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시국'에 목욕탕, 직접 가 봤더니···손님 60% 줄어
입력 2021-04-09 14:16:00
수정 2021-04-16 15:35:09
탈의실에선 대화 소리 전혀 없어… 목욕탕에도 물소리만
하지만 목욕탕서 마스크 착용한 사람은 無
탈의실 3시간마다 소독
습기 찬 마스크 종일 쓰고 일하는 목욕탕 직원 노고 알게 돼
이에 부산시와 16개 구·군에서는 지난 3월 목욕장업 집중 점검을 시행했다. 이들은 특히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 설치를 강력 권고했으며, 부산 대부분의 목욕장업에서는 해당 시스템을 도입해 이행 중이다.
현재 부산시는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다. 목욕장업의 경우 22시부터 익일 새벽 5시까지 운영이 중단된다. 또한 △시설 면적 8㎡당 1명으로 인원 제한 △음식 섭취 금지(물·무알콜 음료는 허용) △사우나·한증막·찜질시설 운영 금지 △목욕장업 방역수칙 이행 행정명령 변경 고시 수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목욕장업의 영업 중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존재하는데, 고령층과 취약 계층 등 불가피한 이유로 목욕탕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영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목욕장업의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4월 4일, 오후 7시에 직접 목욕탕에 가 봤다. 해당 건물은 목욕탕뿐만 아니라 찜질방과 피트니스 센터도 있다. 간판에는 △헬스 △스피닝 △사우나 △찜질 △골프가 적혀 있었다. 목욕탕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젖을 것 같아 새 마스크를 챙겨 갔다. 건물 입구에는 면적당 이용인원 제한 문구가 걸려 있었다. 또한 사우나 이용 시간이 한 시간으로 제한됐다는 내용과 내부 헬스장이 오후 9시 30분까지만 이용된다는 안내 또한 부착돼 있었다.
출입기록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QR코드 인증이고, 다른 하나는 안심콜이었다. 아래에는 안심콜 인증 시 직원이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을 켜 달라고 적혀 있었다. 부착된 안내문들을 모두 살핀 후 건물 입구를 따라 올라가 손소독제를 바른 후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스피커폰을 통해 안심콜 인증을 들려줬다. 그리고 목욕탕 이용 제한 시간이 한 시간이라는 안내를 받은 후 목욕탕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탈의실에 들어서니 드라이기 소리만 들릴 뿐, 대화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 짐을 챙겨 여탕에 들어갔다. 여탕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소 시끌시끌하던 것과 달리 삭막한 분위기가 흘렀다. 경쾌하게 울리던 쾌활한 웃음소리 대신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감염 위험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탕에 입장했지만, 목욕탕 내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온탕에 들어가기 전, 샤워하는 과정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힘들어 잠시 벗어뒀다. 샤워 후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온탕에 입수했다. 유일하게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가 신기했는지 시선들이 느껴졌다. 마스크를 끼고 온탕에 들어가니 내부 습기로 인해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평소였으면 온탕 내에 20분 정도 머물렀을 테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10분 만에 온탕을 탈출하듯 빠져나왔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세신하는 것도 힘들어 급하게 마무리하고 40분 만에 목욕탕에서 빠져나왔다. 개운하긴 하지만 마스크 착용으로 숨쉬기가 어려워 배로 힘들었다. 탈의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고요했다. 머리를 말린 후 옷을 챙겨 입고 여탕 근무자로 보이는 직원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근무 중인 직원 A 씨는 “체감상 일반 손님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 매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손님이 줄어든 것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라 매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갔을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이 목욕탕의 경우 대학가 근처에 있어 대학생들이 찜질방을 자주 이용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찜질방 영업이 멈췄다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 운영에 관한 질문에는 “인원 제한과 시간 제한을 잘 준수하며 영업 중”이라고 전했다.
탈의실 내 마스크 착용 필수로 손님들이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불편하다고 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막무가내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상황도 있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이라 그런지 모두가 잘 지켜 주신다”며 답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진상 손님도 여럿 있었다며 후일담을 말해 주기도 했다.
그는 목욕탕발 무더기 확산에 대해 “구청과 시청에서 목욕장업에 대한 단속이 자주 나온다. 이를 대비해 업장 자체적으로 세 시간에 한 번씩 탈의실을 소독하고 있으며, 수시로 손님들의 대화를 자제시키거나 마스크 착용을 단속한다”며 “주변에 문을 닫은 목욕탕이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두가 방역 수칙을 잘 지켜 어려운 상황을 이겨 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직원은 인터뷰가 끝난 후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음료수를 건넸다. 목욕탕에 입장하기 전에는 목숨 걸고 취재하러 간다는 생각을 했지만, 직원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그들도 목숨 걸고 출근하고 있었다.
손님은 한 시간만 이용하고 나가면 되지만 근무자들은 습기로 축축해진 마스크를 번갈아 착용하면서 일해야 한다. 음료수와 함께 목욕장업의 이야기를 들어 줘서 고맙다고 한 인터뷰이의 마지막 말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노고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