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새벽 출근, 고된 작업에도 이 직업 포기 못해요” 플로리스트 박정연씨

플로리스트 박정연 씨, 엄마 친구 따라갔다가 플로리스트 직업 선택
5월 국내 첫 선 보인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 전시로 새로운 도전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꽃을 작업할 땐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행복해진다랄까.(웃음) 무엇보다 제가 만든 꽃을 받는 분들도 행복해하시는 게 좋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직업이죠.”

고등학생 때 우연히 엄마 친구를 따라 간 꽃집에서 운명이 뒤바뀌었다. 일 년 중 어버이날 외에 꽃을 산 기억이 없던 그녀가 이제는 꽃 없는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플로리스트 박정연(21)씨의 이야기다. 아직 플로리스트로서의 경력은 짧지만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운 박 씨에게 플로리스트의 세계를 들어봤다.

△박정연 플로리스트.
박정연 플로리스트
소속 : 네이처랩스 플로리스트
계원예대 화훼디자인과 졸업(2021.2)
신라호텔, 인천파라다이스 호텔 플라워 팀

플로리스트는 어떤 직업인지 소개해 달라.
“세상에 무수히 많은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직업이다.”

꽃을 처음 접한 시기, 그리고 계기는 무엇이었나.
“꽃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때다. 엄마 친구 분께서 플로리스트였는데, 제가 따라다니며 일을 도우면서 배웠다. 그분께서 꽃집을 운영하셨는데, 작업이 있을 때마다 저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가르쳐 주셨다.”

주로 어떤 작업이었나.
“돌잔치나 결혼식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미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딱히 꿈이 없었다. 엄마 친구분이 할 일 없을 때 나와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자연스레 꽃을 접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 계기로 대학도 화훼디자인과로 진학했다.”

어떤 매력이 있었나.
“처음엔 꽃이 내 인생과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그렇듯 어버이날 카네이션 사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러다 꽃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다양한 이름과 생김새의 꽃들을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더라. 꽃을 만지면서 스스로가 행복하다는 걸 느꼈고 더 배워보고 싶었다.”
“엄마 친구 따라 꽃을 처음 접해···꽃을 만지면서 나 스스로가 행복하다는 걸 느껴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플로리스트 꿈 꿔“

화훼디자인과에서는 어떤 걸 배웠나.
“처음엔 꽃만 배우는 줄 알았는데, 아주 다양한 걸 많이 배웠다. 예를 들어, 꽃으로 사진 촬영할 때 배경이 되는 가벽을 만들고 세우는 방법이라든지, 페인트 칠이나 철골구조물 제작 등 많은 것들을 배웠다. 꽃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 주된 커리큘럼이었다.”

일반적으로 화훼전공자들은 어느 분야로 취업하나.
“대형 꽃집이나 호텔 웨딩 분야로 많이들 간다. 제 첫 직장도 신라호텔 플라워 팀이었다. 꽃과 연결된 분야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나 무대 연출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호텔 플라워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호텔마다 운영 방식이 다른데, 보통 업장과 웨딩 두 곳으로 나뉜다. 신라호텔에서 업장 담당 플로리스트였는데, 호텔 로비부터 23층까지 꽃으로 공간을 꾸미는 일이다. 새벽 5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업무 시간이다. 호텔 특성상 매일 상당량의 꽃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태국에 있는 꽃 농장과 직거래로 꽃을 받는다.”

호텔 근무가 힘들진 않았나.
“8개월 정도 일했는데, 새벽 출근이 가장 힘들었다. 출근시간이 첫 차도 없는 시간이라 매일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업무강도에 비해 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점도 있다.”
“플로리스트의 조건···미를 추구하는 감각, 그리고 새벽시장을 오갈 수 있는 체력 있어야“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를 추구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꽃을 어떻게 예쁘게 만들까라는 고민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직업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체력이다. 보통 꽃시장은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 운영되는 새벽시장이다. 특히 좋은 꽃들은 새벽에 나오기 때문에 새벽시장 가는 길이 익숙해져야 한다. 새벽에 꽃을 구입해 저녁까지 작업하니 체력은 필수다. 그리고 주말에 행사가 많기 때문에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일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직업적 장점이 있다면.
“제 기준으로는 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꽃과 함께 일하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보다 꽃을 받으면 누구나 좋아한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또 하나의 장점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가위를 들고 꽃을 다듬는 순간 플로리스트의 첫 걸음이다.”

반면 단점은 무엇인가.
“주말, 평일없이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벽에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손목이 자주 아프고 손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수익은 어떤가.
“수익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커 단정 짓기 어렵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화훼농가가 어려워지면서 농장이나 꽃집을 하는 분들이 타격을 많이 입기도 했다.”



늘 꽃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꽃 장식 시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맞다. 꽃마다 장식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카라의 경우 꽃이 길쭉하기 때문에 라인감을 살려주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장미는 가시를 모두 제거하고 맨 위 잎사귀 3개를 제외하고 모두 제거하는 게 기본이다. 화기도 중요한데, 플로리스트가 가장 많이 쓰는 화기는 유리화기다. 생동감이 있고, 관리의 용이성 때문에 주로 활용한다.”

꽃꽂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고 알고 있다.
“보통 동양 꽃꽂이는 이케바나(일본 전통 방식의 꽃꽂이)방식을 많이 쓴다. 수학의 공식이 있듯 꽃꽂이에도 공식이 있다. 꽃마다 비율을 나누는데, 꽃의 높낮이와 앞·옆의 밸런스, 전체적인 색감, 화기와 꽃의 어울림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여기에 잎사귀가 달린 꽃은 더욱 까다롭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꽃을 구입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꽃을 잘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면.
“우선 시들지 않은 꽃을 골라야하는데, 일반인들은 이 꽃이 시들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잎사귀와 꽃 끝을 확인하는 것이다. 잎사귀와 꽃 잎 끝이 힘이 있고, 생생한 것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줄기 밑 부분이 짓무르지 않아야 한다. 꽃을 싸게 사는 방법도 있다. 오전 11시쯤 꽃시장에 가면 타임세일을 많이 한다. 물론 새벽에 살 때보다 상태가 좋진 않지만 30~40%정도 싸게 살 수 있고, 덤으로 받아올 수도 있다.”



집에서 꽃 관리를 잘하는 팁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구입한 꽃이 좀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꽃집에서 판매하는 아이템 중에 생명력을 연장시켜주는 액상 제품이 있다. 그걸 넣으면 일주일 가는 꽃도 10~20일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

꽃이 시들어지면 많이들 뒤집어 말리는데, 전문가가 보기엔 어떤가.
“집 안에서 꽃을 말리는 행위는 좋지 않다. 꽃은 수분이 많아 벌레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말릴 수 있는 꽃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꽃은 썩어 냄새나고 벌레가 생긴다. 또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몽우리로 된 꽃을 샀는데 빨리 피워야 한다면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가두면 된다.”

5월이다. 이 달에 구입하면 좋을 꽃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
“보통 집 근처 꽃집을 많이들 가시는데, 꽃집에서 많이 취급하는 꽃을 사시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5월은 카네이션과 장미의 달이면서 1년 중 꽃값이 가장 비싼 달이기도 하다.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가.
“백합목 수선화과인 네리네라는 꽃이다. 하늘하늘하지만 속은 강한 외유내강의 꽃이다. 선이 예쁘면서 줄기가 단단하고 잘 꺾이지 않는 꽃으로 유명하다. 네리네처럼 저도 외유내강의 플로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다.”
“해외에서 100만 명 이상 관람한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 전시를 국내에 첫 선
꽃을 테마로 비밀의 화원을 구현한 미디어아트“


현재 근무 중인 네이처랩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네이처랩스는 문화 공간을 기획하는 전문 크리에이터 그룹이다. 올 1월에 입사해 홍대 AK&에서 오픈한 글로벌 미디어 아트 전시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Flowers BY Naked)’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해외에서 100만 명 이상 관람한 이 전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이면서 플로리스트는 한 명 뿐이어서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준비했다.”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는 어떤 전시인지 소개해 달라.
“꽃을 테마로 자연의 순환에 따라 살아 숨 쉬는 비밀의 화원을 구현한 미디어아트다. 사계절 내내 눈이 내리는 빅북(big book), 반짝이는 만화경 거울 속에서 금빛 황홀감에 빠져들 수 있는 글로윙가든(glowing garden), 시크릿 오브 시크릿가든(secret of secret garden) 등 총 8개의 존이 구성돼 있다.”

타깃층은.
“메인 타깃층은 2030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다. 화려함과 화사함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연인들의 인생 샷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생들도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튼튼하게 만들어놨으니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웃음)”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얼마나 채워야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등등 스스로 기획하고 판단해야하는 부분이 많아 힘들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최근 들어 꽃을 활용한 클래스나 관련 스타트업도 많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나.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 예전에 꽃은 특별한 날에만 구입하는 아이템으로 분류됐다면 이제는 일상 속에 스며든 느낌이랄까. 요즘 종종 방송에서 꽃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종사자로서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조금 먼 계획이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목표가 있다. 꽃으로 꾸민 마을을 만들고 싶다. 동화의 한 장면을 재연해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꽃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다.”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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