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잘리고 오래가는 대학가 과외 고수들

대학생이 선호하는 최고의 아르바이트, 과외. 그러나 막상 과외를 시작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과외에 자신 없는 대학생을 위해 준비했다. 국·영·수 각 과목에 일가견이 있는 과외의 달인을 만나 그들만의 비법을 들어봤다. 고수들의 공통점, 차이점을 분석해 나만의 과외 비결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영어 과외의 고수
정재식 연세대 경제 3

공부에 대한 의지만 학생에게 잘 심어주면 과외는 성공한다.

‘천기누설 과외비법’(가제) 정재식 씨가 본인의 과외 경험을 녹여 집필 중인 책의 이름이다. 2008년 과외를 시작해 그만의 공부법으로 학생의 영어 성적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붙임성이 좋아 ‘안 잘리고 오래가는’ 인기 과외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그가 자신 있게 말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랑받는 과외 선생님 되기 노하우.


과외 구하는 경로
지인의 소개를 받아서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과외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교재 선택
문제가 많고 난이도가 높은 독해 문제집을 선호한다. 영어 독해는 자기 능력보다 어려운 걸 봐야 실력이 오른다. 다만 하위권 학생은 의지 자체가 꺾일 수 있기 때문에 고난도 문제로 부담을 주기보다는 교과서만 착실하게 보기도 한다. 때때로 가벼운 영어 소설을 이용하기도 한다.

수업 방식
독해 위주로 수업한다. 내가 하나하나 설명해주기보다는 학생에게 해석을 많이 시킨다. 영어 과외 학생 대부분이 시간 부족을 하소연하는데, 그렇다고 시간 단축 훈련을 시키는 게 아니라 정확한 해석을 먼저 하면 시간은 저절로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따로 단어 암기를 시키지도 않는다. 독해를 계속 시키면 어떤 단어가 많이 나오고 중요한지는 학생 스스로 깨닫는다. 어느 순간 학생의 독해가 막히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이 문법 때문이다. 이때 자연스럽게 문법을 설명해준다.

숙제
영어 지문이나 소설을 해석해오라고 한다. 간혹 학생이 숙제를 안 할 때가 있는데, 이때는 벌로 해석을 손으로 직접 써오라고 시키기도 한다. 그럼 보통 숙제를 잘 해온다. 숙제하면서 막힌 문장은 과외 시간에 같이 풀어준다.

수업 외 노하우
공부를 잘하는 학생한테는 고급 기술을 가르치는 게 효과적이다. 하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은 공부 기술보다는 의지의 문제가 크다. 반대로 생각하면 의지만 심어줘도 성적은 금세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학생들에게는 진도를 천천히 나가더라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번은 어떤 학부모의 요청으로 이런 상담만 해주고 돈을 받은 적도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또 과외 시간은 짧다. 학생의 안녕을 바란다면 문제를 풀어주는 게 아니라 혼자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낫다.

과외 준비 및 시간·장소
기본적으로는 그날 볼 영어 지문을 과외 전에 다 읽고 간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영어 같은 경우 내 공부도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은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과외 장소는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다르다. 우리 집에서 하면 출퇴근이 없지만 괜히 내가 부모님 시선이 부담스럽고 가족도 불편해한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할 때도 있는데 자리가 없어 헤맬 수도 있다. 끝으로 수업 5분 전에 가서 10분 후에 나오는 것도 작지만 중요한 팁이다.






국어 과외의 고수
강규성홍익대 국어국문 3

학부모와 자주 통화하라. 교량 역할은 과외 선생님의 특권이다.

가장 가르치기 난해한 과목 중 하나인 국어. 강규성 씨는 그만의 비법으로 학생의 성적을 올려주는 국어 과외의 고수다. 하지만 그는 과외 선생님이란 성적 상승뿐 아니라 멘토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외 구하는 경로
어머니께서 아이들 공부방을 운영하시는데 그쪽 경로를 통해서 과외가 많이 들어온다.

교재 선택
학생을 처음 만나는 날 같이 밥을 먹고 서점에 간다. 시간을 주고 직접 교재를 고르게 한다. 학생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교재가 좋다. 잘 모르겠다며 고르지 못할 때는 해설 위주의 교재를 추천해준다.

고등학생 모의고사 문제집은 딱히 학년별로 맞출 필요가 없다. 국어는 각 학년 진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 1학년 문제가 100점이라면 2학년 문제도 80~90점은 나온다. 따라서 전적으로 학생 수준에 맞춰 고른다. 책을 고른 다음에는 내 책까지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열심히 해보자”며 학생에게 선물로 준다.

수업 방식
두 회의 모의고사를 푼 뒤 채점을 한다. 그 다음 둘을 동시에 펴놓고 유형별로 비교한다. 국어는 문학·비문학·시 등에 따라 지문 유형과 문제 유형이 정해져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두 번 다 맞았다면 이 유형과 지문에 능숙하다는 거다. 한쪽이 틀렸다면 실수로 틀렸거나 실수로 맞혔다는 것이고, 둘 다 틀렸다면 정말 모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여기에 중점을 두고 설명해준다.

숙제
숙제는 거의 안 낸다. 과외 학생은 이미 학습 실패 경험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아이들한테 숙제는 자칫 공부에 대한 흥미를 없애버릴 수 있다고 본다.

수업 외 노하우
학부모와 통화를 많이 한다. 서로 대화가 없어서 자식에 대해 잘 모르고 궁금해하는 부모님이 굉장히 많다. 부모와 학생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에 학생과의 인간적 교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생이 나를 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대학 생활, 진로 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준다. 어떻게 보면 선생님보다는 카운슬러에 가까운 게 과외 선생님 아닐까. 그래서 학생이 공부 외적인 문제로 힘들어할 때는 수업을 생략하더라도 상담하는 데 주력한다. 어차피 아이가 고민이 있을 때는 수업에 집중 못한다.

과외 준비 및 시간·장소
필요한 자료는 평소에 만들고 그날 진도 분량은 과외 전에 한 시간 정도 준비한다. 그날 학생이 풀 문제를 먼저 풀어보고 해설을 붙이는데, 내 나름의 답지를 만들어준다고 보면 된다. 여학생이 아니라면 우리 집에서 과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 집에서 할 때는 진도나 공부 양이 샐 틈 없지만 내가 지나치게 엄격해지는 것 같다.

과외 시간은 보통 2시간이지만 나는 3시간이라 생각하고 한다. 2시간 수업을 끝내고 1시간 동안 학생과 다른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많다. 보충수업이 많은 편이다. 대신 수업이라는 생각이 안 들도록 학생한테 “놀러 와라” “밥 먹으러 와라”라고 한 뒤 같이 놀다가 슬쩍 “이것 좀 풀어봐”라고 시킨다. 그런다고 학생이 싫어하진 않는다.




수학 과외의 고수
소현주 경희대 한의학 본2

멘토 역할을 했을 때 학생의 만족도도 높고 과외 선생님에 대한 학생 부모님의 신뢰도 깊어진다.

소현주 씨는 경력 10년 이상의 과외 고수다. 그동안 그가 가르친 제자만 해도 60여 명. 학생이 많은 달의 과외 수입은 대기업 사원의 월급에 가깝다.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EBS 공부법’ ‘공부역전 공부법’ 등 학습법 관련 서적에 필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과외 구하는 경로
‘오르비’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 아파트 전단지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교재 선택
고집하는 교재는 없다. 처음 만나는 날 학생과 상의한 후 수준에 맞게 고르는 편이다. 저학년일수록 개념서를 추천하고, 고등학교 2·3학년은 기출문제집과 EBS 교재도 준비한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일 경우에는 당일 진도와 관련된 고1 과정을 요약한 프린트를 준비한다.

수업 방식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학생 본인이 제대로 알아야 나한테 설명할 수 있다. 수리는 사고력이 관건이다. 수학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않으면 효과적인 풀이 방법을 이끌어내지 못해 시간만 허비한다. 수업 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문제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우선 기본 개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기본 개념을 어느 정도 배운 상태라면 응용하는 단계를 거친다. 고등학교 1·2학년은 개념설명 +α, 고3은 문제풀이를 하면서 개념 설명을 곁들이는 게 보통이다.

숙제 문제 풀이
숙제를 학생의 능력치보다 조금 더 많이 준다. 약간 무리인 정도가 좋다. 그러고서 서서히 양을 늘려간다. 숙제해온 내용을 체크해서 무엇을 못하는지 파악한다.

수업 외 노하우
학생이 지쳐 보일 때 내가 수험생이던 시절 경험이나 터득한 공부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준다. 학생들은 의외로 이런 시간을 굉장히 좋아한다. 주위에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자연스레 공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털어놓고 상담하게 된다. 이런 멘토 역할을 했을 때 학생의 만족도도 높고 과외 선생님에 대한 학생 부모님의 신뢰도 깊어진다.

이럴 땐 이렇게
가끔 안 풀리는 수학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오래 붙잡고 있으면 수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 알려준다고 말하고 진도를 계속 나간다. 나중에 천천히 문제를 풀어보고 해답을 휴대폰으로 전송해준다.

과외 준비 및 시간·장소
처음 에는 준비 시간이 1~2시간 정도 걸렸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30분 내외로 준비한다. 그날 수업할 내용을 살핀 후 직접 문제를 풀어보고 프린트 자료도 만든다. 과외 약속은 서로의 사정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지만 되도록 지키려고 한다. 너무 자주 바꾸다 보면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장소는 거의 학생 집이다. 시간에 딱 맞춰 가기보다는 여유 있게 들어가서 준비한다. 과외 끝나는 시간도 칼같이 지키기보다는 융통성을 갖는다. 수업 흐름에 따라 오버타임하기도 하고, 반대로 시간이 남아도 진도가 적당하다면 굳이 새 내용을 시작하지 않고 일찍 수업을 마친다.


글 함승민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이승재 기자│촬영협조 카페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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