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학번의 관계론2] “코로나19 끝나면 밥 한 번 먹자” ‘코로나 학번’이 말하는 관계의 단절

“코로나19로 단절된 관계 속에 매몰되지는 말아야”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자발적 관계 단절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수지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끝나면 밥 한 번 먹자” 평범한 이 인사는 이제 평생 보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관계는 많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자발적으로 관계를 끊거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다. 성인이 돼 맞이한 가장 큰 사회인 ‘대학’에서의 관계 형성은 중요하다. 코로나 학번 대학생들은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알아봤다.



자발적으로 관계를 단절하는 코로나 학번
류세윤(안동대 20) 씨는 코로나19 이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했다. 외출 자제 권고 및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의 규제로 인해 류 씨의 친구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하루에도 빠짐없이 만나던 친구들을 일주일에 한 번 볼 수 없을 때도 많았다”며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귀찮고 피곤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리 잡으며 친구들과의 관계 단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SNS상에서 ‘코로나19 핑계’라는 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거부하는 것이다. 류 씨 역시도 코로나19 핑계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집돌이’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우울해지며 만사가 귀찮았다”며 “친구들과의 관계 유지에 소홀해지고 과제, 아르바이트 등 필수적인 만남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 씨는 불필요한 감정과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물론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류 씨는 “화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학 동기들과 관계를 맺다 보니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어렵다. 얼굴이나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고, 현실에서 만나면 쉽게 대화가 단절됐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만나 관계를 쌓은 원래 친구들만큼 깊게 친해지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정유진(명지전문대 20) 씨도 자발적 관계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것을 좋아했던 정 씨는 코로나19 이후 화상통화로만 친구를 만난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서 오히려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씨가 재학 중인 대학도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돼 동기들과 실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정 씨는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동기가 없다. 정 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락할 이유가 없다”며 “다른 동기들은 에브리타임에서 친구를 사귄다거나 학과 내에서 소모임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관계 형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선진 상담치료사는 이런 자발적 관계 단절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치료사는 “자신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지 않음으로써 지금의 정신 건강은 좋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다 보면 계속 자신이 만나고 싶은 상대만 선택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늘어 사회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 단절로 인한 코로나 블루,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인 세대보다 10·20세대가 코로나19 시대에 더 우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은 젊은 세대를 거쳐왔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대한 대학생들보다 무력감이 적다. 반면 대학생들은 초중고 때부터 대학생활에 대해 품었던 많은 기대에 비해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더 큰 우울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곽 교수는 “현재 코로나 학번들은 학교 강의를 비대면으로 듣다 보니 오히려 대면으로 무언가를 진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됐다”며 “코로나19 이전에도 젊은 세대는 언택트 방식을 선호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 되면 실제로 사회에 나갔을 때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시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며 코로나 학번의 관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곽 교수는 “고등학교까지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우선이었다면 대학은 선후배, 교수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사회의 예행연습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온라인으로라도 모임 등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코로나 학번의 관계 형성의 특징은 익명성이다. 동기들을 SNS상에서 먼저 만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자신이 아닌 ‘위장된 나’를 보여줄 수 있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앱을 통해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며, 관계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며 “친구를 온라인으로 먼저 사귀게 될 경우, 대면 사귐보다는 상대적으로 얕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으로 쉽게 만남을 전개할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그 얕은 관계를 깊이 있는 관계로 확장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 곽 교수는 코로나 블루의 해결책으로 ‘풍부한 자신 만들기’를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을 너무 불편해하고, 좌절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어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찾아보면 코로나19가 잠잠해졌을 때 예전보다 풍부한 내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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