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세계 최초 동형암호 상용화 성공한 ‘크립토랩’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크립토랩은 첨단 암호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인 천정희 대표(53)가 2017년 12월 설립했다.

천 대표는 2016년 서울대 수리과학부 암호연구실에서 암호학계의 숙원인 4세대 동형암호 알고리즘 ‘HEaaN’을 개발했다. HEaaN은 기본적인 암호화, 복호화 기능과 암호문간의 실용적인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을 탑재할 수 있게 설계됐다.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이 가능한 최신 암호로 HEaaN은 다른 동형암호와 달리 암호화할 수 있는 대상 평문이 실수까지 확장된 솔루션이다. HEaaN이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암호문 간의 연산들은 덧셈·곱셈·회전, 재부팅, 기초통계, 로지스틱 회귀(Logistic Regression), 기계학습 등이 있다.

크립토랩은 이러한 핵심적인 기능들을 최적화한 라이브러리와 최적의 적응성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가진 모듈을 포함한 상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금융, 의료 등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처리하는 산업에 보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1년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개정돼 ‘데이터 경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업계는 아직도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가명화나 익명화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데이터의 손실이나 재식별 위험이 있고 자료 유출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죠. 반면 동형암호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상태에서 취급할 수 있어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크립토랩은 4세대 동형암호 HEaaN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천 대표는 “알고리즘 구현프로그램도 최고 수준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도 국제 유전체(게놈) 정보분석 보안경진대회인 ‘Idash’에서 참여사 모두가 HEaaN을 사용했습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4개 기관 중 3개 역시 HEaaN을 사용했습니다. 그중 서울대 이름으로 참여한 팀은 크립토랩의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HEaaN은 실수 기반의 가장 뛰어난 연산속도를 갖는 유일한 동형암호입니다. 현실적으로 활용되는 국제표준은 HEaaN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프라이버시 보존 데이터 분석 및 기계학습 시장 전반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립토랩은 삼성전자, 네이버클라우드, KCB, 코나아이, 에비드넷 등 협력사와 국내에서 각종 동형암호 협력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크립토랩은 개발 보유한 솔루션을 성능 검증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민연금공단,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협력해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의 신용을 높게 평가하는 데이터 통계 모델’을 구축했다. 이 모델은 세계 최초로 동형암호를 상용화한 사례로 기록됐다.

올해 1월부터는 ‘코로나 동선 안심이(코동이)’라는 무료 앱을 개발해 경기도, 통계청, 서울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극복 국민참여방역운동본부’ 주도로 전국적으로 사용 확대를 유도하면서 디지털 코로나 방역에도 기여하고 있다. 코동이 앱은 암호화된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앱 사용자의 동선이 비교되기 때문에 앱 사용자나 확진자의 동선이 노출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크립토랩은 9월 네이버 클라우드와 공동으로 동형암호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암호화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혜안 동형 분석 서비스 (HEaaN Homomorphic Analytics)’ 를 개시했다. 천 대표는 “이 서비스를 통해 일반 연구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가들이 동형암호를 체험할 수 있고 실제 데이터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암호학을 강의하던 천 대표는 “동형암호나 양자내성암호는 기존 암호와 달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상용화하는 데 있어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기존의 업체들은 이런 면에서 해외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2024년 정도가 되면 양자내성암호와 동형암호의 표준화도 완료되고 정보보호 분야의 대세가 될 것인데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선제 투자와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크립토랩의 현재 직원 수는 30명이다. 이 중 25명이 연구개발자다.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UC버클리 등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 수학, 컴퓨터공학 등 학위를 수여 받은 우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크립토랩은 2019년 8월 삼성벤처투자, 에스제이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3개 투자사로부터 프리 시리즈A로 25억원의 초기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8월 LG유플러스, 쏠리드, 에스제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천 대표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가 크립토랩의 동형암호 HEaaN으로 암호화돼 자유롭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설립일 : 2017년 12월
주요사업 : 암호·보안기술, 프라이버시 보존 데이터 분석기술 개발
성과 : 세계 최초 동형암호 상용화 성공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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