카페 등으로 매장을 차별화했다. 또 현지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2배의 홍보 효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인터뷰
이은희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사무국 사무국장

“현장이 생각보다 열악했어요. 할 일도 많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단원들도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들 묵묵하게, 여자아이들도 맨손으로 삽을 들고 일하는 것을 보고 고맙게 생각했어요. 봉사는 스펙이나 자랑거리가 아니잖아요.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기 위해 즐겁게 일한다면 자기 자신에게도 뜻하지 않은 포상이 될 거예요.”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OOO이다!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행운’이다 문덕원(충북대 컴퓨터교육 3)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4기 멤버는 총 100명. 지난해 활동을 기준으로 선정된 20명의 우수 단원이 이번 해외봉사에 참여했다. 그래서 문덕원 씨에게 봉사단은 ‘행운’.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줬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많은 양을 주거나 좋은 음식을 주는 것도 아닌데 다들 새치기까지 하면서 받아가려고 했었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앞섰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그렇기에 앞으로는 더욱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향수’다 민다희(충남대 식품영양 4)

“홈스테이를 했던 집의 어머니께서 바르는 향수를 선물로 주셨어요. 지금도 그 향을 맡으면 봉사할 때의 마음가짐이 떠올라요. 포근한 느낌도 들고요.” 홈스테이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는 민다희 씨. 편한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요리를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던 시간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운 순간, 자기도 모르게 “너무 행복하다”고 얘기해버렸다고.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인연’이다 용건(한양대 영미언어문화 4)

“첫 대외활동이자 첫 해외봉사였어요. 처음엔 같은 단원들끼리도 잠깐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했었고 이번 봉사도 여행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용건 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국 각 지역의 단원들과 친해지면서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그리고 ‘여행’이 아닌 ‘진짜 봉사’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막상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려니 하루만 더 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블렌딩’이다 안수정(성균관대 신문방송 4)

봉사를 시작하기 전 안수정 씨는 ‘4일 동안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블렌딩은 여러 커피를 섞어 좋은 맛을 내는 일이에요. 봉사단도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 협동하고 좋은 일을 해냈잖아요.” 그렇게 봉사가 끝난 후 안 씨의 생각은 ‘무언가를 해준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말자’로 변했다. “우리가 준 작은 도움들이 모여서 주민들의 삶을 더 좋게 바꿔줄 수 있다고 믿게 됐어요. 모두가 힘을 모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열정’이다 김윤진(충북대 농업경제 4)

현지인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날 밤이다. 아이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주비행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곳 사람들에게 ‘미래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우주비행사라는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죠. 사실 현실을 탓하며 안정적인 내일만 좇던 것은 제 자신이었거든요.” 자기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김윤진 씨는 되레 고마움을 느꼈다.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맹그로브’다 서정희(서울여대 행정 3)

“봉사가 끝나고 단원들과 밥을 먹을 때마다 아이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대로 먹지도 못하거나 땅에 고인 더러운 물을 먹던 아이들에게 미안해지곤 했어요.” 새삼스럽게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이 고마워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또 그런 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고. “꼭 맹그로브 나무 같아요. 쓰레기로 덮여 있던 땅에서도 뿌리를 내려 주민들을 보호하는 나무처럼, 힘든 환경에서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졌던 우리니까요.”


글·사진 마닐라(필리핀) = 박혜인 대학생 기자(충북대 철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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