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벤처 탐방] 종이 로봇이 던진 돌직구 “큰 시장 찾아 세계로 간다!”
입력 2012-10-12 15:52:41
수정 2012-10-12 15:52:41
박희열 모모트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네모네모 로보트, 줄여서 ‘모모트’. 모모트 스튜디오는 ‘네모난 종이 로봇’을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이름에서부터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명쾌하게 담았다. 아직은 연 매출 10억 원의 ‘아담한’ 규모이지만 이 회사의 요즘 행보는 글로벌 기업 못지않다.미국 디즈니의 자회사 마블코믹스 히어로들의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핫한 벤처 중 하나로 떠오른 것. 석 달 걸려 선보인 마블코믹스 ‘어벤저스’ 주인공 캐릭터 1만 개는 내놓자마자 매진됐다. 2009년 4명의 대학생이 달랑 50만 원 들고 시작한 모모트 스튜디오를 신나고 재미있게 키우고 있는 박희열 대표를 만났다.
박희열 모모트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1983년생
호서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2009년 11월 모모트 디자인스튜디오 설립
현 서울종합예술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디 즈니 파트너’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거머쥔 박희열 대표. 하지만 그도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야 지금의 자리에 섰다. 창업과 폐업을 거듭했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창업 자금이 넉넉했던 것도, 이른바 스펙이 탄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남다른 경험 덕에 그는 30세의 젊은 나이에 주목받는 벤처 피플이 됐다.
요즘 박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창업 멘토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대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2012 대한민국 학생창업 페스티벌에서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 이음소시어스 박희은 대표 등과 함께 ‘창업 특강’ 연사로 나섰다.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진행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며 눈을 반짝였다.
종이 로봇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한 계기는.
대학 수업시간에 과제로 작업한 캐릭터가 지금 모모트의 시초다. 친구들 얼굴의 특징을 살려 종이 로봇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2009년 1월에 작업한 모모트가 그해 8월 하나의 상품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다. 단순히 사업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이었던 게 지금의 사업으로 커졌다.
다양한 캐릭터 중 가장 아끼는 게 있다면.
디즈니 마블 시리즈! 물론 모모트 식으로 재해석하긴 했지만 본래 캐릭터 자체가 참 예쁘다.
대학 생활은 어땠나.
학교생활 정말 열심히 했다. 학교가 좋았다. 과대는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졸업준비위원회, 학생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물론 좋은 학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 때 이미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는 나에게 휴식처이자 충전소였다. 모모트를 함께 일군 파트너들도 다 학교에서 만났다. 꿈을 찾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사업가 기질을 타고났나.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고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병 휴가 때 집에 왔는데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이제 내가 가장이다’란 생각을 했다. 군대로 돌아가 계획을 세운 뒤 말년 휴가 때 노점에서 팔 물건들을 구입했다.
4월 29일에 제대하고 5월 1일부터 노점을 시작했다. 첫날 8만9000원을 벌었다. 그 후 명동 밀리오레에서 액세서리를 팔았는데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이익을 남길 정도로 잘됐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돈은 많이 벌어도 재미가 없었다.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패는 없었나.
시작이 빨랐던 만큼 실패도 빨리 찾아왔다. 명동에서 액세서리 사업을 하면서 수원에서 예물 가게를 운영했는데 사업장이 두 곳으로 늘어나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았다. 대학 4학년 때 진 빚이 1억 원이었다. 돈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 겨우 먹을 때도 있었다. 명동에서 강남까지 걸어온 적도 많다. 그때 무려 23kg이 빠졌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극복해야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면.
남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건 자신 있다. 그리고 의리! 친구나 후배들에게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맛있는 거 사주고, 누가 맞았다고 하면 바로 돌진해버리는, 의리 빼면 시체인 사람이 바로 나다. 이런 겉모습 때문에 일하면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껄렁껄렁해 보이니까 믿음이 덜 가나 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진정성 있게 변한다. 그런 진솔한 모습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무슨 경험이든 쌓아라! 대학 4학년 때 늘 달고 살았던 질문이 있다. ‘넌 뭘 잘해?’ ‘넌 뭘 할 거야?’ 다들 한 번씩은 고민하지 않나. 세상에 뛰어들기 전에 남들보다 정말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고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창업은 의리, 배짱, 용기 등 타고난 그릇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그릇을 얼마든지 크고 넓게 만들 수 있다. 그 원동력이 바로 ‘경험’이다. 경험은 스스로 겪기 전에는 온전히 자기 것이라 할 수 없다. 모모트도 2009년 사업을 시작한 해부터 사기를 당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여기까지 왔다. 대학생 창업에 관한 얘기들은 수박 겉핥기인 경우가 많다. 고생을 해봐야 안다. 대학생 창업은 실패해도 본전, 못해도 경험이다. 다양한 경험만이 당신의 필살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글 박진아 기자 pja@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