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아나바다 운동 ‘제로웨이스트샵’ 순환지구를 만나다

소분부터 공유공구, 업사이클링까지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실행점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민주 대학생 기자]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2021 P4G 서울 정상 회의가 개최됐다. P4G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 사회 움직임이 시작된 올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환경 분야 다자정상회의였다. 5대 주제로는 식량·농업·물·에너지·도시·환경이 선정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후 대응에 나선만큼 기업들의 행동도 달라졌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소규모 샵들도 늘었다. 그 중 성신여대 근처에 자리 잡은 순환지구를 찾아가봤다.



공급과 수요 습관 모두 바꾼다, 나눠 쓰고 적게 쓰기
순환지구에 첫발을 들이는 순간 작은 공간을 알차게 메우고 있는 온갖 물건에 눈이 바빠진다. 가장 앞쪽에 위치한 큰 칠판이 눈에 띈다. 칠판 상단에는 ‘입고 예정인 견과류&건과일 투표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하단에는 무화과, 피스타치오, 아몬드 등 입고할 견과류와 건과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순환지구는 방문하는 모든 이가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공간이다.

분필로 호두 옆에 작대기를 하나 그었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커다란 캐비닛이 놓여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에서 선정한 20대 건강식품 중 하나인 ‘찰흑미’는 1g에 6원이라고 적혀있다. ‘혼합잡곡’, ‘서리태’, ‘베트남산 통흑후추’, ‘페페론치노’ 등 다양한 곡식이 저장돼 있다. 혼자 자취하는 학생들을 위한 소분 공간이다. 곡식을 필요한 만큼만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학창 시절 급식실에 붙어있던 ‘먹을 만큼만 받아요’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손님이 필요한 만큼 구매해 과소비나 남는 것을 막는 형태다.



오른편에는 세제를 소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베이킹소다는 1g에 4원, 구연산은 1g에 5원이다. 용기를 들고 방문하면 매장 내 에탄올을 이용해 용기 소독을 할 수 있다. 그 후 비치된 깔때기를 이용해 제품을 용기에 담으면 저울로 무게를 측정하고 구매하는 형태다. 세제는 화학 반응의 가능성이 있으니 용기를 반드시 깨끗하게 소독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띈다.

순환지구 한쪽에 망치, 드릴, 노끈 등 공구들이 있다. 그 공간에는 ‘공유공구’라고 적힌 종이가 걸려있다. 생활에 필요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공구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 시작된 순환지구의 공유공구는 공급도, 수요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대체할게요 ‘비닐봉지’, ‘수세미’
순환지구 왼편에 크게 자리한 곡식 캐비닛 위 선반에는 ‘허니랩’이라고 적힌 상자가 가득 놓여있다. 2016년 국세청 기준 1년 국내 비닐봉지 시장 규모는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허니랩honeywrap’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목화로 친환경 식품 포장 제품을 만든다. 천연펄프로 만든 허니랩롤, 벌집, 송진, 코코넛 오일로 만든 허니 왁스 등을 만들며 주방에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더하고 있다.

‘잘:쓰이다 상점’에서 온 천연 수세미도 눈에 띈다. ‘잘:쓰이다 상점’은 쓸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상품을 만들어 낸다. 천연 수세미는 수세미 열매의 섬유질을 어떠한 화학 처리도 없이 자연 그대로를 활용한 제품이다.

비누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라라어스 가치솝’에서 만들고 있다. 가치솝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임산부가 사용해도 안전한 비누를 계획해 ‘심플하지만 자연에 가까운 비누’를 만들고 있다. 비누들은 유기농 오일, 유기농 분말, 천연 글리세린으로 만들어진 자연주의 비누들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 소생력을 높이는 유용한 미생물을 첨가했다. 포장 역시도 최소한으로 만들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상자와 설명문은 재생용지, 사탕수수 부산물 등을 사용했다.



업사이클링로 물건들의 변신을 돕기도 한다. 독서링은 ‘모듈랩’에서 버려지는 병뚜껑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 제품이다. 책을 펼치는 데에 도움을 줘 한 손으로도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독서링으 제품 당 15g의 플라스틱을 업사이클 한다.

리크레용은 ‘쓸킷’에서 크레파스를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리크레용은 다섯가지 색깔로 한 상자에 약 10개 분량의 크레파스가 분쇄돼 들어가 무지개처럼 색깔 표현이 가능하다. 독서링과 리크레용은 금방 쓰고 쉽게 버려지는 물건의 재탄생이다. 이렇게 생명을 부여받은 제로웨이스트 제품은 지구 환경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한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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