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이 달라졌어요’···비대면 강의에도 학생들 만족도 UP시키는 교수들 인기

교내 온라인 강의 교육, 동료 교수와의 온라인 강의 스터디 등으로 어려움 극복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쉬워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서채운 대학생 기자] 2020년 대학가를 떠올리면 혼란 그 자체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라는 낯선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집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할 지에 대한 대비가 안 돼 여기저기서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강의 퀄리티는 낮아졌고,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떨어졌다. 혼란 속 캠퍼스에선 노력의 결실도 보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승의 가르침이 빛난 이들을 만나봤다. ‘현장답사 수업? 여행 가이드로 변신’
강미선 이화여대 건축학전공 교수
△강 교수의 줌 수업 중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제공=강미선 교수).

강미선 이화여대 건축학전공 교수는 더 나은 수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줌 연습 스터디를 실시했다. ‘불금의 줌 연습’이라는 이름의 이 스터디는 이상선 한경대 디자인학과 교수가 시작했다. 이 스터디에 참여한 교수들은 학생의 입장이 되어 줌으로 수업을 듣는 느낌은 어떤지 체험했다. 또한 강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떤 기구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할지 의견을 나눴다. 이 외에도 ‘수업 전 노래 틀기’와 같은 방법도 공유하며 학생들이 줌 환경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불금의 줌 연습’ PPT 화면(제공=이상선 교수).

강 교수는 이 스터디에서 ‘미로(Miro)’라는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미로’는 무한히 확장 가능한 온라인 화이트보드로 글과 사진 등을 제한 없이 업로드 할 수 있다. 그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 환경에서 의견 공유를 쉽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 중 소규모 토론을 진행할 때는 다른 조의 의견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강 교수가 인터뷰 중 ‘미로’를 시연하고 있다(촬영=서채운).

이 스터디에서 받은 도움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강 교수는 ‘불금의 줌 연습’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도 많이 해소되었다”라고 말했다. 스터디에 함께 참여하는 교수들이 더 나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동기 부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여기에 강 교수가 고안해 낸 방법인 ‘리액션 조’는 수업 중 마이크를 항상 켜놓아 그날 교수와의 질의응답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리액션 조’로 선정된 학생들만이라도 이름을 부르며 더욱 친해지자는 취지가 숨어있다. 강 교수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수업 진행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줌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1학기에 진행된 ‘건축학개론’은 현장 답사에서는 학생들이 줌에 접속해 강 교수가 휴대폰을 통해 하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그는 이와 같은 방식을 “여행 가이드가 리시버로 설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상호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강 교수가 진행한 현장 답사 사진. 제공=강미선 교수

또한 학생들과 간단한 운동을 즐기기도 했다. 밤마다 줌으로 모여 운동을 하던 강 교수의 경험이 반영된 활동이다. 그는 학교의 운동 강사를 수업에 초청해 15분간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진행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배려해 앉아서 하는 운동을 주로 진행했다.

건축학개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너무 유익하고 좋은 수업이었다”, “건축학과 1학년 수업으로 적합한 것 같다”라는 평가를 남겼다. 반면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학생들은 “과제가 너무 많다”, “시험 평가 방식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와 같이 주로 평가와 관련해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다.‘그림은 물론 애니메이션까지 내 손으로 직접’
권우성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권우성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는 강의 자료를 직접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재는 물론 그림과 애니메이션까지 직접 제작한다. 권 교수는 강의 자료를 직접 만드는 이유를 “어려운 내용들을 왜 배워야 하는지, 어디에 쓸 수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위)권 교수의 연구실.(아래)권 교수가 직접 그림을 제작하는 모습(제공=권우성 교수).

권 교수는 비대면 수업 땐 주로 유튜브를 활용한다. 수업 시간에 맞춰 강의 영상을 올리면 학생들은 원하는 시간에 시청하면 된다. 자유로운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여기에 강의 특성상 판서와 자료 시청이 많아 줌과 같은 실시간 회의 프로그램 사용이 쉽지 않은 것도 유튜브를 활용하는 이유라고 꼽았다.

권 교수는 불특정 다수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용해 학생들과 강의 평가를 함께 읽거나 질의응답을 하며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권 교수의 수업들에 대한 강의 평가(출처=숙명여대 에브리타임).

이런 강의 방식 덕분에 권 교수는 2020년 1학기 우수 교원으로 선정됐다. 매년 강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그에게 우수 교원이라는 명예는 한 학기를 무사히 보냈다는 증거로 통한다. 권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수업이 듣기 편했다”, “온라인이지만 강의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교수님 덕분에 해당 과목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와 같은 강의 평가를 남겼다. 권 교수는 수업을 열심히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아 뿌듯하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기계치라도 괜찮아, 모르면 배워서라도 알려주자’
류경선 고려대 교양교육원 교수
류경선 고려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기초음악이론, 기초음악작곡법 등 음악 관련 교양 강의를 진행한다. 고려대학교에는 음악대학이 없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학생들이 많아 그의 강의는 인기 강의 중 하나다.

류 교수는 2020년 진행한 강의 중 기초음악이론, 기초음악작곡법, 중급음악이론의 모든 수강생을 줌으로 만나 과제와 관련한 개인 피드백은 물론 개별적인 면담을 진행했다. 류 교수는 면담을 위해 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음악 관련 질문은 글보다 말로 하는 것이 편하고 소통이 더 잘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줌 면담은 그가 사전에 시간을 공지하면 학생들이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면담에서 학생들은 과제에 대한 심화된 피드백과 개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과제에 대한 개인 피드백을 위해 마련한 시간이지만 학생들은 여기에서 개인적인 궁금증이나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했다. 몇몇 학생들은 음악과 관련한 진로를 직업으로 삼아도 될지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류 교수는 학생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변했고, 특히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류 교수는 “많은 학생들과 장시간 줌 면담을 진행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는 있었지만 뿌듯하고 정겨운 만남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위)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의 원격교육센터 홈페이지 캡쳐.(아래)고려대 원격교육센터에서 온라인 강의 꿀팁을 공유하고 있다(출처=원격교육센터 홈페이지)

류 교수는 이 외에도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즉석에서 악보를 만들고 함께 따라 부르며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사용하던 음악 프로그램 외의 다른 프로그램을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 자신을 ‘기계치’라고 소개한 류 교수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에서 2월부터 실시한 온라인 강의 교육에 여러 번 참석했고, 학기 중에도 문제가 생기면 즉시 도움을 요청했다. 류 교수의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기초음악작곡법 강의 평가(출처=Klue).

이와 같은 류 교수의 노력은 2020년 1학기 석탑강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석탑강의상은 해당 교과목 수강 학생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상위 5%의 강의에 수여하는 상이다. 학생들이 교내외 커뮤니티에 작성하는 강의 추천 글에는 언제나 류 교수의 강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은 류 교수의 수업에 대해 “음악을 사랑하시는 것이 느껴진다”, “온라인 강의라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교수님이 학생들의 입장에서 수업을 진행하셨다”와 같은 평가를 남겼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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