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곳에 길을 만드는 '스타트업'…불 꺼진 레드오션 시장에 기회가 있다 [찐 팀장의 굿초이스]

[텍스트브이로그] 레드오션으로 불리던 ‘부동산’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꾸는 과정



[한경잡앤조이=진태인 집토스 전략교육팀장] “자취방 구하기, 진짜 너무 어렵다”

집을 구하다 지쳐버렸다. 10년 전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가 떠올랐다. 좋은 매물이 있다는 광고를 찾아 가면 가짜 허위매물이 부지기수였다. 월세가 광고와 다른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거짓 광고도 있었다. 광고를 믿을 수 없다 보니 직접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부터 고시촌 꼭대기까지 오르내리며 땀으로 샤워를 하는 듯 했다. 점점 지쳐가면서 볼멘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5,011만명인데 집을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몇 해가 지났다. 대기업 바이어였던 나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아버지뻘 사장님들이 나에게 잘해준 이유는 나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단지 회사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 가는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말렸다. 나는 부동산이 부가가치 높고 숨은 시장이 많다고 생각해 레드오션이라 말하는 부동산 업계로 뛰어 들었다.

오랜 기억 속에서 부동산은 막연히 쉬운 일로 느껴졌다. 방 보여주고, 계약하고, 돈 받고. 막상 내 일이 되니 고려할 것이 많았다. 물 위의 오리처럼 물 밑에서는 쉼 없이 헤엄쳐야 했다. 계약을 많이 하려면 매물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물을 많이 가지고 있기 위해서는 그 보다 더 많은 임대인의 연락처를 확보해야 한다. 그 많은 임대인과 모두 전화 통화를 해야 하고, 매물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매물이 있다면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찍은 사진을 보정해서 광고를 올려야 한다. 광고는 서울 원룸 기준 1인당 100만원은 써야 매출 500만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마저도 동일한 물건을 다른 부동산에서 허위로 정보 기입하면 광고 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 사람만 나쁜 마음을 먹으면 다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골치 아픈 구조다.



내가 부동산 스타트업 ‘집토스’를 선택한 이유는 비전과 확장성이었다. 먼저, 비전이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부동산 분야는 아직도 10년전과 다를 바 없었다. 매물 정보는 공책에 꾹꾹 눌러썼다. 고객은 중개사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집토스는 세상에 없는 부동산 중개 솔루션을 개발했다. 공공 데이터를 스크래핑 해 작성하는데 30분 걸리던 확인설명서는 5초만에 작성할 수 있다. 매물은 스마트폰이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은 방문 전에 미리 중개사의 이름과 사진을 받고 상담 전화를 한다. 미팅이 끝나면 오늘 봤던 집의 사진과 리스트가 자동 전송되어 메모가 필요 없었다. 고액 부동산을 여러 단계의 결재권자가 권리 분석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이었다. 당연히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두번째, 확장성에서 매력을 느꼈다. 여러 파생되는 서비스로 확장이 가능한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객의 집을 구해주면 은행 대출부터, 이사, 입주 청소 등으로 사업 확장이 무궁무진 했다. 한 번에 다 끝낼 수 있는 서비스가 이제는 등장할 때다.

세번째, 집토스의 중개사 교육이다. 부동산 실무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도 파트장, 지점장, 팀장,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멘토-멘티 제도로 빠르게 전문가로 성장했다. 사내 전문교육기관인 ‘집토스 아카데미’를 설립해 어느 누가 와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커리큘럼 역시 준법, 영업, 고객응대, 촬영, 광고, 실무 등 짜임새 있게 계획했다. 오프라인 세션은 물론 이제는 유튜브까지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교육 컨텐츠를 양성하고 있다. 그 결과 집토스가 첫 부동산 회사였던 N 매니저는 3개월만에 계약왕과 매출왕을 휩쓸었다. 그는 1년만에 무섭게 성장하여 억대 연봉을 받는 전문가가 되었다. 지독한 끈기를 가지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부동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 해 약 10,000개의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또 그만큼 생긴다. 2019년 기준 전체 부동산 중개사무소 106,750 곳 중에서 법인인 개업공인중개사는 1,302 곳으로 전체 1% 수준에 지나지 않는 영세한 시장이다. 그 많은 부동산들은 어디로 갔을까? 변화하는 시대에 불편함에 머물러 있다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레드오션이라던 부동산 분야에 뛰어든 지 5년이 지났다. 17명이었던 직원은 200명을 훌쩍 넘었다. 대학생이었던 고객은 2년 뒤 취업을 했고, 다시 2년이 흘러 신혼 집을 구하러 왔다. 고객에게 믿음을 얻은 회사는 매년 평균 140%의 성장을 거듭했고, 1년에 수 만 건의 계약을 하는 회사가 되었다. 올해도 수 없이 많은 부동산이 생겨날 것이고, 또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는 불편함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직 불편한가? 그 곳에 길이 있을 것이다.

진태인 씨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 유통 바이어(MD)로 사회 첫 발을 내 딛었다. 부동산의 무한한 부가가치를 깨닫고 부동산 스타트업 영업직으로 입사했다. 수 년간의 영업직 경험을 바탕으로 집토스에서 사내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미래 사회가 필요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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