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못한 그녀는 왜 자국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왔을까 [이제는 K-의료 시대]

[텍스트브이로그] ‘이제는 K-의료시대’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저 멀리 타국에서 혼자 생활을 하던 중 하루아침에 갑자기 걸을 수 없게 되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런데 지난 1월, 일본에 거주 중인 루마니아 국적의 환자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하이메디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미국, 독일과 함께 의료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 어떤 이유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했던 걸까.

이 환자는 갑자기 심한 무릎 통증과 함께 무릎 관절이 과하게 뒤로 꺾이는 증상으로 걸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병원의 검사 결과, 어린 시절 무릎에 발생한 골육종으로 인해 받은 인공관절 수술 부위의 부품이 파손됐고 무릎 주변에 심한 염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골육종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현지 의사의 소견은 그녀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골육종의 재발 여부 확인과 함께 손상된 인공관절을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일본에는 환자에게 맞는 부품을 수급할 수 없어 주치의로부터 한국에서 수술을 권유 받았다.



하지만 혼자서는 걸을 수조차 없는 그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에 와서 치료받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다행히 근무 중인 회사에서 한국인 동료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동료가 직접 인터넷으로 외국인 환자를 위해 교통과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메디를 찾아 그녀에게 추천해 준 것이었다. 우리는 그녀에게 메일을 받은 이후 당장 수술이 시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병원에 의뢰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수술 불가능했던 케이스답게 한국 병원에서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종합병원 및 척추관절 전문병원 13곳에 환자를 의뢰한 결과, 가까스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환자의 한국 입국을 준비할 수 있었다.

우선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보호자 없이 이동하는 것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환자 전용 택시를 예약했고,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 근처 숙소를 추천해 보다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의 국제진료센터와 긴밀하게 협업해 입원 3일 만에 수술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골육종 재발은 없었고 파손된 인공관절의 부품은 성공적으로 교체되며 환자는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불가능한 수술이 한국에서는 가능하다는 소식을 환자에게 전하던 순간 그리고 우리의 부축 없이 걸을 수 없었던 환자가 직접 걸어서 병원 문밖을 나서던 순간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루마니아 환자가 의료 산업이 고도화된 일본을 떠나 한국을 찾아 온 것처럼 한국의 의료 수준은 전 세계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말 그대로 ‘이제는 아니 이미 K-의료시대’가 도래했다. 우리의 역할은 한국의 치료 기술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또 환자들이 한국에 와서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의료관광 전과정의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환자들의 발길이 잠시 멈췄지만, 분명히 다시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을 찾을 것이고 그 발걸음 곁에 우리가 함께하길 바라본다.

조아라 씨는 한국의 대형 병원에서 5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의 첨단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병원을 연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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